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조서의 한계 반드시 염두…명도 지체에 따른 위약금 약정 등 기재 필요

[법으로 읽는 부동산]
주의해야 할 제소전화해의 효력과 한계[최광석의 법으로 읽는 부동산]
부동산 임대차 과정에서 ‘제소전화해(민사 분쟁이 생겼을 때 소송까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송 전에 법관 앞에서 화해를 성립시키는 절차)’를 하는 경우가 많다. 임대차 계약서 내용을 기계적으로 반영하는 것으로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다음과 같은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화해조서의 효력과 한계를 고려해 보다 신중하게 처리될 필요가 있다.

의뢰인 A 씨는 건물 전체를 10년 가까이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에게 임대하면서 일정 기간마다 연장된 임대차 계약서를 바탕으로 계속 제소전화해를 해왔다.

건물 전체 임대에 월차임도 3000만원대로 적지 않았기 때문에 제소전화해조서를 해 둘 필요성은 매우 컸다. 필자는 의뢰인을 위해 임대차 계약서 검토는 물론 제소전화해 절차도 줄곧 담당했다.

그런데 약 10년 동안 별문제 없이 임대차 계약 진행 중 차임 연체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임대인의 여러 차례 부탁과 경고에도 불구하고 임대차 기간 내내 임차인은 습관처럼 2~3개월씩 차임 연체를 해왔다.
발생 가능한 명도 지연에 대비해야이를 참다 못한 임대인이 결국 계약 해지를 통고하고 계약 연장을 허락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다. 계약 해지 통고 직후 임대차 계약 만기도 겹쳐 있어 임차인으로서는 명도하는 것이 마땅했다. 하지만 장기 입원 환자들이 많다는 이유로 자진 명도를 거부하면서 결국 제소전화해조서에 기한 명도 집행 절차까지 들어가게 됐다.

법적으로는 화해조서에 기한 집행이 바로 가능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병원의 수많은 입원 환자들 때문에 집행관이 적극적인 집행을 꺼리면서 이런저런 보완 대책을 임대인 측에 요구하는 바람에 집행이 장기간 미뤄지게 됐다.

집행관이 요구한 보완 대책이라는 것이 집행 이후 환자들을 이송할 다른 병원을 확보하라는 등 사실상 임대인이 대응하기 힘든 조건이었다.

채무자가 인수하지 않을 경우 집행 대상 물건을 보관할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채권자인 임대인의 책임이지만 환자가 물건이 아니라는 점에서 집행관의 이런 보완 요구는 납득하기 어려웠다.

적절하지는 않지만 임차인에게 집행 유예 기간을 주면서 자연스럽게 입원 환자 감소를 유도해 집행 과정에서의 불상사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집행관의 계산이 숨어 있다고 판단됐다.

이런 상황에서 임대인으로서는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임 연체로 인한 계약 해지 내지 임대차 기간 만료 등 더 이상 점유할 권원이 없음이 명백한 상황에서 제소전화해조서를 받아두면 판결 없이 신속히 집행이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임대인 관점에서 위로 되는 부분은 명도 지체에 따른 충분한 보상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임대차 계약을 하면서 명도 지연에 따른 차임 상당의 위약금을 임대차 계약서에 넣었고 이 내용이 제소전화해조서에 기재되면서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된 것이었다.

결국 임대인으로서는 늦어지는 명도 집행 시간만큼 월차임과 별도로 그 상당의 위약금까지 받을 수 있어 적어도 금전적으로는 충분한 보상이 가능했다.

실제로 1년 이상 진행된 준재심재판 도중 임대인은 제소전화해조서에 기한 임대료와 위약금을 임차인 병원 건강보험금청구권에 대해 여러 차례에 걸쳐 채권 압류 및 추심 명령 절차를 진행해 보험 급여를 직접 받는 방법으로 성공적으로(?) 집행할 수 있었다.

병원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명도 집행 자체는 늦어지고 있지만 명도 지연에 따른 위약금 약정 때문에 임대인은 명도 지체에 따른 부담을 덜 수 있고 반대로 임차인은 최대한 명도를 서두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셈이다.

이런 위약금 약정이 임대차 계약서에만 머물러 있게 되면 재판을 통한 위약금 감액 여지가 있지만 화해조서로 명문화되면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돼어 다투기가 거의 어려워진다. 다툼의 방법으로 준재심절차가 있지만 준재심 사유가 극히 한정적이어서 사실상 다투기가 거의 어려워진다.

일반 판결 절차에 비하면 제소전화해의 절차는 매우 간단하게 처리되고 있음에 반해 성립 후 화해조서에 부여되는 효력은 판결에 준하기 때문에 이를 다투는 방법도 확정된 판결에 대한 그것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어 사실상 다툴 방법이 없는 셈이다.

제소전화해 절차의 위력과 한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사건에서는 보는 바와 같이 ‘제소전화해조서상 명도 조항으로 판결 없이 신속히 집행 가능하다’고 단순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화해조서의 한계를 염두에 두고 명도 지체에 따른 위약금 약정을 임대차 계약서에 넣어 이를 화해조서에도 반영함으로써 향후 집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명도 지연의 가능성에 충분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

최광석 로티스 법률사무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