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속화된 반도체 패권 전쟁

[서평]
국가전으로 번진 반도체 전쟁, K반도체의 미래는
반도체 대전 2030
황정수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만 7000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대유행 여파로 인해 세계를 휩쓴 공급망 대란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반도체 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무적인 성과를 올렸다. 삼성전자는 2021년 3분기 인텔을 제치고 글로벌 반도체 1위를 달성하며 ‘반도체의 왕좌’를 되찾았다. SK하이닉스 또한 2021년 3분기에 창사 이후 분기 단위 최대 매출을 달성하며 지속적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인공지능(AI)·자율주행차·빅데이터 등 반도체 수요가 지속 확대됨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주요국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공급망 전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각국은 현재 자국 내 반도체 산업을 강화하고 반도체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정부 차원의 정책을 펼치며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훗날 ‘세계 제1차 반도체 대전’으로 기록될지도 모르는 치열한 반도체 패권 다툼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한국경제신문 황정수 기자가 현대 산업의 중심 실리콘밸리에서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취재한 반도체 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K반도체가 나아갈 미래에 대해 전한다.

반도체 전쟁, 최후의 승자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의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으로 인해 벌어진 자동차 반도체 품귀는 자동차 산업뿐만 아니라 휴대전화·PC 등 다른 산업으로 확대되며 반도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웠다. 반도체 산업은 이미 기업과 기업의 경쟁을 넘어 국가전으로 넘어갔고 각국은 국가 안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급망이 끊겨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반도체 내수화와 핵심 소재 공급망 다변화, 기업 간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며 국가적 차원의 공격적인 조치와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반도체 종주국인 미국도 다르지 않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021년 2조2500억 달러 규모의 인프라 예산 중 500억 달러를 반도체 산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며 반도체 산업이 국가 전략 사업이자 국가의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또한 강력한 라이벌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을 향한 적극적 견제를 시작했다. 중국 ‘기술 굴기’의 상징 화웨이를 대상으로 반도체 수출 금지 조치를 시행했고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생산) 1위인 대만 TSMC를 압박해 주요 고객사인 화웨이와의 거래를 끊게 만드는 등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중이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중국은 2021년 6월 미국 등 서방의 제재에 보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담은 ‘반(反)외국제재법’ 시행에 나섰다. 이 법은 외국의 부당한 제재에 대항해 중국이 직간접적으로 해당 조치의 결정이나 실시에 참여한 외국의 개인·조직을 보복 명단(블랙리스트)에 올려 중국 입국 제한, 중국 내 자산 동결, 중국 기업·개인과의 거래 금지 등 각종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법안 시행 전부터 H&M·나이키·아디다스 등 신장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정책을 표방한 일부 글로벌 패션 브랜드는 최근 중국에서 강한 불매 운동에 직면해 매출이 심하게 감소했다.

미·중 갈등이 극한 대립 수준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대만 TSMC는 반도체 공급망 불안정을 틈타 ‘슈퍼 을’로 자리매김했고 일본은 장점인 반도체 장비와 소재를 앞세워 글로벌 기업과 협업을 추진하며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반도체 전쟁 속에서 한국 또한 다양한 조치와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위해 향후 10년간 총 510조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고 정부는 세제·금융 지원, 규제 완화 등으로 뒷받침하는 ‘민·관 합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 기술은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 제품의 속도가 빨라지고 기능이 많아짐에 따라 고용량·초고속·저전력·소형화·고신뢰성 반도체 시장을 위해 최첨단 패키징 기술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고 시장의 규모 또한 커지고 있는 추세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반도체 산업에 대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점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도전해야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끝없는 혁신을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이 대격변을 겪는 지금, K반도체의 장기적인 비전과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할 때다.

윤혜림 한경BP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