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 체인별 강점 지닌 기업 눈여겨봐야…수소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도 주목

[머니 인사이트]
사진=정의선(앞줄 오른쪽부터)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2021년 9월 8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1 수소모빌리티+쇼’에 참석해 현대차그룹 부스에 전시된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를 둘러보고 있다. 김범준 한국경제 기자
사진=정의선(앞줄 오른쪽부터)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2021년 9월 8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1 수소모빌리티+쇼’에 참석해 현대차그룹 부스에 전시된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를 둘러보고 있다. 김범준 한국경제 기자
기후 위기가 화두가 되면서 국제 사회에서 기후 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있어 왔다. 가장 대표적 국제 협약인 교토 의정서는 그동안의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주요 선진국의 감축 목표에 합의했다. 교토 의정서 이후 출범한 파리 협정 체제에서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195개 당사국 모두 자발적 감축 목표를 지켜야 하는 방향으로 확장됐다. 이에 주요 감축 당사국인 유럽연합(EU)은 2019년 12월 유럽을 탄소 중립 지역으로 만드는 유럽 그린 딜을 발표했다.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35년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친환경 인프라 투자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탄소 중립이 글로벌 트렌드로 확대되고 있다.

탄소 중립 위한 주요 에너지원 수소

최근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원으로 수소가 주목받고 있다. 태양광 등 기존 신재생에너지는 기후와 지리적 여건 등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아 발전량이 불안하다. 잉여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기 위한 별도의 에너지 저장 장치(ESS)도 필요하다. 운송이 힘든 단점도 있다. 반면 수소 에너지는 친환경적인 데다 에너지 순환과 저장, 운송이 용이해 주요 선진국은 수소를 활용한 수소 생태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세계 수소 경제를 선도하는 국가는 유럽·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이다. 한국 또한 수소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EU는 탄소 감축 법제화를 추진하면서 수소 경제를 위한 로드맵을 내놓고 있다. EU는 유럽 그린 딜을 통해 2030년 탄소 배출 목표를 1990년 대비 40% 수준에서 50~55% 수준으로 상향 조정했다. EU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에너지원으로 수소를 꼽으면서 수소 생태계 구축을 위한 로드맵인 ‘2020 유럽 수소 전략’을 발표했다. 현재 에너지 공급의 2% 수준인 수소 사용 비율을 2050년까지 24%로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1970년대 오일 파동을 계기로 에너지부(DOE)를 신설해 수소 경제 추진 주무 부처로 지정해 왔다. 민·관 협동 협력체를 통해 수소와 연료전지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를 위해 향후 4년간 총 2조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2021년 11월 5일 하원을 통과한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법안은 신재생에너지용 송전선 건설, 전기차 인프라 등 총 1915억 달러 규모의 탄소 감축 관련 예산이 포함돼 있다.

일본 또한 세계 최초로 수소 기본 전략을 수립한 이후 수소 연료전지, 수소 공급망, 수전해 기술 등 3개 분야 10개 항목을 지정해 기술 개발을 구체화하고 있다. 한국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높이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면서 수소 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수소 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한국이 강점을 지닌 수소차와 연료전지를 양대 축으로 수소 경제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수소 경제의 밸류 체인은 수소 생산·저장·운송·충전·활용·관련 인프라 구축 등 여러 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각 밸류 체인에서는 친환경과 경제성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먼저 생산 단계에서는 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하는 그린 수소가 궁극적 지향점이다. 수소는 생산 단계에서 이산화탄소 발생과 처리법에 따라 브라운 수소, 그레이 수소, 블루 수소, 청록 수소, 그린 수소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현재 보편적 수소 생산 방식은 그레이 수소로, 석유화학·철강 공정에서 부생적으로 발생하거나 천연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얻는 방식으로 경제적이지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블루 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를 포집하고 이를 저장하거나 다른 물질로 전환해 배출된 탄소를 사후적으로 감축하는 방식(CCUS)이다. CCUS 기술이 상용화한 만큼 때문에 그린 수소로 나아가는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린 수소는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물을 전기 분해해 생산하는 방식으로 친환경적이지만 경제성이 떨어져 상용화 단계까지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생산된 수소는 고압 기체나 액체 상태 또는 암모니아 등으로 화학적 변환을 통해 저장되고 저장 방식과 운송 거리에 따라 파이프라인, 튜브 트레일러나 탱크로리 선박 등을 통해 수요처로 운송된다. 액체 수소는 기체에 비해 부피가 크게 줄어들어 저장·운송 시 경제적이지만 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암모니아는 상온 유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수소를 분리하는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저장된 수소는 기체의 경우 파이프라인이나 튜브 트레일러를 통해 운송된다. 액체 수소는 탱크로리 또는 선박으로 운송할 것으로 보인다. 운송된 수소는 충전소를 통해 다양한 활용처로 전달된다.

