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사명·윤리 규범에서 명성 관리 시작
조직 문화도 감사 필요

[강함수의 레드 티밍]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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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과의 약속, 사람은 회사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이자 자원입니다. 회사는 ‘기업은 곧 인간’이라는 창업 이념 아래 임직원이 각자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며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어느 기업 홈페이지에 적힌 사명이다. 대부분 기업 홈페이지에 처음 쓰여 있는 경영 이념, 비전, 가치, 지속 가능성, 윤리 경영 등의 텍스트는 거의 유사한 언어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필자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그 의미를 받아들이고 해당 기업을 더욱 신뢰할지 궁금하다. ‘아름다운 기표(記標)’로만 멋지게 적어 놓은 기업이 점점 많아지는 것은 아닌지, ‘진정한 기의(記意)’로서의 의사 결정, 조직 운영, 조직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은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 참고로 이 글은 대한항공의 사명이다.

비전·사명과 조직 문화 연결돼야

올해 5월에는 판교 소재의 모 기업 직원이 자택에서 자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원인이라는 정황이 속속 밝혀지면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조직 문화의 문제점, 비슷한 피해를 주장하는 또 다른 직원의 사례 등이 올라왔다.

언론은 연일 관련 기사를 게재했고 회사 노조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국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기업의 홈페이지 ‘기업 윤리 규범’에 들어가면 “모든 임직원을 능력과 성과에 따라 합리적으로 대우하며 차별 없이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산업계의 화두가 되면서 기업마다 이해관계인의 신뢰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다루고 있고 이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실제 기업의 행동이나 의사 결정, 조직 운영 등 모든 것이 그것과 전혀 연결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의 이런 ‘다짐’이 ‘화석’이 되지 않으려면 우선 비전과 사명이 기업 조직 문화에 어떻게, 얼마나 연결돼 있는지 평소 주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조직 문화 감사(audit)를 실행해야 한다.

이것은 내부 구성원에 대한 경청과 연결된다. 회사 비전과 사명, 기업 윤리 규범을 업무 현장과 조직 운영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지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다. 주기적으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둘째,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단계적인 개선 방안을 수립하고 우선 순위를 정해 실행해야 한다. 이때 각 조직이나 부서의 책임자들이 모여 내용을 살피고 의견을 나누는 게 좋다. 회사의 변화, 성장을 위한 논의의 자리로 집단적 접근이 필요하다.

시작점은 기업의 비전과 사명의 가치가 조직 전반에 연결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데 그가 변화를 일으키고 개선해 나가야 할 주체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조직의 리더들이 비전과 사명을 수시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반복적으로 강조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경영 의사 결정, 조직 문화, 개인의 판단 모두가 한 방향으로 연결된다.

영업 사원이 현장에서 금품을 받지 않아야 하며 팀장이 사원에게 부당한 업무 지시를 하지 않는 것은 개인의 윤리나 도덕성만의 영역이 아니다. 회사의 명확한 가이드, 조직 문화의 감시가 분명할 때 빈틈이 생기지 않는 법이다.

“약속을 이행하자”, “공정하고 정당한 행위를 하자”는 상식적인 말이다. 기업에는 상식적인 것을 할 수 없는 수만 가지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지금이 투명성의 시대라는 것을 모르는 리더는 없을 것이다. 감추려고 해도 감출 수 없는 환경이다.

평소 리더의 언어와 행동이 기업의 사명에 어떻게 일치되고 있는지, 무엇을 개선하고 노력해 나가야 할지 끊임없이 묻고 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명성 관리이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다.


※ ‘레드 티밍(red-teaming)’은 조직의 전략을 점검하고 보완하기 위해 다른 관점에서 문제점이나 취약점을 발견하고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행위다. 미국이 모의 군사 훈련 과정에서 아군인 블루팀의 취약점을 파악, 분석하기 위해 편성한 가상의 ‘레드팀(red team)’으로 지칭한 것에서 유래됐다.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