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전략·영업 삼박자 갖춘 실력파…그룹 내 수익 비율 감소, 새로운 성장 동력 절실

[비즈니스 포커스]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빌딩 전경. 사진=KB국민은행 제공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빌딩 전경. 사진=KB국민은행 제공
KB금융이 이재근 영업그룹 이사부행장을 KB국민은행장에 낙점했다. KB금융지주는 지난 12월 1일 윤종규 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 최명희·권선주·정구환 사외이사 등 5명으로 구성된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열고 이 부행장을 차기 KB국민은행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새 KB국민은행장은 이달 중 추가로 열리는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의 심층 인터뷰 등 심사를 거쳐 은행 주주 총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임기는 2022년 1월부터 2년으로 그룹 내 계열사 대표이사 임기 사례와 동일하다.

1966년생인 이 내정자는 5대 시중은행 중 최연소 은행장이다. KB금융은 이번 인사를 통해 본격적인 세대교체를 예고했다.
전문성 갖춘 이재근 내정자
‘살림꾼’, ‘파격 인사’, ‘야전 사령관’, ‘전략통’. 이재근 KB국민은행 은행장 후보에게 따라붙는 키워드다.

허인 행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이 내정자는 서울고와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경제학, 카이스트 금융공학 석사를 취득했다. 그는 재무·전략·영업 등 그룹 내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실력파다. 1993년 주택은행에 입행한 후 2013년 핵심 영업지역 중 한 곳인 판교테크노밸리지점장을 맡았다.

2015년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눈에 띄어 지주 재무기획부장에 발탁됐고 2017년 상무로 승진한 직후 그룹 재무총괄(CFO)로 임명돼 내부 살림꾼 역할을 맡아 왔다. CFO는 회계·투자설명회(IR) 등을 총괄하는 그룹의 프런트맨으로 통하는데, 통상 그룹 CFO 자리를 부사장이 맡아 왔던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인사였다. 파격 인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20년 당시 이 내정자는 6명의 부행장 중 나이는 가장 어린 축에 속했지만 KB국민은행 부행장의 수석 격인 이사부행장으로 승진했다. 부행장들의 의견을 조율해 이사회에서 피력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에 오른 것이다. 이와 함께 영업부행장으로 발탁, 1000여 개의 점포 관리를 총괄하는 야전 사령관 역을 맡았다.

또 이 내정자는 은행 내 손꼽히는 브레인이다. 경영기획그룹 상무와 전무를 역임했고 2019년엔 KB국민은행 노조 파업 당시 총파업상황반장을 맡아 사태를 해결하기도 했다. 여기에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시절 비서실장을 지내며 정무 감각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그래픽=배자영 기자
젊어진 KB
사실 KB국민은행 인사 발표 전만 해도 허인 행장의 4연임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KB금융은 예상을 깨고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이재근 내정자는 2021년 만 55세다. 진옥동 신한은행장(만 60세‧1961년생), 권광석 우리은행장(만 58세‧1963년생), 박성호 하나은행장(만 57세‧1964년생)과 비교해 가장 젊다. 이 내정자가 2022년 공식 취임하면 현재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차지하고 있는 최연소 시중 은행장 타이틀을 넘겨받게 된다.

은행뿐만이 아니다. KB금융은 이번 인사를 통해 본격적인 ‘세대교체’에 나섰다. 카드·생명보험 등 주요 계열사에도 1960년대 중반에 출생한 인사들을 현장에 배치했다.

KB국민카드 대표에는 이창권 KB금융지주 전략총괄(CSO)·글로벌전략총괄(CGSO) 부사장이 추천됐다. KB생명보험과 KB저축은행 신임 대표는 이환주 KB금융지주 CFO와 허상철 KB국민은행 스마트고객그룹대표가 각각 내정됐다.

이창권 내정자는 1965년생으로 이동철 현 KB국민카드 사장보다 네 살 어리다. 이환주·허상철 내정자는 각각 1964년생, 1965년생이다. 이환주 내정자는 허정수 현 KB생명 대표보다 네 살 더 젊고 허상철 내정자는 신홍섭 현 KB저축은행 대표보다 세 살 어리다. 삼성이나 네이버처럼 밀레니얼 세대 임원이 뽑히지는 않았지만 조직이 한층 젊어진 셈이다.

