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유 디스카운트 요인 해소
MZ세대 잡고 M&A로 몸집 키운다

[스페셜 리포트]

우리금융그룹이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에 성공했다. 정부 소유의 금융사라는 디스카운트 요인이 사라진 셈이다. 우리금융이 완전 민영화로 KB‧신한‧하나금융 등 경쟁자들과 격차를 좁히고 리딩 금융 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금융그룹 사옥. 사진=한국경제신문
서울 중구 회현동 우리금융그룹 사옥. 사진=한국경제신문
우리금융이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라는 숙원을 이뤘다.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던 우리금융 지분 중 상당 부분을 민간에 매각하면서다. 금융위원회는 11월 22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열고 우리금융지주 잔여 지분 매각 낙찰자 5곳을 최종 선정했다. 총 매각 물량은 9.3%다. 4%의 지분을 낙찰받은 유진프라이빗에쿼티(유진PE)는 사외이사 추천권을 받았다. 이 밖에 KTB자산운용이 2.3%를, 얼라인파트너스컨소시엄과 두나무, 우리금융 우리사주조합이 1%씩 낙찰받았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우리사주조합은 우리금융의 최대 주주(지분율 9.8%)에 오른다. 기존 최대 주주인 예금보험공사(5.8%)는 국민연금(9.42%)에 이어 3대 주주로 밀려난다.

이사회 구성도 달라진다. 예금보험공사의 비상임이사 선임권은 내년 3월 임기 만료와 함께 사라진다. 반면 우리금융의 사외이사 자리는 유진PE가 추천하는 인물을 포함한 여섯 명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앞으로다. 우리금융은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농협) 중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사가 없다. 농협금융과 4위 자리를 놓고 몇 년째 엎치락 뒤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의 미래를 MZ 플랫폼, 마이데이터‧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등 신사업, 글로벌 진출, 인수·합병(M&A) 등 4가지 키워드로 살펴봤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그래픽=배자영 기자
MZ세대 공략, 차별화 고심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불리는 ‘2030 청년 세대’가 새로운 경제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에 익숙하고 주식·부동산·가상 자산 등 다양한 투자를 벌인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올해 8월 발표한 ‘MZ세대가 주도하는 금융업의 미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MZ세대는 2030년 기준 생산 연령 인구(15~64세)의 약 6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MZ세대의 소득은 총소득의 60%를 차지하고 밀레니얼 세대의 자산은 상속에 따라 현재의 5배 이상으로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들은 MZ세대를 고객으로 모시기 위해 분할 투자 등 새로운 투자 서비스를 탑재한 MZ 플랫폼을 제공하는 등 총성 없는 전쟁을 시작했다.

우리금융도 미래 고객인 MZ세대를 잡기 위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사실상 민영화 이후 첫 행보에 손태승 회장은 “우리금융그룹의 미래는 MZ세대 고객에게 달렸다”며 ‘MZ 특화 플랫폼’ 구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핵심 자회사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기업 고객 위주의 사업을 펼친 우리금융이 앞으로 2030세대 일반 고객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선다는 것이다.

MZ 특화 플랫폼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주식·가상 자산 등 모든 재테크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다양한 투자 자산에 관심이 많은 MZ세대의 입맛을 고려해 콘텐츠를 구성할 방침이다. 증권사 인수 등 우리금융의 증권 부문 확대 계획과 연계해 투자 지원에 특화된 ‘웰스테크(디지털 자산 관리) 플랫폼’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이 플랫폼은 기존 금융 플랫폼과는 다른 새로운 시스템과 조직 문화에 기반한 테크 기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우선 MZ세대 직원을 중심으로 전담 팀을 구성한다. 또 AI·블록체인·사용자 인터페이스(UI) 등 각 분야의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차별화된 솔루션을 개발한다는 복안이다.

