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부정경쟁방지법 개정…한류 스타 무단 도용 콘텐츠 등 ‘불법’으로

[지식재산권 산책]
최근 대법원은 BTS의 사진 등을 무단으로 도용해 판매한 행위에 대해 부정 경쟁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최근 대법원은 BTS의 사진 등을 무단으로 도용해 판매한 행위에 대해 부정 경쟁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퍼블리시티권’은 성명·초상·목소리 등과 같이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인격적인 요소가 만드는 재산적 가치를 독점·배타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권리다. 특히 ‘개인의 인격적 요소로부터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을 향유할 권리’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선 퍼블리시티권을 명시적으로 보호하는 법률이 마련돼 있지 않아 이를 침해당하면 어떤 구제 수단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는지 논란이 일어 왔다.

미국·유럽·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는 명시적인 법률이 없더라도 다수의 판례를 통해 퍼블리시티권을 법적 권리로 인정해 보호해 주고 있지만 한국 법원은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문제됐던 다수의 사건들에서 이를 부정한 사례들이 혼재돼 있어 퍼블리시티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았다.

연예인들의 실명이나 예명과 상품명 등을 조합해 ‘연예인 ○○○ 정장’과 같은 키워드를 검색어로 등록한 광고 서비스를 제공한 포털 사이트를 예로 들 수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이를 상대로 56명의 유명 연예인이 손해 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위와 같은 키워드 검색 광고가 부정 경쟁 행위나 불법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형사 처분 규정 없어 아쉬워반면 최근 대법원은 유명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 구성원들의 사진 등을 대량으로 수록한 화보집을 무단으로 제작·판매하는 행위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타인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부정 경쟁 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이런 대법원 결정은 명시적으로 ‘퍼블리시티권’이라는 표현만 사용하지 않았을 뿐 실질적으로는 유명인의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한 사례로 이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퍼블리시티권의 보호 여부나 요건 및 구제 수단 등을 법률에서 명확하게 정할 필요가 있는지 여부 및 정한다면 어떤 법률로 정할 것인지 등에 관해 오랜 기간 논의가 진행돼 왔다.

그런데 지난 11월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내년 4월 20부터 시행될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개정법은 제2조 제1호 타목에서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 그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해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 경쟁 행위의 한 유형으로 추가했다.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은 한국에서 퍼블리시티권의 보호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최초의 법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가 타인의 인격적 표지만을 보호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나 형사 처분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퍼블리시티권의 충분한 보호에는 다소 미흡할 수 있어 보인다.

또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 인격적 표지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얼마나 널리 인식돼야 하고 어느 정도의 경제적 가치가 필요한지의 문제는 향후 다양한 개별 사례를 통해 해결될 수밖에 없다.

‘BTS’,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 이른바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한류 스타의 초상과 성명 등을 무단으로 도용한 파생 콘텐츠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부정경쟁방지법 개정법을 통해 퍼블리시티권 보호를 강화하고자 한 시도는 긍정적이다.

이번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이 한국 콘텐츠·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한층 촉진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송재섭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