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의 산업적 영향 주목해야…미국 밀레니얼 세대 41%, NFT 구매 경험
[비트코인 A to Z]*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의 보고서 'NFT, 메가트렌드가 될 것인가'를 갈무리했습니다. 전문은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1년 가상 자산 시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 Non-Fungible Token)이 큰 화두가 되고 있고 이제는 사람들의 관심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NFT가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부터다. 디지털 예술가 비플(Beeple)이 10초 분량의 비디오 클립을 74억원에 판매했고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부인이자 가수인 그라임스는 디지털 작품 NFT를 만들어 65억원을 벌어들였다. 며칠 뒤 크리스티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비플이 만든 디지털 작품이 786억원에 낙찰됐고 생존 작가의 작품 중 셋째로 비싼 가격이라는 사실에 시장의 관심이 폭발했다.
NFT가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NFT 구글 검색량이 급증했고 NFT 플랫폼의 주간 이용자 수도 한 주간 40만 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많은 유명 인사들, 대기업, 인기 브랜드들도 NFT를 채택하는 사례가 늘어났고 하루하루 빠르게 변화하는 이 시장을 따라가기조차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NFT라는 새로운 기술이 우리의 일상에 빠르게 침투하고 있고 다양한 산업군에서 NFT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NFT가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지 고작 반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가격 변동폭이 매우 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NFT가 가지는 가치, 우리에게 주는 효용, 산업적으로 미칠 영향 등 큰 관점에서 NFT 시장에 대해 이해할 필요는 있다. 고작 반년, 일상에 침투한 NFT
NFT는 토큰마다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해 상호 교환이 불가능한 가상 자산을 말한다. 이러한 특성에 따라 희소성이라는 개념이 적용될 수 있고 미술품·수집품·리미티드 에디션 제품 등 고유의 가치를 가지는 디지털 자산들이 NFT가 될 수 있다. 즉, 투자 상품으로서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희소한 것을 원하는 것은 인간이 가진 본성이라고 할 수 있다.
NFT의 가치에 대한 논란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디지털 자산이고 값을 지불하지 않아도 인터넷에서 쉽게 오른쪽 버튼 클릭으로 이미지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잭 도시가 경매에 부친 자신의 첫 트윗글도 얼마든지 인터넷에서 그것을 볼 수 있는데, 32억원이라는 돈을 지불한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현실 세계의 명품 가방 시장을 예로 생각해 보자. 세상에는 수많은 명품 브랜드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관심이 크게 없는 사람은 모든 브랜드 가방에 대해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가방의 아이덴티티를 모방한 이미테이션이 만들어지고 하나둘씩 그 가방을 들기 시작하고 가방에 대한 관심이 없는 사람도 여기저기에서 그것을 목격하게 된다.
즉, 많은 사람들이 본품을 사지 못해 이미테이션 가방을 들고 다닐수록 오리지널 제품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수 있고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되고 미디어에 많이 노출될수록 가치가 높아진다. 이미테이션 제품을 가진 사람도 결국에는 오리지널 제품을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이다.
NFT의 핵심 특징은 ‘대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ERC-721’라는 이더리움 표준안을 사용한다. ERC(Ethereum Request for Comment)는 이더리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발행되는 토큰의 표준이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암호화폐(이더리움 등)에 사용되는 ERC-20는 대체 가능한 토큰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ERC-721은 2018년 6월 21일 최종적으로 채택되면서 NFT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ERC-721의 코드를 보면 발행(mint)에서부터 다르게 표현돼 있다. ERC-20는 토큰의 양을 표시하는 반면 ERC-721은 대체 불가능을 위해 토큰 ID(tokenId)와 소유자(owner)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NFT에는 자산 고유 ID와 생성 순서 외에도 작품명과 이미지 등 디지털 자산을 나타내는 세부 정보가 담겨 있는데, 데이터 크기에 따라 온체인이 아닌 오프체인에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블록체인에 모든 것을 넣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블록체인이 무거워지고 가스비가 증가하는 단점이 있다. 이때 토큰(token)URI 함수를 활용해 언급된 URI로 이동해 메타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NFT 데이터 분석 사이트인 난펀저블(NonFungible)에 따르면 이더리움 블록체인상의 NFT 시장 규모(거래 대금)는 2018년 3676만 달러, 2020년 6683만 달러에 불과한 시장이었다. 하지만 올해 3월부터 NFT가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이후 9월 현재까지 43억1000만 달러 이상의 거래가 이뤄지는 거대 시장으로 변화했다.
