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 행진 하는 신용도…차입금 의존도 낮춰야 추가 도약 가능
[마켓 인사이트] 글로벌 스판덱스 1위 기업 효성티앤씨의 신용도가 고공 행진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부정적 여파를 재빨리 털어내고 이익 창출 규모를 키운 덕분이다.기능성 의류 시장 확대에 힘입어 영업이익률을 높이고 차입금도 줄이고 있다. 단, 중국 기업들의 설비 증설이 이어지고 있고 설비 투자 부담도 만만치 않아 추가적인 신용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기업 신용 등급 ‘A’에서 ‘A+’로 올라
올해 11월 효성티앤씨에 신용 등급 상향이라는 낭보가 전해졌다. 한국신용평가가 효성티앤씨의 기업 신용 등급을 종전 ‘A’에서 ‘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한 것이다. 이를 통해 효성티앤씨는 우량 신용 등급이라고 불리는 ‘AA급(AA-~AA+)’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
효성티앤씨의 지난해 7월 기업 신용 등급은 ‘A’였다. 하지만 올해 6월 긍정적 신용 등급 전망을 달았고 곧 이어 11월 신용 등급이 올랐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 추세라면 중·장기적으로 효성티앤씨가 ‘AA-’로 올라서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어 내년 이후 기업들은 자금 조달 비용이 불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신용도가 좋아지면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투자를 유치하기도 수월해진다.
올해 6월 신용평가사가 효성티앤씨의 신용 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꾼 것은 스판덱스 업황 호조의 영향이 컸다. 우호적인 업황 속에서 효성티앤씨가 이익 창출 규모를 가파르게 늘린 덕분이다.
투자 부담 확대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이익 창출 능력이 좋아지면서 재무 안정성에 대한 부정적 전망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올해 11월 신용 등급이 오를 때도 신용평가사가 가장 주목한 것은 이익 창출 규모 확대 추세다.
효성티앤씨는 중국·베트남·터키·인도 등에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다. 스판덱스 사업에서 세계 1위의 시장 지위를 지키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약 30%다. 효성티앤씨의 주력인 스판덱스는 나일론과 다른 섬유를 혼합해 만든 소재다. 신축성이 좋아 활동하기 편하고 건조성이나 내구성이 우수해 속옷뿐만 아니라 겉옷이나 안감 등에 다양하게 사용된다. 특히 레깅스와 등산복에 자주 쓰인다.
스판덱스 설비 증설이 제한적으로 진행되고 전방인 섬유 수요가 살아나면서 스판덱스 수급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 효성티앤씨의 올해 1~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조678억원이다.
올해 사상 최대 영업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효성티앤씨의 글로벌 경쟁사들이 신규 설비 증설을 단행하면서 수급이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톡톡히 누릴 것이라는 것이 한국신용평가의 판단이다.
2019년 효성티앤씨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은 5.4%였다. 지난해엔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5.2%로 내려 낮았지만 올해 9월 17.4%로 껑충 뛰었다. 매출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역시 2019년 8.9%였는데 지난해 9.5%, 올해 9월 19.8%로 올라섰다.
영업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차입금을 순상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재무 안정성 또한 빠르게 좋아졌다. 효성티앤씨의 2018년 연결 기준 부채 비율은 544.7%에 달했다. 올해 9월 165.9%로 378.8%포인트 낮아졌다. 2018년 1조8000억원에 달하던 순차입금도 올해 9월 기준 1조1000억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강병준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중국과 브라질 등 해외 스판덱스 생산 설비 신·증설과 관련해 올해와 내년에 대규모 설비 투자가 계획돼 있다”며 “앞으로 예상되는 영업 현금 창출 규모를 감안하면 차입금 감소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재료 가격 강세와 차입 구조는 ‘부담’
효성티앤씨의 신용도가 탄탄대로를 달릴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2018년 분할 설립 직후만 해도 재무 부담이 심각해서다.
연결 기준으로 2018년 EBITDA 대비 총차입금은 4.7배에 달했고 차입금 의존도는 60.5%였다. 중국·인도·베트남 등 해외 생산 설비에 대한 시설 공사 대금과 운영 자금 관련 종속회사 차입금 등을 인적 분할 과정에서 효성티앤씨에 이관된 영향이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주요 국가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되면서 스판덱스 수요가 감소해 섬유 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일부 완화되고 주요 스판덱스 생산 기업들이 증설 계획을 연기하면서 공급 물량 증가가 제한됐다. 이 기회를 노려 효성티앤씨는 섬유 부문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며 빠르게 재무 부담을 털어냈다.
앞으로의 사업 전망도 나쁘지 않다. 전체 실적에서 영업이익 기여도가 70%를 웃돌고 있는 스판덱스는 적용 범위와 사용 함량이 확대되면서 최근 수년간 연평균 10% 수준의 고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중국 등 신흥국의 수요가 당분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AA급’에 올라서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일단 차입금 의존도를 좀 더 낮출 필요가 있다.
한국신용평가사는 효성티앤씨의 신용 등급이 추가로 오르기 위해서는 올해 9월 기준 31.7%인 차입금 의존도를 1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차입금 만기 구조상 단기 상환 부담도 큰 편이다.
올해 9월 연결 기준 단기성 차입금 비율은 78.3%에 이른다. 물론 담보 제공 자산이 1조원에 달하는 등 보유하고 있는 자산 가치와 안정적인 사업 기반에 기대 원활하게 만기 도래 차입금을 차환(빌려서 갚음)하고 있지만 단기 상환 부담 자체는 신용도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또한 시장 지배력을 좀 더 강화하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사업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1~3분기 연결 기준 부문별 매출 비율을 보면 섬유가 63%, 무역·기타가 37%다. 섬유 부문의 올 1~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은 19.8%이지만 무역·기타 부문은 2.1%에 그치고 있다.
효성티앤씨 영업 실적을 좌우하는 스판덱스 이익 기여도가 높아 글로벌 스판덱스 수급과 원가 변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주요 원재료 가격 강세도 이어지고 있어 현재보다 수익성을 높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계열 전반의 신용도 개선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전반적인 영업 수익성과 현금 창출 능력이 우수하지만 중·단기적으로 설비 투자와 운전 자금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개별 신용도 개선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은정 한국경제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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