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이어 탄자니아 등 도입 나서…도입 국가 증가할수록 가치 상승

[돈 되는 해외 투자]
사진=11월 18일 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의 한 상점에 ‘비트코인 사용 가능’ 안내문이 걸려 있다. AFP·연합뉴스
사진=11월 18일 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의 한 상점에 ‘비트코인 사용 가능’ 안내문이 걸려 있다. AFP·연합뉴스
2021년은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방침이 명확하게 나타난 기념비적인 해였다. 중국이 가상화폐를 불법적 금융 활동으로 전면 금지한 것도, 미국이 코인베이스와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승인하는 등 가상화폐를 제도권에 본격적으로 수용한 것도 2021년이다. 그리고 엘살바도르가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지정한 것도 2021년이다.

엘살바도르의 행보는 가상화폐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이다. 엘살바도르의 행보는 한 국가의 해프닝을 넘어 앞으로 수십 년간 나타날 제3세계 국가들의 통화 정책 방향일 수 있다. 국가가 가상화폐에 적대적인 이유는 국가의 화폐 독점권과 금융 통제력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상당수 국가는 자국 내 통화를 독점하면서 경제적 이득을 취한다. 통화를 기반으로 정책을 포함한 금융 통제를 시행하고 이는 국가 권력에서 중요하다.

다만 이런 힘은 국가가 발행한 화폐가 신뢰를 얻을 때만 가능하다. 만약 국가가 발행한 화폐가 신뢰를 상실한다면 그 화폐는 자국 내에서도 사실상 가치를 유지하지 못한다. 국가가 발행하는 화폐가 신뢰를 잃으면 단순히 화폐가 덜 사용되는 것을 넘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만성적인 인플레이션이다.

자국 통화의 신뢰가 하락할 때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화폐 개혁이다. 하지만 국가의 신뢰가 취약한 나라에서 화폐 개혁의 효과는 지속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에콰도르 같은 일부 국가는 자국 통화를 포기하고 아예 미국 달러처럼 세계적으로 신뢰가 높은 타국 통화를 법정 통화로 사용하거나 그런 통화와 연동된 페그제를 채택한다. 그러면 경제는 안정을 찾게 되지만 자국 주도의 통화 정책이 아닌 타국 통화 정책에 휘둘리는 근본적 문제가 발생한다. 즉 자국 경제는 긴축이 필요한데, 법정 통화로 채택한 나라가 통화를 늘리면 대응이 어려워진다. 또한 법정 통화로 채택한 타국 통화가 과잉 발행돼 가치가 하락할 위험에도 그대로 노출된다.

이런 국가들엔 비트코인이 매력적 대안이다. 비트코인은 전체 발행 수량이 제한돼 있어 자국 통화보다 신뢰가 높은 데다 전 세계 어디서도 통용될 수 있다. 그러면서도 달러처럼 다른 나라의 통화 정책에 휘둘릴 필요도 없다. 특히 많은 개발도상국은 주 수입원인 해외에 거주하는 자국민으로부터 송금 시 발생되는 국제 송금 수수료를 크게 낮출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비트코인은 사용처가 늘어나면 가치가 상승할 수 있어 특정 국가가 공식 화폐로 사용하면 그에 따라 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 자본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으로서는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활용해 차후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따른 투자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생각은 비트코인을 지지하는 주요 근거들 중 하나다. 실제로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최고경영자(CEO)는 2020년 1월 4일 코인베이스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가상화폐 시장에서 2020년대에 발생할 변화를 설명할 11가지 키워드 중 하나로 이머징 마켓을 꼽았다. 실제로 그가 대학 졸업 후 1년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교육회사에서 일하면서 당시 아르헨티나를 강타한 초인플레이션을 직접 경험한 것이 이후 코인베이스 설립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1년 6월 엘살바도르가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한 이후 수개월 사이 탄자니아·파라과이·아르헨티나 등에서 비트코인을 법정 통화로 검토하거나 관련 법안을 발의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이처럼 수많은 개발도상국에서 비트코인은 법정 통화의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다른 한편 중국의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와 미국의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더해 가상화폐가 국제 통화 시장에서 유력한 대안이 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서병수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