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수 KB생명 사장, 적자 전환에 3연임 빨간불
농협·하나손보, 수익성 개선으로 연임 가능성

[비즈니스 포커스]
그래픽=송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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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연말부터 내년 초 사이 교보생명을 비롯해 KB생명·하나손해보험·NH농협손해보험·동양생명 등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대부분 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양호한 성적표를 기록한 데다 통합·신사업 추진, 모회사 이슈 등 각 사의 사정에 따라 연임을 통한 안정을 택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대형 생명보험사 CEO 중에선 윤열현 교보생명 사장이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업계는 윤 사장의 연임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올해 실적이 좋은 데다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컨소시엄과 풋옵션 관련 법적 분쟁이 진행 중인 내부 사정에 따라 변화보다 안정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다.
호실적으로 대부분 연임 분위기
그래픽=배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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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년생인 윤 사장은 1982년 교보생명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정통 ‘교보맨’이다. 강남FP지역본부장·채널기획팀장·신영업지원팀장을 거쳐 2013년 마케팅담당 부사장을 지냈다. 2018년 1월 상임고문으로 현업에서 한 발 물러나 있다가 2019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경영 일선에 전격 복귀했다. 교보생명이 사장을 선임한 것은 2013년 이후 6년 만이었다.

윤 사장은 영업과 기획 능력을 두루 겸비한 야전 사령관으로 꼽힌다. 부임한 첫해 대부분의 생명보험사 순익이 급감한 가운데서도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해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순이익(4778억원)이 전년보다 28% 정도 줄어들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지만 올해 다시 실적 반등을 이끌었다. 교보생명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한 6104억원으로 지난 한 해 순이익을 훨씬 웃돌았다. 안정적인 보험 영업과 효율적인 자산 운용에 힘입었다는 분석이다.

교보생명은 올해 3월 편정범 대표이사 사장을 새롭게 선임하고 ‘3인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현재 신창재 회장이 전략기획, 윤열현 사장이 경영지원 및 자산운용, 편정범 사장이 보험사업 및 디지털 전환 경영을 맡고 있다.

허정수 KB생명 사장은 올해 12월 임기가 만료된다. 허 사장의 연임에 대해선 실적 부진과 푸르덴셜생명 통합 등의 이유가 겹치며 여러 전망이 나온다.

우선 그는 2018년 1월 대표에 올라 2년 임기를 채우고 두 차례의 연임에 성공하며 임기를 꽉 채운 상태다. 통상 업계는 계열사 CEO에 대해 기본 임기 2년에 연임 시 1년의 임기를 추가하는 ‘2+1’ 형태가 보편적인데, 허 사장은 ‘2+1’ 관행을 깨고 둘째 연임에 성공했다. 그런데다 올해 KB생명은 KB금융지주 보험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저조한 실적을 올렸다. 보험 계열사인 KB손해보험의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692억원, 푸르덴셜생명은 2556억원을 기록한 반면 KB생명보험은 전속 채널을 없애고 법인 보험 대리점(GA) 채널로 정비하는 과정에서 일시적 손실이 발생해 181억원의 순손실이 났다.

다만 푸르덴셜생명과의 통합 작업에 허 사장이 적임자로 꼽히고 있는 만큼 3연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8월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한 후 9월부터 그룹 경영 실적에 포함시켰지만 기존 자회사인 KB생명과 합치지 않고 독립 조직 형태로 운영해 왔다. KB금융 내 재무통이자 인수 후 통합(PMI) 전문가로 통하는 허 사장이 성공적인 통합을 위한 ‘키맨’으로 활약할 가능성이 있다.

