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아이빌리지·LF몰, 생필품·음향 기기 등 판매 품목 다각화 나서
[비즈니스 포커스] 지난 10월 25일 김창열 작가의 오리지널 미술품 ‘회귀 2016’이 공개된 지 1시간도 안 돼 판매됐다. 이날 ‘회귀 2016’이 판매된 곳은 미술품 경매장도, 한국 최대 미술 장터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도 아니었다. 이 작품이 팔린 곳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사몰 에스아이빌리지다. 5500만원이라는 최고가에 판매돼 미술품을 향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에스아이빌리지는 10월 25일부터 30일까지 열린 ‘쓱데이’를 맞아 총 118점의 미술품을 판매했다.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미술품을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이번 판매도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는 후문이다.
옷만 팔아서는 뒤처진다는 판단을 내린 것일까. 신세계인터내셔날과 LF가 운영하는 온라인 패션몰이 미술품·생필품·음향 기기 등으로 판매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는 곧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곳곳에 침투하겠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씨마을’의 최고가 상품은 명품 아닌 미술품
일명 ‘씨마을’로 불리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에스아이빌리지는 지난해 10월 업계 최초로 온라인을 통한 미술품을 판매했다. 당시 수천만원이 넘는 최영욱 작가의 달항아리 작품 여러 점이 모두 판매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올해 ‘쓱데이’에도 미술품 판매를 이어 갔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이번 판매를 위해 서울 옥션에서 론칭한 미술 대중화 브랜드 프린트베이커리와 손잡고 김창열·이우환·장마리아·유선태·카우스·시오타 치하루 작가의 오리지널 작품과 프리미엄 에디션을 에스아이빌리지에서 단독 공개했다”고 밝혔다.
김창열 작가의 오리지널 미술품 ‘회귀 2016’은 에스아이빌리지에서 지금까지 판매된 모든 제품 중 최고가인 5500만원에 팔렸다. 올해 초 김창열 작가가 타계하면서 그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진 상황이었다. 이 밖에 이우환 작가의 2009년 오리지널 작품 ‘무제(Untitled)’가 4500만원에 판매됐고 1200만원짜리 시오타 치하루의 2019년 작품 ‘인 보스 핸즈(In Both Hands)도 순식간에 판매됐다. 장마리아 작가의 ‘인 비트윈(In Between)’도 1000만원에 판매됐다. 최영욱·박서보·무라카미 다카시 등 유명 작가의 리미티드 에디션이 수백만원에 판매돼 미술품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엿 볼 수 있었다.
‘럭셔리 온라인몰’을 지향하고 있는 에스아이빌리지는 미술품뿐만 아니라 각종 ‘럭셔리 제품’의 판매를 늘리고 있다. 조선호텔의 이불·베개 등 최고급 침구류와 함께 모던 가구를 대표하는 브랜드 ‘허먼밀러’의 의자와 테이블, 프리미엄 피트니스 기구 브랜드 ‘테크노짐’의 운동 기구도 만나볼 수 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오리지널 조명 제품을 판매하는 편집숍 ‘라잇나우’도 입점돼 있다. 여기에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보스’, 세계적인 음향 브랜드 ‘뱅앤올룹슨’의 음향 기기와 모든 공정을 수제작으로 만드는 고급 에스프레소 머신 ‘라마르조코’의 제품도 판매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경쟁사와 차별화된 상품 구성과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 판매를 통해 에스아이빌리지가 최고의 럭셔리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 몰 다각화로 소비자 직접 만난다
2010년 출범한 LF의 LF몰도 패션몰을 벗어나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전문 몰’을 지향하고 있다. LF몰은 별도의 리빙 전문관 운영으로 고급 리빙 상품군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LF몰에는 침구·홈데코·쿡웨어·테이블웨어·가구·계절가전·주방가전·생활용품·욕실용품 등 총 4000여 개의 리빙 브랜드가 입점돼 있고 관련 리빙 아이템만 30만 개에 육박한다. LF 관계자는 “에르메스·마이센 등 최고급 프리미엄 테이블 웨어 상품군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는 등 인기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LF몰은 그간 외부 패션 브랜드와 뷰티 브랜드 위주로 상품군을 재편해 왔다. 2018년 3월 리빙관을 오픈, 영국 주방 용품 브랜드 ‘조셉조셉(Joseph Joseph)’을 비롯한 리빙 제품을 입점시키는 등 패션 뷰티를 넘어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전문 쇼핑몰로 도약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그뿐만 아니라 고객들의 관심도와 수요를 적극 반영해 상품 다양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럭셔리 브랜드 제품 구매가 대중화됨에 따라 에르메스·구찌·티파니앤코 등 초고가 브랜드 액세서리 제품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색적인 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안전 자산인 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LF몰은 작년 하반기부터 목걸이·반지·골드바·순금카드 등 한국금거래소의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LF몰 내에서 순금 상품을 포함한 주얼리 카테고리의 2020년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11.25g의 3돈 골드바 제품은 재테크 목적뿐만 아니라 선물용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다는 후문이다.
업계에서는 패션몰들이 다양한 제품군을 판매함으로써 소비자들을 한 플랫폼에 몰아넣는 이른바 ‘락인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말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미술품·고가품 판매를 통해 에스아이빌리지를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색다른 경험과 고급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고가품 판매를 늘림으로써 럭셔리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들이 에스아이빌리지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동시에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D2C(Direct to Consumer)’ 전략도 추구할 수 있다. 최근 온라인 패션 플랫폼과 이커머스가 의류와 생필품의 판매를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기업 패션몰들은 이들에게 의존하기보다 자사 몰의 판매 품목을 늘림으로써 소비자를 직접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패션업계에서는 D2C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이와 같은 전략을 취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2019년 아마존 입점을 중단하고 자사 몰을 통해 고객을 모았고 큰 성공을 거뒀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몰들이 자체 브랜드는 물론 다양한 품목과 외부 브랜드를 입점시킴으로써 외부 플랫폼의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며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향후 패션몰 자체의 가치도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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