힐스엔지니어링, 자율방역 로봇으로 CES 혁신상...삼성전자 사내 벤처로 출발한 웨이브온
[스페셜 리포트] ‘혁신 성지’ 판교밸리에서 본 미래현재 서울 강남(교보타워)에 자리한 당근마켓도 수년 전까지는 판교의 촉망받는 스타트업 중 하나였다. 카카오 출신인 김용현·김재현 공동대표가 카카오 재직 당시 사내 중고 거래 게시판에서 영감을 얻어 판교테크노밸리에 사무실을 얻은 뒤 2015년 창업한 ‘판교장터’가 그 전신이다.
기존의 중고 거래 장터와 차별화해 오로지 동네(판교) 사람들끼리만 거래할 수 있는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서비스를 론칭했는데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판교 주부들 사이에서 ‘마약 앱’이라고까지 불릴 만큼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두 대표는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결정하고 당근마켓으로 사명을 변경하며 사세를 넓혀 나갔다. 그리고 매년 무서운 성장세를 이어 가며 창업 7년 차인 올해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인 스타트업)’ 대열에 당당히 합류했다.
판교테크노밸리에는 현재 252개에 달하는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당근마켓처럼 참신한 아이디어 또는 뛰어난 기술력을 앞세워 비상을 준비 중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판교 내 스타트업 가운데 과연 당근마켓의 뒤를 이어 ‘넥스트 유니콘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은 어디일까. 판교테크노밸리를 운영하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GBSA)이 꼽은 성장 잠재력이 큰 스타트업들을 조명해 봤다.
가장 먼저 소개할 곳은 로봇 스타트업 힐스엔지니어링이다. 올해 초 글로벌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힐스엔지니어링은 1월 열린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1’에서 ‘코로봇(Coro-Bot)’을 선보이며 혁신상(Innovation Award)을 수상한 스타트업이다.
웨이브온, 세계에서 기술력 인정힐스엔지니어링에 따르면 코로봇은 날개처럼 보이는 ‘로봇 팔’과 섭씨 영상 200도에 이르는 원적외선 세라믹 필터를 활용해 공기 중의 바이러스를 제거해 준다. 특히 자율주행 기능부터 충돌 방지 알고리즘, 에너지 수확 기술, 스마트 케어 시스템(SCS) 등과 같은 지능형 로봇 관리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활용도를 높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코로봇은 벽면을 비롯해 의자 아래까지 방역할 수 있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어 이 같은 로봇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향후 항공기 객실 방역과 열차·공연장·전시장 등 다양한 시설에 코로봇을 투입할 계획이다.
물류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로로봇’도 개발했다. 현장의 힘들고 위험한 일들을 대신 해주는 로봇이다. 코로봇과 마찬가지로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해 로봇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두 로봇을 앞세운 힐스엔지니어링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국내와 해외 등에서 7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회사를 설립한 지 약 3년 만에 거둔 성과다.
웨이브온도 미래가 주목되는 판교의 스타트업이다. 웨이브온은 삼성전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 씨랩(C-Lab)이 2015년 처음 분사한 스타트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창업 이후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확보한 기술력을 토대로 차량용 복합 단말기, 피부 미용 기기 등의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 가능성을 인정받아 미래부가 선정한 정보기술(IT) 유망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고 루이비통그룹에서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웨이브온은 그간 쌓아 올린 기술력을 토대로 최근에는 다양한 제품 출시하며 본격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올해 초 코로나19 발열 검사에 사용되고 있는 열화상 카메라의 부정확한 체온 측정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한 안면 인식 의료 기기 체온계 이지패스를 선보였다.
또 로봇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웨이브온 관계자는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한 안내 서비스 수행 로봇을 비롯해 방역 전문 로봇 등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웨이브온의 지난해 매출은 약 5억원인데 뛰어난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향후 성장 속도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일고 있다.스타키움 “투명한 인테리어 시장 만들 것”2018년 설립된 스타키움도 전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이며 ‘제2의 당근마켓’을 꿈꾸고 있다. 현재 스타키움은 틸리아라는 이름의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폐쇄적이면서도 불투명한 인테리어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든 서비스다.
