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만 노렸다고 하지만 1주택자도 피해 막심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공정선거 국민행동 회원들이 이달초 서울 역삼동 세무서 앞에서 종부세 폐지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김범준 기자
공정선거 국민행동 회원들이 이달초 서울 역삼동 세무서 앞에서 종부세 폐지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김범준 기자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과세와 2주택 이상을 소유한 다주택자를 향한 종부세 과세는 전혀 다른 이슈다. 다주택자는 대부분이 본인의 선택에 의해 추가로 주택을 취득하면서 과표가 늘어난 것이고 1주택자는 대부분이 집값이 올라 종부세 과세 구간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1주택자 향한 세금 압박은 ‘강압’

집값이 오른 만큼 상승분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 정당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집값이 올랐을 때 내야 하는 세금은 종부세가 아니라 양도 차익에 대한 세금인 양도소득세다. 1주택자는 집값이 오른다고 집을 팔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보유세를 내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한지 따져봐야 한다.

특히 소득이 있는 사람은 종부세를 낼 자금을 마련할 수 있지만 이미 은퇴해 수입이 없는 이에게 종부세를 내라는 것은 세금을 내기 위해 수십년간 살던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하라고 강제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집값이 오를수록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보유세율이 높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공시가를 기준으로 보유세를 내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취득한 최초 가격을 기준으로 보유세를 매긴다. 미국에서는 아무리 집값이 오르더라도 세금이 전년 대비 2% 이상 인상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다.

보유세율이 집값의 1%라고 하면 10만 달러에 산 사람은 첫해에 1000달러의 보유세를 내게 된다. 다음 해는 집값이 많이 오르더라도 2% 상한에 묶여 1020달러를 넘을 수 없다. 매년 집값이 올라 10년 후 100만 달러가 되더라도 세금은 1219달러 이하다.

이 집을 다른 사람이 산다면 그 사람은 1만 달러의 보유세를 낸다. 똑같은 100만 달러짜리 집을 보유하더라도 예전부터 그 집을 보유한 사람에게는 1219달러 이하의 보유세만 부과되지만 새로 사는 사람에게는 1만 달러의 보유세가 부과되는 것이다.

언뜻 보면 이상한 시스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세금을 걷는 사람의 관점이 아니라 세금을 내는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상당히 합리적이다. 새로 집을 사는 사람은 1만 달러의 보유세를 내야 하지만 그만큼 보유세를 낼 능력이 있어 그 집을 사는 것이다.

반면 예전에 집값이 쌀 때 사 10년을 보유한 사람에게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로 보유세를 강제로 징수하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사람은 보유세를 낼 능력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선진국에서는 세금을 내는 사람의 측면에서 세제가 결정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보유세가 높은 국가에서도 향후 몇년 후 부과될 세금을 본인이 예측할 수 있어 수입이나 자산에 맞는 집에서 본인이 원하는 동안 거주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세금 때문에 그 집에서 쫓겨나는 일은 선진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 1주택자 부담 낮다고 ‘호도’

종부세 폭탄에 대한 여론이 나쁘게 돌아가자 정부나 일부 정치권에서는 종부세의 대부분은 다주택자나 법인이 부담하는 것이라고 한다. 동시에 1주택자는 전체 종부세의 극히 일부만 부담하는 것이고 1인당 부담액도 자동차세보다 적은 수준이라고 호도하는 모양새다.

그런데 전체 세수에서 1주택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낮다는 그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역으로 1주택에 대해서는 종부세를 걷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도 성립한다. 다시 말해 몇 명 되지 않고 얼마 되지 않는 종부세를 걷기 위해 1주택자를 괴롭힐 이유가 없는 셈이다. 1주택자 중에서도 실거주하고 있는 1주택자는 종부세를 비과세하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2주택자 중에서도 종부세 과세를 완화해야 할 대상이 있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상속으로 인해 2주택자가 되는 경우다. 양도소득세는 상속에 의해 2주택이 되면 예외 규정을 두는 것처럼 종부세도 예외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 일정 기간 1주택자의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 좋다.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도 완화해야 한다. 이사의 목적으로 갈아타기 할 주택을 취득하고 규제 지역은 1년, 비규제 지역은 3년 안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면 양도소득세를 비과세나 감면해 주는 것이 일시적 1가주 2주택자다. 주택 거래를 원활하게 하고 자녀가 늘거나 커감에 따라 더 큰 집으로 이사 가려는 것을 세제상으로 지원해 주는 것이 일시적 1가구 2주택 정책이다.

그런데 양도소득세나 취득세는 이러한 일시적 1가구 2주택자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주지만 종부세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 오히려 다주택자에 대한 세율이 적용되면서 종부세가 중과되기까지 한다.

어떤 방식으로 개선돼야 할까. 양도소득세나 취득세와 같이 일정 기간 동안 1주택자의 지위를 인정해 주는 방향으로 법을 개편해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이 기간 중 보유한 두 채 중에서 비싼 주택에 대해서만 종부세를 부과하거나 그것이 어렵다면 두 채 모두에 대해 과세하되 종부세율이라도 1주택자의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

일시적 1주택자는 다주택자가 되려는 의사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징벌적인 세율을 적용할 이유가 없다. 만약 이들이 일시적 1가구 2주택의 중복 허용 기간에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아 2주택자가 된다면 취득세처럼 추가로 과세하면 된다.

가장 건강한 사회는 중산층이 튼튼한 사회다. 부동산 시장으로 보면 1주택자가 많은 사회여야 한다. 전통적으로도 1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이 많아 왔다.

정치적 목적으로 국민을 분열시키거나 국민을 세금 착취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비과세는 다음 정부에서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물론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과세 자체가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세율이나 급격한 세금 인상, 재산세와의 이중 과세 문제 등은 다음 정부에서 심도 있게 검토해 볼 사안이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