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기대감에도 주가는 하락 중…항만 정체로 인해 고운임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듯
[비즈니스 포커스] ‘흠슬라(HMM+테슬라)’라고 불리며 고공 행진하던 HMM의 주가에 파란불이 켜졌다. 지난 5월만 해도 5만원대를 찍었던 주가는 2만원 중반대로 하락한 상황이다.시장에서는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의 전환사채 주식 전환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매도에 전환사채까지…몸살 앓는 HMM
HMM은 올해 들어 급격히 상승한 해상 운임과 그간 발주했던 초대형 컨테이너선들의 투입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서 높은 실적을 일궜다. 주가 상승세도 가팔랐다. 지난 5월 28일에는 최고점인 5만1100원을 찍기도 했다.
실적은 여전히 긍정적으로 전망되지만 최근 HMM의 주가는 2만원대로 떨어진 상황이다. 11월 3일 HMM의 종가는 2만6750원으로 마감됐다. 고점 대비 40% 이상 하락한 것이다.
HMM의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것은 하반기를 지나면서부터다. 물류 대란이 절정을 이뤘던 때 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HMM은 전면 파업 위기를 겪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9월부터 HMM이 삼성전자·네이버 등과 함께 개인 투자자들이 다수 보유한 주식으로 꼽히면서 공매도 비율이 높아진 것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설상가상으로 해진공이 가진 HMM의 전환사채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한다고 밝히면서 HMM 주가는 2만원대로 급락했다.
해진공은 10월 26일 보유 중인 HMM 영구 전환사채(CB) 6000억원어치에 대해 주식 전환 청구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전환사채는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채권이다. HMM은 앞서 해당 CB에 대한 조기 상환 청구권을 행사했지만 해진공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HMM은 대량의 신주 발행이 불가피해졌다.
해진공은 2017년 HMM에 부족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자본 확충을 지원하기 위해 HMM이 2017년 3월 발행한 6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인수했다. 2017년은 한국 해운 시장이 큰 위기를 겪던 시기였다. 한진해운이 파산했고 HMM도 경영난을 겪으며 자본 잠식이 발생하고 신용 등급도 하락했다. 이로 인해 KDB산업은행이 혈세를 투입했고 HMM의 대주주는 현대그룹에서 KDB산업은행으로 바뀌었다. 해진공도 정책적 지원을 통해 자금을 지원했다.
HMM 공시에 따르면 전환 청구 대상 주식 수는 8364만7009주다. 주당 전환가액은 7173원으로, 지난 10월 26일 HMM 종가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번 조치로 HMM의 최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전체 지분의 20.68%를 갖게 됐다. 해진공은 2대 주주로서 19.96%를 갖게 됐다.
일반적으로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주가는 하락한다. 주식 수가 증가해 기존 지분 가치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도 HMM의 목표 주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했다. 신영증권은 HMM의 주가를 2만7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주가가 하락하자 HMM 소액 주주들은 해진공의 이번 결정에 대해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고운임 당분간 지속 vs 신중한 접근 필요
그간 HMM의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높은 운임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은 사이 선사들은 물동량의 하락에 대비해 공급을 감축했다.
빈 선박을 찾기가 어려워지자 자연스럽게 운임이 올랐다. 화주들은 물량을 제때 보내지 못해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이에 따라 HMM도 임시 선박을 투입해 중소 화주들을 도왔다.
전 세계 각국이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아직까지 항만 정체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고운임 기조도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시기와도 관련이 있다. 연말을 앞둔 기업들이 물량을 밀어내고 있고 북미 등의 홀리데이 시즌을 앞두고 물동량이 증가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10월 다섯째 주 상하이항운거래소 종합운임지수(SCFI)는 4567로 전주 대비 16포인트 감소했다. 조금 하락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아시아~유럽 항로는 1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당 7693달러로 전주보다 27달러 상승했다. 올해 최고치인 7714달러보다는 못하지만 고운임을 유지하고 있다. 미 서안 항로도 1FEU(1FEU는 40피트 컨테이너 1대)당 6414달러로 전주보다 71달러 올랐다. 반면 미 동안 항로는 1FEU당 10454달러로 전주 대비 90달러 하락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운임지수는 약보합세이지만 하락세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원양 항로를 중심으로 운임이 하락했지만 항만 정체로 인한 공급 제약으로 고운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반면 운임 추이를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엄경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요 얼라이언스의 골든위크 공급 조절에도 운임이 하락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비수기 마무리 시점인 2022년 1분기까지 두고 봐야 하는 국면”이라고 분석했다.
어쨌거나 3분기에도 여전히 고운임 기조를 유지했던 해운 시장 덕분에 HMM의 실적은 긍정적으로 예측되고 있다. 증권가는 HMM의 3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대를 넘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신영증권은 HMM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2조9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6.6%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2.6% 증가한 3조8258억원으로 전망했다. 엄경아 애널리스트는 “3분기는 분기 실적 기준 최고 수준이 될 것이고 4분기에도 재차 최고점을 경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해운주의 저평가를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이 고운임으로 실적과 주가가 동반 상승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연내 상장을 계획했던 원양 선사 SM상선은 기업공개(IPO) 추진을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SM상선은 11월 3일 “1~2일간 기관투자가 수요 예측을 진행했지만 최근 고전하고 있는 공모주 시장의 분위기와 피어(PEER) 그룹 및 해운주의 주가 정체로 SM상선 공모주에 대한 시장의 가치 평가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며 주간사 회사인 NH투자증권과 협의해 향후 IPO 일정을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SM상선은 운임 상승으로 인한 선사들의 수익성 개선에도 불구하고 해운 시황 피크아웃에 대한 과도한 우려, 공모주 시장 수요 감소, 국내외 증시 우려로 적절한 가치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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