일반적으로 인테리어 공사는 먼저 업체에 견적을 의뢰하고 대략적인 비용이 정해진 뒤 본격적인 공사가 진행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테리어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정확한 비용 예측이 어려워 ‘바가지 요금’을 쓰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스타키움은 공간·자재·시공 등에 대한 금액적·물리적 데이터 정보를 가공해 인테리어를 계획 중인 소비자 여건에 맞는 견적을 제공하며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지난해 스타키움은 창업 3년 만에 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들어서는 틸리아를 모바일 앱으로도 출시하는 등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크레스콤은 의료계에서 주목도가 큰 스타트업이다. 2017년 설립된 크레스콤은 지난해 골연령 성장 분석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개발에 성공했다. 임상 시험 결과 세부 전문의 수준의 높은 정확성을 확인받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아 관련 제품을 공식 출시했다. 크레스콤 관계자는 “제품 출시 1년 만에 100개 이상의 병원에서 크레스콤의 제품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크레스콤이 지난해 거둔 매출은 약 3억1000만원이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크레스콤은 골절 자동 검출, 관절염과 척추염 심각도 분석 솔루션, 뇌혈관 질환 솔루션 등을 개발해 상용화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모백스는 판교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안전 관리 전문 스타트업이다. 2019년 법인이 만들어진 모백스는 올해 창업 2년 차를 맞았다. 크고 작은 산업 시설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추락 방지용 안전 펜스, 사다리 미끄럼 방지 장치 등의 제품을 판매하며 빠르게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향후 목표는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사고 예방 관리 플랫폼 개발이다. 모백스 관계자는 “현재 공공 기관(발전 회사) 등과 협업해 만든 안전 관리 시스템을 테스트 베드 중”이라며 “머지않아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인터뷰
박명규 힐스엔지니어링 대표
“로봇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 나설 것” 힐스엔지니어링을 설립한 박명규 대표는 ‘시니어 창업자’다. 그가 로봇을 아이템 삼아 창업 시장에 뛰어든 것은 오랜 기간 현장에서 쌓은 경험이 밑바탕이 됐다. 박 대표는 대학에서 정밀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대한항공에서 설계 정비 일을 하며 관련 경력을 쌓았다.
또 평택대에서 스마트 물류 관련 교수로 재직하면서 자연히 로봇과 관련된 여러 특허를 획득하게 됐는데 이를 발판으로 2018년 회사를 창업하고 새 도전을 시작했다. 박 대표는 “그동안 사람이 해왔던 산업 현장의 위험한 일들을 대신하는 로봇을 통해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매출은 어떻게 되나.
“올해부터 본격적인 로봇 판매 매출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약 7억원 정도의 매출이 예상된다. 한국중부발전이 우리가 만든 로봇을 대량 구매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내년에는 매출이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코오롱그룹과 업무협약을 맺고 방역 로봇과 안내 로봇을 판매하기로 합의했다. 이 밖에 다양한 기업들이 현재 구매를 의뢰하고 있다.”
창업 이후 빠르게 로봇을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이 궁금하다.
“오래전부터 사회생활과 연구 활동 등을 하면서 로봇을 어떻게 만들지 디자인해 왔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로봇과 관련한 여러 특허들을 보유하게 됐다. 삼성전자의 도움도 받았다. 삼성전자는 상생 활동의 일환으로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에 자사가 보유한 특허를 제공해 주고 있다. 여기에서 4개의 로봇 관련 특허들을 양도 받았고 3년여간 이를 응용해 자율주행 기반의 로봇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힐스엔지니어링의 로봇 기술 수준은 높은가.
“흔히 로봇의 기술 수준은 TRL(Technology Readiness Level)로 나눠 구분하는데 최고 수준인 9단계에 근접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개발한 로봇은 완전히 상품화된 상황이다. 물론 더 실용적이면서 생산적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부분도 있다. 특히 앞으로 고도화하려는 영역은 글로벌 마켓을 겨냥한 표준화다.”
해외 시장 진출 계획을 세우고 있나.
“올해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1에서 혁신상을 받고 난 후 많은 해외 기업들로부터 로봇 주문 제작 요청을 받고 있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특히 최근에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 더 요청이 쇄도하는 것 같다.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재 미국 메릴랜드에 지사를 세웠고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사이에는 유럽에도 지사를 낼 예정이다. 글로벌 표준에 맞춘 기술 고도화를 위해 로봇 강국인 이스라엘 기업과의 공동 연구·개발(R&D)도 계획 중이다.”
뒤늦게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는데 어려운 부분은 없나.
“인재 확보다. 특히 최근에는 플랫폼 기업이 나타나면서 연봉을 높여 개발자들을 다 데려가다 보니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은 전문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부분이 가장 아쉬우면서 어려운 부분이다. 자금력을 갖춘 기업들이 연봉을 높여 개발자들을 빼가는 것 대신 아카데미 같은 것을 열어 필요한 인재 육성에도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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