허 사장은 1990년 KB국민은행에 입사한 뒤 재무본부 본부장을 거쳐 KB손해보험 경영관리부문 부사장, KB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를 지냈다. KB금융이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과 현대증권(현 KB증권)을 인수했을 때 PMI 작업을 담당했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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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최창수 NH농협손해보험 사장은 재신임이 예상된다. 최 사장은 보장성 보험 등 장기 보험 중심의 상품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1년 만에 수익성을 큰 폭으로 개선하는 데 성공하며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NH농협손해보험에서 취급하는 정책 보험인 농작물재해보험은 상품 특성상 기후의 영향을 받아 손해율 관리가 어려워 사업성이 떨어졌다. 정책 보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 사장은 보장성 보험 비중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 결과 최 사장의 취임 첫해인 2020년 NH농협손해보험은 순이익 463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68억원에 불과했던 회사의 순이익이 불과 1년 만에 580.9%(395억원) 증가한 것이다. 올해도 견조한 성적표를 내고 있다. 상반기에만 지난해보다 많은 573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고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8.2% 증가한 876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나손해보험 초대 대표인 권태균 사장도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취임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디지털 손해보험사 전환을 위한 첫 단추를 잘 끼웠다는 평가다. 앞서 하나금융은 지난해 2월 교직원공제회가 보유했던 더케이손해보험의 지분 70%를 770억원에 인수, 6월에 하나손해보험을 공식 출범했다. 자동차보험 중심이던 사업구조를 탈피,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변신을 선언한 바 있다.

우선 자동차 보험 손해율 개선이 주효했다. 하나손해보험은 과거 판매한 자동차 보험의 비율이 높은데 지난해와 올해 꾸준히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하락하면서 보험 영업 손실 폭이 감소했다. 올해 1분기 흑자로 돌아선 후 3분기 누적 순이익 5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순손실(56억원)과 비교해 안정적인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권 사장은 디지털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 등 디지털 손해보험사 전환을 위한 기틀을 다져 가고 있다. 하나손해보험은 디지털 전략본부를 디지털 전략본부와 상품업무본부로 분리하고 남상우 하나금융파인드 대표를 새로운 디지털 전략본부장에 선임했다.

권 사장은 원데이 플랫폼 고도화를 추진 중인데, 인슈어테크 플랫폼 ‘굿리치’를 성공적으로 경영한 남 본부장의 경험을 살려 디지털 손해보험사에 걸맞은 플랫폼을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권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다만 하나금융지주의 정기 인사가 올해 말 예정돼 있어 이때 연임 여부가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모회사 매각 이슈로 뒤숭숭한 외국계 보험사
그래픽=배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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뤄젠룽 동양생명 대표와 시예저치앙 ABL생명 대표 모두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업계에선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3연임에 성공한 뤄젠룽 대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동양생명은 순이익 1286억원으로 전년 대비 14.5% 성장했고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1.1% 증가한 1461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한 해 순이익을 훨씬 웃돌았다. 저축성 보험 위주였던 상품 포트폴리오를 보장성 보험 판매 위주로 변경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뤄젠룽 대표는 중국 안방보험이 2015년 9월 동양생명을 인수한 이후 동양생명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거쳐 2018년 대표에 올랐다. 그는 안방손해보험 재직 시절 지사 총경리와 본사 총경리보조를 거치며 자금 관리 전문가로 꼽히고 있다.

2019년 취임한 시예저치앙 대표의 3연임도 예상된다. ABL생명은 2019년 749억원의 적자가 발생했지만 지난해 959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또 중국 정부가 최근 다자보험의 새 주인 찾기에 난항을 겪으면서 다자보험의 자회사인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변화보다 안정을 택할 것이란 관측이다. 다자보험 지분 98.8% 매각을 추진 중인 중국 재정부 산하 중국보험보장기금(CISF)은 10월 26일 3차 공개 경매 입찰 종료 후 아직 어떠한 공식 방침도 내놓지 않고 있다.

보험업권의 유일한 여성 CEO인 조지은 라이나생명 사장은 한 번 더 라이나생명을 이끌게 됐다. 라이나생명은 10월 27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올해 연말 임기 종료를 앞둔 조 사장의 연임을 확정했다.

최근 라이나생명의 모그룹이었던 시그나그룹이 회사를 처브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조 사장의 역할이 더 막중해졌다. 대주주 변경에 따른 조직 혼란과 노사 간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사업을 이끌어 가야 하는 과제를 마주하게 됐기 때문이다.

1975년생인 조 사장은 지난해 라이나생명 대표직에 오르며 손병옥 전 푸르덴셜생명 사장에 이어 업계 둘째 여성 CEO이자 보험업계 최연소 대표이사가 됐다. 그는 지난해 강점이던 텔레마케팅(TM) 채널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보험료 수익을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라이나생명의 지난해 순익은 3572억원으로 전년(3510억원) 대비 소폭 늘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