향후 AI를 활용한 초개인화 정보와 일상생활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해 ‘MZ세대가 눈뜨면 제일 먼저 켜는 애플리케이션(앱),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사용하는 앱’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우리금융은 이 사업을 위해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펀드도 조성한다. 핀테크 업체에 적극적으로 지분을 투자하고 합작법인(JV)을 설립하기 위해 2000억원을 투자한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 인슈어테크, 온라인 투자연계(P2P),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투자 등 플랫폼을 활성화하기 위해 필요한 업체를 선정하고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 AI·데이터·블록체인 등 다양한 신기술 업체 투자를 검토 중”이라며 “플랫폼의 1차 오픈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MZ세대와 소통하기 위해 ‘메타버스 점포’도 준비 중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현실과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 세계를 일컫는다. 우리은행은 고객이 증강현실(AR) 서비스를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메타버스 시범 영업점’을 만들 계획이다.

다만 주요 금융사들도 MZ세대를 위한 투자 플랫폼을 이미 선보였거나 준비 중이다. 메타버스 역시 직원들의 연수식이나 시상식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메타버스 영업점을 위한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어 우리금융만의 차별화 전략이 시급하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 세 번째)이 11월 26일 서울 중구 소재 우리금융 본사에서 열린 디지털 플랫폼 추진 선포식에서 그룹사 MZ세대 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우리금융그룹 제공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왼쪽 세 번째)이 11월 26일 서울 중구 소재 우리금융 본사에서 열린 디지털 플랫폼 추진 선포식에서 그룹사 MZ세대 직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우리금융그룹 제공
마이데이터‧CBDC 등 신사업 가속
디지털 전환(DT)·마이데이터·CBDC 등 신사업에 대한 경쟁력 확보도 우리금융이 풀어야 할 과제다. 일단 손 회장이 디지털 혁신을 위해 진두지휘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5월 ‘디지털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손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권광석 우리은행장이 위원회 산하 ‘디지털혁신총괄장’의 임무를 수행 중이다. 올해 5월 김진현 전 삼성화재 디지털본부 부장을 우리은행 DI추진단장(본부장)으로 영입하고 조직 개편을 실시하며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했다. DI추진단은 AI를 이용해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업무를 맡는다. DI추진단 내에 빅데이터·AI 관련 개발 업무를 담당할 ‘D&A플랫폼부’와 혁신적인 새로운 기술을 발굴할 단장 직속의 ‘신기술연구팀’을 신설했다.

신기술연구팀은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CBDC에 대비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CBDC가 발행된다면 중개 기관으로서 CBDC 유통을 담당하는 인프라를 준비해야 한다. 우리은행은 이 과정에서 전자금융업자로서 디지털 화폐를 직접 발행하고 유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구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7월 블록체인 전문 기업 코인플러그와 디지털 자산 수탁 합작법인 디커스터디(DiCustody)를 세웠다. 디커스터디는 가상 자산과 NFT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탈중앙 금융 상품에 투자해 자산을 운용하도록 지원한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은 12월부터 우리원(WON)뱅킹에서 개인의 신용과 자산 정보를 한데 모아 통합 조회하는 서비스를 펼친다. 개인의 신용·자산 상태에 대한 통합 분석 리포트는 물론 초개인화 맞춤 금융 상품과 서비스 추천 기능까지 제공한다. 특히 유통·통신 등 타 파트너사 앱에서도 우리은행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화이트 라벨링’을 도입한다. 연결 창구를 확대해 고객의 유입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하는 계열사 수는 타사에 비해 밀린다. 마이데이터는 금융회사·빅테크 기업·관공서·병원 등에 흩어져 있는 개인 신용 정보를 고객의 동의를 받아 수집한 후 빅데이터 형태로 분석해 개인별로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그만큼 금융 계열사들이 서로 서비스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시너지를 내는 것이 주요 경쟁력으로 꼽히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는 4~5개의 계열사가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반면 우리금융은 우리은행과 우리카드만 금융 당국으로부터 마이데이터 사업 본허가를 받았다.
글로벌 확장, 갈 길 멀어
한국 금융사들은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포화 상태에 이른 한국 금융 시장을 넘어 성장성이 높은 해외 지역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우리금융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꾸준히 늘리며 해외 사업의 기반을 닦고 있다.

일단 우리금융은 은행의 해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다른 그룹사들의 영업권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 등 신흥 시장과 미국·영국·홍콩 등 선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신흥 시장에선 현지 기업을 대상으로 리테일 영업에 집중하고 있고 선진 시장에선 글로벌 기업금융(IB), 지상사,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금융을 공략하고 있다.

