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가치…산업 내 변동성 커질수록 1위 기업의 독점적 기술과 협상력 믿어야

[돈 되는 해외 주식]
사진=이재용(오른쪽 둘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10월 13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의 ASML 본사를 찾아 극자외선(EUV)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사진=이재용(오른쪽 둘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2020년 10월 13일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의 ASML 본사를 찾아 극자외선(EUV)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ASML은 세계에서 가장 큰 반도체 장비 기업이다. 반도체를 더 작게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공정이 노광 공정인데, ASML은 특히 최신 노광 공정의 핵심 기술을 독점하고 있다. 향후 최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나 자율주행 반도체는 ASML의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는 생산할 수 없다.

지금은 반도체의 중심이 미국으로 많이 건너왔지만 유럽에서는 네덜란드의 필립스와 독일의 지멘스를 중심으로 반도체가 성장해 왔다. 네덜란드에는 ASMI라는 글로벌 10대 장비 업체도 있다. ASML은 ASMI와 필립스의 합작으로 태어난 장비 회사다.

ASML의 주가는 올해 초부터 꾸준히 상승했지만 10월 들어 테크 기업들의 주가 조정과 함께 하락했다. 이번 조정은 지난 3월과 5월에 이어 셋째 주가 조정으로, 올해 조정 국면은 약 2~4주에 걸쳐 20% 조정을 거쳤다. 연속되는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속에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올해의 주가 조정은 정보기술(IT) 수요 부진이나 금리 인상과 같은 거시 환경의 변화와 관련이 있었던 반면 반도체 장비에서 ASML의 독점적 지위는 흔들림이 있었던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 ASML
향후 살펴볼 이벤트로는 산업 이슈와 반도체 기술 이슈 등 두 가지로 나눠 생각해 봐야 한다. 먼저 산업 이슈로는 미·중 무역 분쟁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주권 문제 그리고 주로 중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IT 수요 둔화 우려를 꼽을 수 있다.

미국 등 각 지역에서 반도체 생산 거점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가시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2024년 이후 삼성전자나 TSMC가 미국 현지에 장비 투자를 시작할 것이고 이는 ASML의 매출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올해 하반기 이후 중국 IT 수요의 하향 조정이 일어나면서 반도체 생산과 투자가 둔화될 우려도 있다. 이 두 사안은 향후 반복적으로 ASML의 주가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반면 기술적으로는 극자외선(EUV) 장비가 여전히 반도체의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인지, 현재 파운드리 중심으로 사용되는 EUV가 메모리로 확대되고 고객사도 확장될 것인지가 중요하다.

지난 9월 29일 열린 인베스터 데이에서 ASML은 D램으로의 확장과 고객사의 확장을 통해 EUV의 중기 생산 계획을 2025년 64기에서 75기로 추가 상향 조정했다. 미세 공정 전환에서 EUV가 유일하며 가장 효과적 대안이라는 점을 상기해 줬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변화와 기술은 모두 복잡하고 어렵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수요 공급과 같은 사업 상황은 항상 변화하는 반면 독점적 기술 우위와 산업 내 협상력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ASML 주식의 투자 방식은 변화에 주목해 악재가 반영됐을 때 사고 호재가 반영됐을 때 파는 등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는 방법과 변하지 않는 투자 포인트에 주목하고 예측하기 힘든 변수를 극복하기 위해 장기 투자하는 방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지금처럼 산업 내 변동성이 커질수록 변하지 않는 ASML의 독점적 협상력에 포인트를 잡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한편 ASML의 2021년과 2022년 주가수익률(PER)은 각각 49배, 40배로 세계 10대 반도체 장비 업체 중 가장 높다. 하지만 ASML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대표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높은 플랫폼이나 바이오 업체들과는 구분된다. 플랫폼 업체들은 규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반면 ASML의 기술은 각 국가에서 보호받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종욱 삼성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