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슈퍼 예산도 부담
美 테이퍼링 본격화로 원화 약세 등 가능성 높아
금리 인상 불가피

커지는 인플레이션 공포 [차은영의 경제 돋보기]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2%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인 2%를 꾸준히 초과하더니 거의 10년 만에 3%대로 올라선 것이다. 141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에너지와 육류 가격의 급등이 반영돼 4.6% 증가함에 따라 체감적으로 느끼는 물가 상승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예측을 앞지른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11월 열리는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가 지난 10월 금리를 0.75%로 동결한 뒤 ‘경기 흐름이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11월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은 차치하고라도 작금의 경제 상황을 보면 금리 인상을 불가피하게 만드는 여러 요인이 상존한다.

우선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의 공포다. 당분간 물가 상승 압박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의 영향으로 원활한 글로벌 공급 체계가 아직 회복되지 못하고 있고 인력난도 심각한 상태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면서 에너지 가격 상승이 가속화하고 9월 세계곡물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7.3%나 상승했다.

비용 측면의 인상 요인뿐만 아니라 11월부터 시작된 위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소비 증가세가 본격화된다면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독일 등 주요국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증가한 정부 예산을 내년에 10% 이상 긴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반면 한국은 2022년도 정부 예산을 600조원 이상으로 편성할 예정이다. 올해 본예산보다 8% 이상 늘어나는 규모로 사상 최대다. 이미 풀려나온 재정 지원금만 해도 엄청난데 재정 안전성을 위협하는 슈퍼 예산은 물가 상승을 부채질할 수밖에 없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11월 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동결하지만 11월부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총규모 800억 달러의 국채와 400억 달러의 주택저당증권(MBS)을 매달 각각 100억 달러와 50억 달러씩 매입 축소를 시작해 내년 6월까지 테이퍼링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테이퍼링이 본격화되면 신흥국에서 자산 매각과 자금 유출이 일어나게 되고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금융 시장의 안정과 경제 회복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구체적인 금리 인상에 관해 여지를 뒀지만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5.4%로 13년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영국은 3.1%, 유럽 전체는 4.1%로 급등했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에 대한 압박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한국은행이 11월 열리는 금통위는 물론이고 내년 1월 초 열리는 금통위에서도 금리 인상을 연속해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하고 있지 않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채권 금리가 이를 반영하고 있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글로벌 긴축 기조를 외면하기 어렵다. 장기적으로 자산 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선제적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금리가 인상되면 막대한 가계 부채 부담이 가중되고 이로 인해 경기 회복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금리 인상의 시기와 속도에 대해 숙고할 필요가 있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