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배송’ 무기로 한국 이커머스 시장 굳건한 1위…매출 급상승 뒤 커지는 ‘적자 우려’
[비즈니스 포커스] 지난 3월 화려하게 뉴욕증시(NYSE)에 입성한 쿠팡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그리며 ‘서학개미’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쿠팡은 상장 첫날 공모가(35달러) 대비 40% 정도 높은 63.50달러에 거래를 시작해 49.25달러로 첫날 장을 마감했다. ‘한국의 아마존’으로 장밋빛 전망이 넘쳐났던 쿠팡은 그러나 지난 7월 이후 주가가 급격한 하락세를 타며 12월 7일 현재 27.3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하지만 ‘반 토막’ 난 쿠팡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현재 쿠팡의 주가가 지나치게 싸다는 것을 고려할 때 지금이 투자 적기라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단기적으로 쿠팡의 주가를 반등시킬 만한 요인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들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 또한 적지 않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대표 주자인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으로서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까. 손정의는 팔고, 소로스는 샀다
쿠팡의 주가 하락에 결정타가 된 것은 지난 9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가 보유 중이던 쿠팡의 지분 9%를 매각했다는 소식이었다. 16억9000만 달러(약 2조원)에 5700만 주를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의 최대 주주인 비전펀드는 쿠팡의 나스닥 상장 후 줄곧 ‘잠재적 성장 가능성’을 강조하며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말해 왔다. 이 때문에 비전펀드의 쿠팡 주식 매각 소식은 비전펀드가 쿠팡의 성장성에 의심을 갖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키며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주식 매각 후 두 달여 뒤인 지난 11월 소프트뱅크의 추천으로 지난 5년간 쿠팡 이사회에서 활동하던 리디아 제트 이사가 사임하며 이 같은 의혹에 불을 붙였다. 최대 주주 측 인사가 이사회에서 빠지게 되는 일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비전펀드뿐만 아니라 쿠팡의 2대 주주인 그린옥스캐피털도 잇달아 쿠팡의 지분 매각에 나서며 ‘대주주 엑시트’로 인한 불안감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쿠팡의 주가를 우울하게만 바라보기에는 이와는 전혀 반대되는 소식 또한 있다. 지난 11월 월가의 거물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 회장의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가 쿠팡의 주식 50만 주를 사들였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지분 가치는 1408만 달러(약 170억원)에 달한다.
소로스 회장에 이어 전설적인 헤지펀드 투자자인 스탠리 드러켄 밀러가 이끄는 투자 운용사 듀케인패밀리오피스도 쿠팡 주식 1550만 주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분 가치는 4억3944만 달러(약 5189억원) 규모다. 억만 장자 투자자인 밀러 듀케인패밀리오피스 회장은 1990년대 초반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에서 퀀텀펀드를 운영한 인물이다. 소로스 회장과 밀러 회장처럼 ‘월가의 큰손’들이 최근 쿠팡의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자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향후 쿠팡의 주가 전망 또한 이처럼 상반되는 시각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단기적으로 볼 때 당장 하락한 주가를 들어 올릴 동력이 부재한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강자로서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쿠팡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흑자 전환’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쿠팡은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을 거치며 온라인 시장의 확대를 주도해 온 한국의 대표적인 이커머스 업체다. ‘집콕 트렌드’ 등에 힘입어 공격적으로 외형을 확장하는 전략을 취했고 그에 따라 매출액 역시 꾸준히 늘고 있는 상황이다. 쿠팡이 11월 12일 발표한 올해 3분기 매출액은 46억4470만 달러(약 5조5272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8.1% 증가한 수준이다. 이는 한국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약 6조원)의 매출액과 맞먹는 규모다.
하지만 늘어나는 매출액만큼 ‘적자 규모’ 또한 커지고 있는 상황이 문제다. 쿠팡 측에 따르면 3분기 영업 손실 규모는 3억1511만 달러(약 37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9987만 달러(약 1175억원) 늘어난 규모다. 당기 순손실은 3억2397만 달러(약 3813억원)다. 상장 이후 분기마다 3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 중이다. 누적 적자만 4조8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쿠팡은 ‘계획된 적자’라고 밝혔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이 급속히 확대되는 상황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금은 투자가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커지는 ‘적자 규모’, 새벽 배송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이에 대한 시장의 분석은 우선 회의적이다. 미국의 투자 전문 매체인 모틀리 풀은 ‘쿠팡과 아마존’의 차이를 짚은 바 있다. 미국 이커머스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아마존은 이미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굳히고 있는 반면 쿠팡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1위이지만 점유율은 24% 정도로 ‘독점적 지위’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아마존은 아마존웹서비스(AWS)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반면 쿠팡은 AWS와 같이 안정적인 수익 창출원이 부재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쿠팡이 더욱 더 치열해지는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에 맞서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쿠팡의 적자 확대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먼저 ‘로켓 프레시’와 같은 새벽 배송 시스템이 지목된다. 쿠팡 매출 확대의 일등 공신으로 꼽히는 새벽 배송은 특성상 물류비와 인건비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온라인 이커머스 업체들이 단순히 ‘거래 중개자’의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품질의 배송 서비스를 위해 직매입‧직배송 등 자체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재고 관리까지 직접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쿠팡이 ‘새벽 배송’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데는 한국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기 때문이다. 특히 업무 시간이 긴 한국 특유의 직장 문화를 고려할 때 ‘오전 7시 이전 배송’을 공략하는 새벽 배송은 온라인 이커머스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는 데 매우 결정적인 요소일 수밖에 없다.
쿠팡은 지난 2분기 물류센터 화재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상장 이후 꾸준히 물류센터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한국 70%의 인구가 쿠팡 물류센터와 7마일(11km) 이내에 거주하고 있다는 분석은 쿠팡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는 주요 근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쿠팡으로선 높은 인건비와 물류비를 감수하고서라도 새벽 배송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쿠팡은 로켓배송·로켓프레시·쿠팡이츠 등 ‘쿠팡 생태계’를 확장해 가고 있다는 점 또한 향후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강점으로 꼽히는 부분이다.
쿠팡의 해외 시장 진출에도 낙관적인 전망과 비관적인 전망이 엇갈린다.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이 점점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쿠팡으로서는 해외 사용자를 확보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상황이다. 현재 쿠팡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일본·중국·싱가포르·대만 등 6곳에 법인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들 이커머스 시장에는 이미 절대 강자들이 시장에 군림 중이다. 미국의 ‘아마존’, 일본의 ‘라쿠텐’, 대만과 싱가포르의 ‘쇼피’ 등과 맞서야 쿠팡이 이들 시장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이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국 이커머스 경쟁이 심화되면서 마케팅 비용의 증가로 인해 쿠팡을 비롯한 대부분의 이커머스 업체들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쿠팡은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긍정적이지만 흑자 전환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실제로 흑자 전환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은 ‘위드 코로나’의 시작과 함께 성장률이 본격적으로 둔화되며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쿠팡은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 오픈 마켓에 입점하고 있는 셀러들을 확보하고 한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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