뉴욕·런던·싱가포르·시드니 등 글로벌 IB 데스크를 중심으로 국외 IB 네트워크를 강화해 우량 신디케이티드론 취급도 확대한다.

이와 함께 디지털 플랫폼을 현지 고객 중심으로 리뉴얼해 현지 국가에 최적화된 비대면 전용 상품과 서비스를 속속 내놓는다. 예컨대 베트남 법인의 수신 상품 이모이(e-Moi) 통장과 여신 상품 이지론(Easy-Loan), 모션 뱅킹 등이 있다. 비대면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브라질·필리핀 법인도 디지털 뱅킹을 신규 구축하고 있다.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에도 개인의 채무 상환 이력과 부채 수준, 현지 데이터를 접목해 머신러닝 기반의 AI 신용 평가 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다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현재 우리금융그룹의 당기순이익에서 해외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이 10%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비은행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힘써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의 해외 사업 자산과 실적 등의 90% 이상이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구축돼 있다. 비은행 부문 계열사들의 해외 사업 네트워크도 아직 넓지 않다. 우리은행이 23개국 448개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면 우리카드는 1개국 26개 수준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M&A
하지만 우리금융이 리딩 금융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선 M&A를 통해 몸집을 불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각 계열사의 체급을 키워 다른 금융그룹을 따라잡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요 시중은행들도 M&A을 통해 몸집을 불리며 종합 금융지주로서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일단 M&A에 주력할 수 있는 토대는 마련됐다. 완전 민영화로 정부의 입김에서 벗어난 데다 최근 금융 당국으로부터 내부등급법 승인도 받으면서 M&A 여력이 더욱 확대됐다. 우리금융은 11월 2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내부등급법 최종 승인을 획득했다.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 출범 후 2년 10개월여 만이다.

내부등급법은 금융지주가 자체 신용 평가 시스템에 의해 산출된 리스크 측정 요소를 활용해 신용 리스크에 대한 위험 가중 자산의 위험도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회사 입장에선 표준등급법(업계 평균치 기준)을 쓸 때보다 위험 가중 자산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내부등급법을 도입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상승하게 된다. 우리금융은 내부등급법 승인으로 우리금융의 BIS 비율이 약 1.3%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규제 비율 준수에 대한 부담이 완화돼 우리금융이 비은행 부문을 확대하기 위한 M&A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또 우리금융은 다른 금융그룹보다 출자 여력에 더 여유가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우리금융의 이중 레버리지 비율은 101.33%로, 금융지주 평균인 115.31%보다 낮다. 이중 레버리지 비율은 자회사 출자 총액을 지주사의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이 지표가 낮을수록 자회사의 투자 여력이 크다는 뜻이다.

우리금융은 이를 바탕으로 이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금융 지원이 종료되는 내년 2분기부터 비은행 부문에 대한 보강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우선 증권사 인수부터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우리금융이 만족할 만한 대형 매물이 없어 두 곳 이상의 중소형 증권사를 인수해 성장시키는 전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인수한 중소형 증권사를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우리종금은 한국 유일의 종금사다. 증권사와 합병한 이후에도 10년간 기업공개·M&A·기업대출·인수금융 등 본연의 업무를 겸영할 수 있다.

금융 투자업계에선 유안타증권·SK증권·이베스트증권 등이 거론된다. 특히 유력한 매물로 거론되는 유안타증권은 대만 유안타그룹이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M&A가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고 SK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대주주가 사모펀드(PEF)여서 매각 협상의 여지가 있다. 다만 SK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현재로선 매물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중·장기적으로는 보험사 인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보다 손해보험사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종신보험 등 장기 상품이 주력인 생보사에 비해 손보사가 상대적으로 우리금융 계열사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하나금융이 더케이손해보험을 인수하면서 보험업계도 대형 매물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금융 당국이 소액 단기 전문 보험사(미니 보험사) 설립에 대한 자본금 요건을 20억원으로 완화한 만큼 우리금융이 직접 보험사를 설립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