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이후 과제 산적…규제 이슈부터 보험·투자 분야 등 경쟁력 제고까지

[비즈니스 포커스]
카카오페이 공모주 청약 첫날인 10월 25일 삼성타운금융센터 영업점에서 공모 청약을 위해 고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삼성증권 제공
카카오페이 공모주 청약 첫날인 10월 25일 삼성타운금융센터 영업점에서 공모 청약을 위해 고객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삼성증권 제공
“카카오페이 하나면 다 되는 생활 금융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 전 국민의 프라이빗 뱅커(PB)가 되겠습니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10월 25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상장 간담회에서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밝힌 포부다.

공모가 고평가 논란과 규제로 상장이 연기됐던 카카오페이가 삼수 끝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공모가(9만원) 기준 시가 총액은 11조7000억원으로, 상장하자마자 유가증권시장 30위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상장 후 카카오페이가 결제·송금을 넘어 보험·투자·대출중개·자산관리를 아우르는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발돋움할지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파죽지세’…출범 4년 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수년 전만 해도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결제되는 ‘간편 결제’ 시스템은 낯설기만 했다. 당시엔 모바일로 결제할 때 각종 인증을 거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결제 방식을 바꿨다. 현금이나 카드가 아닌 간편 결제가 새로운 지불 형태로 자리 잡았다.

카카오 계열사 중 다섯째로 상장을 추진하는 카카오페이는 2014년 한국 최초로 간편 결제를 선보이며 주목받았고 2017년 카카오에서 테크핀 사업과 관련한 자산‧부채를 현물 출자 받아 독립 법인으로 분사했다.

숫자로 확인한 카카오페이의 성장세는 예사롭지 않다. 간편 결제 서비스를 선보인 지 1년 만인 2015년 사용자가 500만 명을 기록했고 5년 만인 2019년 3000만 명을 넘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사용자는 3650만 명이고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2000만 명에 육박한다. 한국의 15~64세 인구수가 3700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스마트폰 이용자 대부분이 카카오페이에 가입한 셈이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과 지표 중 하나인 거래액도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2017년 3조8000억원이었던 연간 거래액은 2020년 67조원을 기록해 3년 만에 17.6배 성장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최근 12개월간 거래액은 85조원이다. 대중적 플랫폼인 카카오톡과 인기 콘텐츠인 카카오프렌즈를 활용하는 한편 간편 결제와 투자를 엮은 서비스들을 속속 내놓으며 미래에 주된 소비 계층으로 발돋움할 2030세대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실적 개선도 가파르다. 카카오에서 독립 법인으로 분사한 첫해 카카오페이의 매출은 100억원을 겨우 넘었지만 올해 상반기 2163억원의 매출을 내며 이미 지난해 전체 실적(2844억원)의 76%를 채웠다. 2018년 965억원이던 영업손실은 2020년 179억원으로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26억원을 거두며 창사 후 첫 흑자 전환을 눈앞에 뒀다.

청약도 흥행했다. 일반 투자자 공모주 청약 건수는 182만4364건, 경쟁률은 29.60 대 1을 기록했다. 하반기 IPO 대어로 꼽혔던 카카오뱅크의 청약 건수(186만 건)와 맞먹고 현대중공업(171만 건)보다는 높았다. 청약 증거금은 5조6608억원이었지만 비례 배정 없이 최소증거금(90만원)만 넣으면 되는 100% 균등 배분으로 진행해 이전 대어급 증거금과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 균등 배정은 납입 증거금의 규모와 관계 없이 동일한 수량을 배정한다.

기관투자가 수요 예측에서도 총 1545개 기관이 참여해 1714.4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한 3060억원 규모의 공모주에도 4억원 가까운 자금이 몰렸다.
카카오페이가 10월 25일 온라인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이진 최고사업책임자(CBO), 장기주 최고재무책임자(CFO), 류영준 최고경영자(CEO), 신원근 전략총괄부사장(CSO), 이승효 서비스총괄부사장(CPO).사진=카카오페이 제공
카카오페이가 10월 25일 온라인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이진 최고사업책임자(CBO), 장기주 최고재무책임자(CFO), 류영준 최고경영자(CEO), 신원근 전략총괄부사장(CSO), 이승효 서비스총괄부사장(CPO).사진=카카오페이 제공
규제 이슈에 휘둘릴까
하지만 카카오페이의 상장 후 주가 전망은 증권사마다 제각각이다. 메리츠증권은 카카오페이의 높은 이용자 충성도, 카카오톡 플랫폼에 근거한 네트워크 효과 등을 이유로 카카오페이의 적정 주가를 11만원으로 내다봤다. 반면 KTB증권은 향후 규제 확산 가능성을 고려해 적정 주가를 5만7000원으로 제시했다.

일단 규제 산업 특성상 카카오페이가 규제 이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지난 9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보험 추천 서비스를 중단한 바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상 문제도 여전하다. 카카오페이는 최근 몇 차례 수수료를 인하해 ‘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소한의 운영 비용만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지난 국정 감사에서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로 대표되는 빅테크 기업의 가맹점별 결제 수수료는 신용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와 비교해 최소 1%포인트 이상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제 서비스가 카카오페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수수료 체계가 조정되면 카카오페이의 수익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 개정이 필요해 당장은 수수료 체계가 바뀌지 않겠지만 금융 당국의 수수료 인하 압박이 거세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험·투자·자산관리 경쟁력, 아직은 ‘글쎄’
카카오페이는 이번 IPO를 통해 약 1조53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다. 이를 활용해 내년 초까지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카카오페이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출시,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 등에 집중할 방침이다.

