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600억원 자본 확충 진행, ‘급한 불’ 부채 비율 떨어뜨릴 소방수

[마켓 인사이트]
단계적 일상회복에 서울 용산 CGV가 이달 초부터 백신 패스관을 운영 중이다. 사진=한국경제신문
단계적 일상회복에 서울 용산 CGV가 이달 초부터 백신 패스관을 운영 중이다. 사진=한국경제신문
CJ CGV가 위드 코로나를 계기로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악화된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연이은 자본 확충과 자산 매각으로 치솟은 부채 비율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위드 코로나의 영향으로 영화 관람객 수가 회복되고 있지만 넷플릭스의 거센 공세로 한국 영화 산업의 판도 자체가 바뀌고 있어 향후 신용도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1600억원 대규모 자본 확충 진행

CJ CGV가 올해 마지막 대규모 자본 확충을 결정했다. 올해 12월 16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 발행에는 CJ CGV의 많은 고민이 담겨 있다.

그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악화된 재무 구조가 가장 큰 걱정이다. 또 채권 투자에 대한 기관투자가의 반응이 비우호적이기도 하다.

CJ CGV는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이 크게 꺾이면서 부채 비율이 치솟아 서둘러 재무 구조를 개선해야만 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자본으로 회계 처리가 가능해 재무 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기업이 많이 선호하는 자금 조달 방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기 전까지 CJ CGV가 지닌 오랜 사업 경험과 운영 노하우, 브랜드 가치 등으로 시장 지위와 사업 안정성에 의구심을 갖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한국 영화 관람 시장이 과거보다 성장성이 둔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성장성이 높은 해외 시장에서 사업을 적극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베트남에 이어 2016년 터키의 1위 멀티플렉스 극장 운영 사업자도 인수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매출이 계속 저조한 상태다. 한국 박스오피스의 올해 1~3분기 누적 관객 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19.1% 줄었다.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본격화된 지난해 2분기 이후 다중 이용 시설의 기피 현상이 심화돼서다. 올해 1~3분기 누적 관객 수는 3742만 명에 그쳤다.

CJ CGV가 진출한 해외 지역에서도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CJ CGV의 지난해와 올해 1~3분기 누적 연결 기준 매출은 각각 5834억원, 4962억원 등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기 이전인 2019년의 매출은 1조9000억원이었다. 사실상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수익성도 급격하게 나빠졌다. CJ CGV는 상영관 유지·보수 비용과 대외 여건 변화에 따른 해외 부문의 실적 변동으로 2016년 이후 수익성이 가장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영업손실이 계속 쌓이는 모양새다.

영업 현금 창출 능력이 약화되다 보니 현금 흐름도 ‘마이너스’다. CJ CGV의 올해 1~3분기 누적 연결 기준 영업 현금 흐름은 마이너스 1693억원이다. 순손실이 누적되면서 CJ CGV의 자본 규모도 2019년 6011억원에서 올해 9월 기준 2642억원으로 줄었다.

송영진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위드 코로나로 코로나19 사태의 부정적 영향이 점진적으로 개선되겠지만 1332.3%에 달하는 부채 비율이 짧은 시간에 유의미한 수준으로 좋아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에 넷플릭스까지”…CJ CGV, 떨어진 신용도 회복 가능할까
불확실한 실적 전망 앞에 놓인 신용도

CJ CGV는 2010년대 들어 꾸준히 신용도를 높여 왔다. 2013년에는 영화 상영 시장의 성장과 이에 따른 매출 증가세로 ‘AA-’ 신용 등급(일반 회사채 기준)으로 올라서기도 했다. 해외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영업 위험의 분산도 신용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2016년 공격적인 투자로 차입금이 빠르게 늘면서 신용 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랐고 결국 ‘A+’로 신용 등급이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적으로 확산되면서 수익 창출 능력이 약화된 가운데 재무 구조 개선 노력에도 부담이 줄어들지 않으면서 신용 등급이 두 차례나 강등되기도 했다.

현재 일반 회사채 기준으로 ‘A-’인 CJ CGV의 신용도 향방에 대해선 전문가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코로나19 사태의 부정적 영향이 완화되면 빠르게 실적이 살아날 것이란 전망과 재무 부담이 장기간 누적된 상태여서 회복 시기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맞붙고 있다.

CJ CGV는 올해 12월 CJ올리브네트웍스의 광고 부문(구 CJ파워캐스트)을 흡수·합병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CJ CGV에 대한 CJ의 지분율 증가가 예상된다. 또 사업 수익 모델이 다변화되고 자본 확충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최중기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이번 결정으로 연간 100억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830억원의 자본 확충과 자체 광고 부문 운영에 따른 비용 효율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11월 위드 코로나 정책이 실시되자 영화 관람객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 운영 시간과 취식에 대한 제한이 해제되면서 국내외 기대작들도 속속 개봉되는 모습이다. 또 CJ CGV가 영화관을 운영하는 모든 국가에서 정상적인 영업도 가능해졌다.

중국 영화관은 빠른 매출 회복을 보여 CJ CGV의 해외법인은 올해 4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회복이 기대된다. 경상적인 설비 투자 이외에 추가적인 투자 계획이 사실상 중단돼 투자 부담이 줄어든 상태다.

단, 일각에서는 단기간 내 유의미한 수준의 재무 안정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적으로 진정될 시기가 불확실해 영업 실적과 재무 지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심화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번에 발행 예정인 신종자본증권의 신용 등급(BBB+) 전망을 ‘부정적’으로 달았다. 중·장기적으로 CJ CGV의 신용 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영화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도 CJ CGV의 향후 신용도에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 시대를 보내면서 대체 영화 관람 플랫폼으로 넷플릭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영향력이 강화됐다. 이 가운데 콘텐츠를 제공하는 영화 제작사들의 교섭력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김승범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선 영화관 사업의 경쟁력이 점차 저하돼 사업·재무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과거에 비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한국경제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