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 대상 명확히 파악하고 사람들의 부정적인 감정도 고려해야

[강함수의 레드 티밍]
유나이티드항공의 항공기.  사진=연합뉴스
유나이티드항공의 항공기. 사진=연합뉴스
명성 리스크는 사건 자체로 발생하는 재무적·물질적 피해와 구분된다. 회사 공장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생긴 피해 손실이 아니다.

회사가 화재에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과 관련이 있다. 명성 리스크가 최근 많이 언급되는 이유는 사건 사고 현장에서 기업의 조치와 대응 모습이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외부에 알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17년 4월 9일 미국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켄터키 주 루이빌로 향하는 유나이티드항공은 오버 부킹으로 자사 승무원 4명을 탑승시키지 못해 800달러와 호텔 숙박권을 제시하며 탑승객 중 다음 항공편을 이용할 자원자를 찾았다.

한 명도 지원하지 않자 항공사는 강제로 4명을 선발해 하차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항공사가 공항 경찰을 동원해 승객을 폭력적으로 강제 퇴거시키는 영상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공개됐고 사람들은 분노를 표출했다.

미국 백악관 온라인 청원 사이트인 ‘위더피플’에 이 문제를 조사해 달라고 청원한 사람이 20만 명을 넘어섰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항공사 대표가 사과문을 올렸지만 당시 승무원의 조치는 정당했다는 뉘앙스의 메시지를 담아 더욱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 때문에 며칠 동안 유나이티드항공의 시가 총액은 2억5500만 달러(약 3000억원) 증발했다.

명성 관리 실패, 재무 손실로 이어져

‘기업 생존을 좌우하는 명성 경영 전략’을 쓴 헬리오 프레드 가시아 뉴욕대 교수는 “기업의 부정적인 평판이 예전처럼 잠깐 입소문으로 퍼지고 마는 것이 아니라 그 평판이 기업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이것이 실제 재무 손실로 이어진다”며 “말 그대로 평판이 곧 돈인 시대”라고 말했다.

명성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리더는 무엇을 고려해 의사 결정을 해야 할까. 첫째, 명성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커뮤니케이션 대상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사과한다면 누구에게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살펴야 한다.

항공사는 피해자였던 승객이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지도 않고 최고경영자(CEO)가 먼저 공개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했다. 명성 리스크는 발생한 사건과 직접적으로 관여되지 않은 사람들이 회사가 어떤 조치와 행동을 하는지를 보면서 형성된다.

피해를 본 사람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위기 사건과 사고에 직접 관여된 이해관계인을 먼저 고려하지 않고 미디어를 통해 사과하거나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강조하는 것은 책임감 없고 비윤리적 행위라는 인식만 강화한다.

리스크가 생긴 근원지에 대해 어떤 조치와 행동을 취할 것인지를 먼저 내부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둘째, 첫 대응 커뮤니케이션은 사람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고려해야 한다. 이성적 기준으로 책임 소재를 따지거나 충분한 현장 정보를 확보하지 않고 상황 판단을 섣불리 해서는 안 된다.

상황 설명을 승객에게 충분히 했고 오버 부킹에 대한 내부 원칙을 기준으로 대응했지만 그 과정에서 승객이 다친 것이라는 항공사 측의 메시지는 승객을 폭력적으로 퇴거시키는 영상을 본 사람들의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

셋째, 기업 비전과 가치, 조직 문화가 상호 연결되도록 평상시 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당시 현장에서 고객을 끌어내는 결정은 누가 한 것일까. ‘사람을 연결하고 옳게(Right), 친절하게(Friendly), 함께(Together) 비행한다’는 문장은 유나이티드항공의 비전과 가치다.

이런 가치가 당시 승객을 끌어내고 폭력을 행사한 직원의 행동과 연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접하는 명성 리스크 관련 사건 사고는 결국 기업이 가치와 비전을 제대로 공유하지 않고 관리되지 않는 조직 문화로 야기되는 경우가 많다.

대니얼 골먼은 저서 ‘투명성의 시대’에서 투명성은 정직, 성실, 도덕성, 완전한 공개, 법의 준수, 상호 공정을 포괄하는 단어라고 말한다. 정보기술(IT)과 소셜 미디어는 이 투명성을 강화했다.

관습적이면서 비합리적인 문화 요소, 조직 내부의 비윤리적 태도, 성희롱과 같은 대중의 도덕적 기준을 벗어나는 일, 횡령 등의 비리 등이 탄로나는 일이 비일비재해질 것이다.

명성 리스크 발생 가능성은 더 높아진 만큼 리더는 명성 리스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을 더 세밀하게 파악해야 한다.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