충전소는 중앙 공급식과 현장 공급식으로 나눌 수 있다. 중앙 공급식은 외부에서 튜브 트레일러 등을 통해 수소를 공급받는 방식이다. 현장 공급식은 천연가스 개질 또는 수전해 방식을 통해 자체적으로 수소를 생산해 공급한다. 현재 수소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소의 공급 단가를 낮춰야 하는데 단시간 내 생산 비용 감소는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운송 비용을 낮추기 위한 액화 수소 보급 또는 현장 공급식 충전소 확충이 중요하다. 충전소를 통해 공급된 수소는 발전·모빌리티·산업 공정 등의 활용처를 통해 사용되고 있고 기술의 발전에 따른 경제성 확보와 세계적 그린 뉴딜 정책에 따라 수소 생태계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술력 보유한 한국 기업 수두룩
사진=서울 여의도 국회 수소 충전소에서 한 운전자가 수소를 충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서울 여의도 국회 수소 충전소에서 한 운전자가 수소를 충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소 경제는 밸류 체인이 세분화돼 있고 각각 필요한 기술도 달라 어느 한 기업이 사업 전체를 독점하기보다 밸류 체인별로 강점을 가진 기업이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나왔다. 먼저 밸류 체인 전반적으로는 SK그룹이 수소 경제에 최적화된 사업 구조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유·화학 계열사를 거느려 수소 경제 밸류 체인 전반에 걸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고 플러그파워 등 해외 기업과의 협력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생산 단계에서는 한국 최대 부생 수소 생산 능력을 갖춘 롯데케미칼과 전국에 구축된 천연가스 관련 인프라를 활용해 수소 생산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보이는 한국가스공사가 주목받고 있다. 그린 수소 생산에서는 코오롱글로벌과 한화솔루션이 앞서 나가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한국 1위 풍력 사업자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다양한 풍력 단지와 노후 단지 리파워링 사업에 주력하고 있고 향후 풍력 단지에서 발생하는 전력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생산과 그린 수소 기반의 ESS 구축을 결합한 사업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그린 수소 상용화의 핵심 기술인 수전해 기술 개발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수전해 기술 개발을 2023년까지 완료할 예정이며 2024년부터는 상업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장 단계에서는 기체 수소보다 뛰어난 경제성을 갖춘 것으로 파악되는 액화 수소와 암모니아 관련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세계 최대 액화 수소 기업인 린데그룹과 액화 수소 공장 및 충전소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 암모니아 시장의 70%를 점유한 롯데정밀화학도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운송 단계에서는 2021년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던 일진하이솔루스의 타입4 수소 탱크가 높은 수소 저장 능력으로 수송 단계의 경제성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소 활용에서는 모빌리티 산업과 연료전지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는 일찍이 수소차에 주목해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 전기차를 양산했다. 전기차에 비해 장거리 운행에 장점이 많은 수소 전기차의 장점을 살려 상용차(대형 차량) 시장 확대에 앞장서고 있다. 자동차 기업을 넘어선 수소 통합 솔루션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연료전지 산업에서는 한국 발전 연료전지 시장의 70%를 점유한 두산퓨얼셀과 가정용 연료전지에 장점이 있는 에스퓨얼셀 등을 주목할 만하다. 개별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에 상장된 ‘KBSTAR Fn수소경제테마 ETF’, ‘하나로(HANARO) Fn전기&수소차 ETF’, 미국에 상장된 ‘디파이언스 넥스트 젠(Defiance Next Gen) H2 ETF’, ‘디렉시온 하이드로겐(Direxion Hydrogen) ETF’ 등이 고성장 수소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매력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