하지만 카카오페이의 도전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장 후 집중 공략한다는 보험·투자·자산관리 분야엔 이미 기존 강자들이 뿌리를 깊숙이 내리고 있다. 올해 말 선보이겠다는 카카오페이증권의 MTS는 기존 증권사는 물론 카카오페이와 타깃 연령층이 겹치는 토스증권이 선제적으로 MTS 서비스를 내놓으며 2030세대를 홀리고 있다. 토스증권은 초보 투자자들이 쉽게 주식 투자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사용자 환경(UI)과 사용자 경험(UX)으로 차별화를 꾀하는 한편 ‘주식 1주 선물 받기’ 등 이벤트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고객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MTS 서비스를 정식으로 오픈한 지 석 달도 안 돼 가입자가 300만 명이 넘었다. 카카오페이가 1년 만에 300만 명(2020년 12월 기준)이 넘은 것과 비교하면 가입자 유치가 가파른 셈이다.

다만 카카오페이증권도 결제 후 잔돈 및 리워드로 투자하는 ‘동전 모으기’, ‘알 모으기’ 등 새로운 투자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그러모으고 있어 반격의 여지는 있다. 실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가입자 수는 최근 반년간 200만 명 가까이 늘어 7월 말 기준 500만 명을 넘어섰다. 또 MTS 공개 후 500만 명이 넘는 사용자들이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추가 계좌 개설 등 불편한 과정을 생략할 계획이다.

내년 초 출범을 계획 중인 디지털 손해보험사(손보사)는 휴대전화 파손 보험, 대리 운전사 보험, 커머스 반송 보험 등 생활 밀착형 보험 상품(미니 보험)으로 공략할 계획인데, 보험업계에서 미니 보험은 소위 ‘돈 안 되는 사업’이다. 앞서 출범해 미니 보험을 팔았던 디지털 보험사 캐롯손해보험과 교보라이프플래닛도 수년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장기‧일반보험 경력자 채용을 진행하는 등 수익이 나는 건강보험에 관심을 두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페이가 디지털 손보사로 당장에 수익을 내기보다는 마이데이터를 통한 자산 관리 서비스를 위해 고객 데이터 확보와 트래픽 빌더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돋보기-인터뷰
김성훈 카카오페이 자산관리팀장
내년 1월 마이데이터 본격 시행을 앞두고 카카오페이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개인 자산 현황 조회, 수입 및 지출 심층 분석에 따른 금융상품 제공 등의 기능을 갖춘 ‘모바일 자산관리 어드바이저’ 역할을 목표로 한다. 카카오페이의 자산관리 서비스 경쟁력에 대해 김성훈 카카오페이 자산관리팀장에게 물었다.

-다른 회사의 자산 관리와 어떤 부분이 차이가 있나.

“카카오페이는 2019년 5월 ‘통합조회’ 서비스를 오픈했다. 당시엔 ‘데이터의 통합’에 가장 많이 고민했다. 개인 자산 관리(PFM)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여러 금융사에 흩어진 자신의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산 관리에선 자산과 지출을 기준으로 자신의 정보를 모아 한 번에 볼 수 있게 서비스를 구성했고 통합 내역 조회를 통해 연동된 모든 금융사의 입출금, 카드 사용 내역 등 금융 거래 내역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볼 수 있게 서비스를 구성했다. 올해 3월 자산 관리 서비스로 대대적인 개편을 거쳤는데 접근성과 시각화에 신경을 썼다. 시각화 분석으로 자산 분석에선 자신의 자산 구성 비율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지출 분석에선 최근 6개월 동안의 소비 내역을 그래프로 파악해 지출에 대한 관리도 쉽게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구성했다. ‘버킷리스트’ 서비스를 통해 단순히 자신의 금융 정보를 볼 수 있는 서비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의 금융 습관을 형성할 수 있는 서비스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했다. 버킷리스트는 목표를 정하고 원하는 금액과 주기만 설정하면 돈을 모으기 시작, 작은 목표부터 시작해 종잣돈을 모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금융 리포트를 통해 소비 카테고리 분석 등 카카오페이의 데이터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모르던 자신의 소비 습관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데이터 분석을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를 통해 얻게 된 수익 정보, 친구들과 송금한 내역 등을 제공한다.”

-디자인 관점에서 어디에 중점을 뒀나.

“딱딱한 금융을 말랑말랑하게 느낄 수 있도록 문장부터 이미지까지 논의하며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사용자들이 얼마나 쉽고 이해가 잘 될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실험해 보고 있고 실패와 성공을 거듭하면서 서비스를 발전시키고 있다. 또 사용자의 금융 정보 등 민감 정보를 제공 받는 서비스인 만큼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프로세스들이 있는데 이런 과정들을 지루하지 않게 느끼도록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사용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들은 명료하게 보여주되 생동감 있는 마이크로 인터랙션이나 이미지 제작에 힘주고 있다.”

-협업과 아이디어를 효율적으로 모으는 노하우가 있나.

“카카오페이의 조직 구조는 크게 같은 직군이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능 조직과 서비스 기획자(PM)·디자이너·개발자들이 하나의 팀으로 묶여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하기 위한 목적 조직으로 구분돼 있다. 자산 관리 파티는 서비스를 담당하는 부서로, 목적 조직으로 조직을 운영한다. 마이데이터 기반으로 개편될 자산 관리 서비스도 기존과 같이 다양한 직군들이 함께 더 좋은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마이데이터가 시행되면 어떤 변화가 있나.

“스크래핑(데이터 자동 추출) 기반으로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아무래도 데이터의 정확도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마이데이터로의 전환 시 금융사가 제공하는 적요 및 가맹점 명을 통해 좀더 정확한 데이터 분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 소셜 데이터를 이용한 차별화 등을 통해 마이데이터 기반 자산 관리 서비스를 준비할 예정이다. 정적인 현재의 데이터 분석에서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는 사용자의 타임라인 기반의 데이터 분석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