NFT는 성격에 따라 컬렉터블(비율 57%), 아트(29%), 메타버스(3%), 스포츠(2%), 게임(2%), 유틸리티(1%), 디파이 등으로 구분될 수 있다. 메타버스 부동산 거래가 주로 이뤄지다가 작년부터 컬렉터블과 아트 NFT의 강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래량으로는 스포츠와 유틸리티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NFT를 과연 누가 살까.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NFT의 중심에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있다. 핍세이(Pipsay)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 중 41%가 NFT를 구매한 경험이 있고 영국도 45%가 이 시장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플 NFT 역시 입찰자들 중 91%가 크리스티 고객이 아니었고 58%가 밀레니얼 세대였다.
또한 대부분의 입찰자들이 이미 NFT를 구입한 경험이 있었다는 점에서 주요 경매 업체는 물론 소규모 갤러리까지도 새로운 성장성을 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이 NFT 작품을 판매하고 거래하는 데 적극적인 이유다. 보수적 성격이 강한 미술 시장에서 이러한 빠른 변화는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고 경매 업체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가치 재평가
많은 NFT 프로젝트에 시장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해외 업체들뿐만 아니라 한국 업체들도 직간접적으로 NFT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가격적 측면만 보면 누군가에게는 말도 안 되는 것들에 돈이 사용되고 있다고 보일 수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NFT가 주는 가치 또는 효용은 과연 무엇일까. 가장 큰 부분은 지금까지 금액으로 환산되기 어려웠던 미술·음악·게임·부동산·금융 등 유·무형 자산들의 수익화가 가능해졌다는 것이고 이를 구심점으로 커뮤니티가 발달한다는 것이다.
크립토펑크나 이더락과 같은 NFT보다 이후 발행된 NFT의 아트가 더 뛰어날 수는 있겠지만 이들이 갖는 가치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높다. 이것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내면, 즉 커뮤니티의 퀄리티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우리들 주위에는 수많은 사교 모임이 존재한다. 사내 동아리, 대학교 동아리, 와인 클럽, 학부모 모임 등 이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티켓이 필요한데 그것이 커뮤니티 NFT다.
이 티켓이 미적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지만 본질은 들어가고자 하는 사교 모임이 얼마나 활발한지, 그곳에 참여했을 때 어떠한 이점이 있는지, 자신의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지 등이 될 것이다. 무료로 제공됐던 크립토펑크 NFT가 수조원의 가치를 갖게 된 것은 그 역사적 의미와 커뮤니티의 발달 때문일 것이다.
NFT는 물건과 물건을 구분해 주고 부여된 희소성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경제를 이루는 핵심 요소가 된다. 디지털 자산은 실물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 세계에서 쓸모가 없다는 평가에서 벗어나 메타버스(가상 세계)를 떠올려 보자. 현실의 물건이 메타버스 세계에서 어떻게 사용될 수 있을까. 메타버스 세상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곳에서 소비·생산·투자 등 경제 활동이 일어나야 하고 NFT가 그것의 근간이 될 것이다.
크립토펑크와 BAYC 등 커뮤니티 NFT의 가격에는 급격한 시장의 관심과 자금 유입으로 인한 거품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막 NFT에 대한 가치가 형성되기 시작한 초기 시장이고 가능성 있는 곳에 시장의 유동성이 크게 반응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갖는다.
향후 수많은 변수에 따라 시장이 빠르게 냉각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FT 기술과 이를 활용하는 산업적 시도는 계속될 것이고 메타버스와의 접점을 점차 늘려 나갈 것이다. 단순히 숫자로 표현되는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을 보는 것보다 NFT라는 것이 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했고 실생활에서 조금씩 블록체인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 보자. 또한 NFT가 미래 핵심 키워드로 성장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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