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에 대한 ‘기술 교육’ 강화해 미래 인재 확보 나서야

[경영 전략]
어떻게 해야 ‘스킬 갭’을 줄일 수 있을까 [임주영의 경영 전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확산은 조직을 둘러싼 경영 환경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일하는 방식까지 빠르게 바꿔 놓았다. 한 조사 기관이 지난해 8개국 2500명의 의사 결정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97%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됐다고 대답했다. 또 디지털 전략의 실행을 6년 이상 앞당겼다고 응답했다.

이렇다 보니 구성원의 역량이 현재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스킬 갭(skill gap)’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30년까지 약 33%의 직무가 바뀔 것이고 동일한 업무라고 할지라도 핵심 스킬이 바뀌는 업무가 2025년까지 40%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전 세계 관리자 12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이미 본인들의 조직이 스킬 갭을 겪고 있다는 응답이 43%, ‘5년 안에 겪을 것’이라는 응답이 44%로 나타났다.

스킬 갭을 줄이기 위한 방법은 채용·재배치·단기계약·해고·재교육 등이다. 그중 디지털 역량을 갖춘 핵심 인재에 대한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 신기술의 짧은 유효 사이클, 국가별 노동 환경 이슈 등을 고려할 때 기존 구성원의 재교육을 통한 인재 확보가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어떤 스킬이 필요한지부터 정해야그러면 조직과 개인의 지속적인 성과를 위해 경영자와 구성원이 함께 고민하고 풀어 나가야 할 재교육을 통한 스킬 갭을 줄이기 위해선 과연 어떻게 실행해야 할까. 이를 위해선 가장 먼저 어떤 스킬을 길러야 할지 정할 필요가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2025년까지 필요한 핵심 기술을 제시했는데, 디지털 기술의 활용과 개발은 당연히 포함됐다. 이와 함께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사고를 통한 문제 해결 기술, 협업을 이끌어 내는 리더십과 사회적 역량, 능동적 학습, 스트레스 관리, 유연성 등의 자기 관리 능력 등을 여기에 포함한 것이 흥미롭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확산 이후 기업들 내에서 개인 상담을 이용하는 직원들이 크게 증가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또 긍정 심리, 회복 탄력성 등과 관련한 강의에 구성원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이러한 전문 기관의 가이드라인을 기본으로 조직들은 자신들의 비즈니스 전략에 맞춘 핵심 스킬을 선정하고 있다. 아마존의 엄청난 성장으로 JC페니·니만마커스와 같은 미국의 전통적인 유통 기업이 줄줄이 파산 신고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 변환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월마트를 살펴보자.

월마트는 디지털 비즈니스를 위해 전 직원이 가져야 할 핵심적인 5가지 스킬을 아래와 같이 선정했다.

첫째, 새로운 기술·용어·기기를 다루는 것을 학습하고 이를 적용하는 ‘디지털 리터러시’다. 둘째, 고객과 현장의 데이터를 중시하고 이를 활용하는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이다. 셋째, 현재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주도적으로 성장하는 ‘마인드’를 뽑았다.

넷째, 유연성과 적응성(고객 상황에 맞게 사고하고 행동)이다. 다섯째, 공감 능력(고객의 관점에서 그들의 니즈와 불편을 파악하고 대응)을 핵심 스킬로 삼았다. 즉 디지털 기술뿐만 아니라 기술로 변화되는 세상에 살고 있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고 우리 조직의 성과에 긴밀히 연결된 기술을 선정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음은 스킬 갭을 어떻게 줄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스킬 갭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보통 ‘업스킬링’과 ‘리스킬링’을 얘기한다.

업스킬링은 현재 하고 있는 업무와 관련된 스킬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반면 리스킬링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새로운 스킬을 익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필자의 주 업무인 강의를 ‘줌(Zoom)’이라는 새로운 디지털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히는 것은 업스킬링에 속할 것이다.

개인의 리더십 역량을 분석하고 향상시킬 수 있는 리더십 코칭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코칭 기술을 익히는 것이 리스킬링의 모습이다.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의 스킬링 교육을 어떻게 준비하고 촉진할 수 있을까.

우선, 구성원들의 경력과 관련된 여러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최근 고용 트렌드, 앞서 언급한 미래 필수 기술들의 정의, 사라지거나 혹은 새로 생기는 직무 등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전달돼야 한다.직원들의 역량을 진단할 수 있도록 도와라여기에 현재 본인의 기술과 역량 수준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도구와 새로운 경력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까지 제공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다음으로는 새로운 경력 개발 목표 달성에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의 제공이다. 한국의 교육 분야에서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고 있던 온라인 교육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큰 주류의 교육 형태로 완전히 자리 잡으면서 기업 교육의 프로그램 종류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내부 강사(일반 직원 포함), 외부 교육기관, 온라인 정규 학위, 나노 학위, 유튜브 활용, 사내 인턴제도 등이 복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미국의 통신회사 AT&T의 사례를 살펴보자. 2008년 사내 조사에서 25만 명의 직원 중 약 절반만이 회사에 필요한 과학·엔지니어링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약 10만 명의 직원은 10년 후 존재하지 않을 하드웨어 관련 업무에 종사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도 함께 발견했다.

AT&T의 경영진은 이런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퓨처 레디(future ready)’라는 직원 재교육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시행했다. 회사에서 필요한 기술과 능력을 파악하고 유사한 기술을 가진 직무를 표준화해 통합한 것이다.
어떻게 해야 ‘스킬 갭’을 줄일 수 있을까 [임주영의 경영 전략]
또 중요 기술을 습득한 직원과 직무 관련 교육 과정을 잘 이수한 직원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리고 직원들의 경력 개발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해 회사 내에서의 여러 기회, 관심 직업에 필요한 기술, 특정 부서의 미래 전망 및 잠재적 급여 범위와 같은 정보를 제공했다.

이 밖에 AT&T는 핵심 디지털 기술의 습득을 위해 외부 교육 플랫폼 및 대학과 협력해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프로그램도 직원들에게 도입했다.

재교육을 받은 직원이 일정 기간 동안 새로운 역할에 도전할 수 있는 사내 인턴 제도도 운영했다. 이런 재교육을 통해 AT&T는 회사 기술 직무의 81%를 내부적으로 채우면서 급변하는 통신 산업에서 미래 성장을 주도하는 데 필요한 숙련된 인재를 확보할 수 있었다.

우리는 위의 사례에서 회사 내의 새로운 고용 기회, 필요한 기술에 대한 투명한 정보와 적절한 학습 기회를 제공해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자신의 경력을 계획하고 필요에 의해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세스 설계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런 전체 과정에 대한 리더의 지원은 필수불가결하다. 리더들은 구성원들이 현재의 일을 잘 수행하게 함과 동시에 미래의 일 또한 잘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하는 책임이 있다. 리더 먼저 우리의 미래 모습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직원들이 적합한 경력 개발 목표를 세우고 학습할 수 있도록 물적·시간적·정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구성원들의 스킬 갭을 줄이기 위한 교육은 비용이 아니라 미래의 수익을 가져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 우리 모두 함께 제대로 공부해 지금의 불확실하고 힘든 상황을 잘 통과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임주영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