물론 이들 모두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이다. 이창권 내정자는 푸르덴셜생명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공시킨 전략통으로 통하고 이환주 내정자는 재무·전략·개인고객·외환 등 지주와 은행 내 주요 핵심 직무를 두루 거쳤다.

박정림·김성현 KB증권 각자대표, 이현승 KB자산운용 대표, 황수남 KB캐피탈 대표, 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은 연임을 위해 재추천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전문성을 겸비한 50대 인재란 점이다.

추천된 후보는 2021년 12월 각 대추위의 최종 심사와 추천을 거쳐 지주 주주 총회에서 확정된다. 신임 대표 임기는 2년, 재추천된 대표들의 임기는 1년이다.

대추위는 “빅블러(산업 간 경계가 뒤섞이는 현상)의 심화 속에서 리딩 금융그룹으로의 확고한 위상 구축을 위해 시장 지위를 레벨업할 수 있는 역동적인 차세대 리더 그룹 형성에 중점을 두고 대표이사 후보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전환과 빅테크 위협, 글로벌 진출
그렇다면 이재근 KB국민은행 내정자 앞에 당면한 과제는 무엇일까.

KB국민은행은 2019년과 2020년 각 2조4390억원, 2조319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리딩 뱅크’ 자리를 차지했다. 올해 역시 신한은행과의 경쟁에서 리딩 뱅크 자리를 수성할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의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순이익은 2조200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6.9% 증가했고 신한은행과 비교해선 약 700억원 더 많다.

하지만 안팎의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금융 당국이 가계 대출 규제에 고삐를 바짝 죄면서 KB국민은행의 강점이었던 리테일(소매 금융) 시장에서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점포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 또한 변수다. 카카오와 토스 등 빅테크가 정보기술(IT)을 무기로 소비의 주측으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홀리면서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그간 KB국민은행은 시중 은행 중 전국 곳곳에 가장 많은 점포망을 보유하며 리테일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는데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 가속으로 이점이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은행이 벌어들이는 그룹 내 수익 비율이 낮아지는 추세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70%가 넘었던 수익 비율은 현재 50%대로 떨어졌다. 비은행의 비율을 높이려는 그룹 내 전략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빅테크를 비롯한 비은행권의 소매 금융 도전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선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KB국민은행은 수도권 주요 대학과 주거래 계약을 하는 등 기관 영업을 강화하며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다. 다만 이 역시도 중소기업 등에 대한 자금 공급 역할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글로벌 시장도 주목해야 한다. 포화 상태에 이른 한국 금융 시장을 넘어 성장성이 높은 해외 지역에서 ‘제2의 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2021년 3분기 기준 KB국민은행은 4대 시중 은행(KB‧신한‧하나‧우리) 중 해외 영업수익이 가장 낮다.

시급한 과제는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의 정상화다. 현재 KB국민은행은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영토를 넓히고 있다. 그중 부코핀은행은 인도네시아 총 115개 상업은행 중 자산 규모 19위인 대형 은행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020년에 이어 2021년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기록 중인데 최근 KB국민은행 출신 경영진을 선임하고 자본 확충을 통한 성장 동력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디지털 전환 가속, 빅테크 위협, 글로벌 진출 등 산적한 과제 속에서 이 내정자가 어떻게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돋보기
‘포스트 윤종규’는 누구?…KB금융 3인 부회장 체제 시동
그래픽=배자영 기자
그래픽=배자영 기자
그동안 KB금융에서 KB국민은행장은 그룹의 회장직으로 가는 필수 코스였다. 하지만 2020년 말 부회장직이 신설되면서 승계 구도에 변화가 생겼다. 2021년 초 양종희 부회장이 선임된 데 이어 허인 KB국민은행장,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도 지주 부회장으로 이동하면서 ‘포스트 윤종규’ 체제를 향한 경쟁 구도가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인 부회장은 모두 1961년생으로 동갑이다.

양 부회장은 기존대로 글로벌과 보험 부문 등을 관할하고 허 부회장과 이 부회장은 디지털을 비롯해 다른 부문을 맡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3명의 부회장이 각 부문에서 어떤 성과를 내는지에 따라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뒤를 잇는 차기 수장이 결정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윤 회장의 임기는 2023년 11월 만료된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