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조원 미래 모빌리티 시장 정조준…롯데, 올해 잠실~인천공항 실증 비행 예정

[스페셜 리포트] 2022년 판을 바꿀 파격 신사업
현대차가 진행 중인 도심항공교통(UAM) 예상도.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가 진행 중인 도심항공교통(UAM) 예상도. 사진=현대차 제공
신사업으로 꼽히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분야에서 현대차·롯데·한화 등이 3파전을 펼치고 있다. 포화 상태에 육박한 육상 교통을 대신할 미래 수단으로 UAM이 급부상하면서 현대차와 한화의 일대일 경쟁 구도에 롯데가 후발 주자로 참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간스탠리는 전 세계 UAM 시장이 2040년까지 17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한국 시장 규모가 13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핵심 플레이어로 꼽히는 현대차·롯데·한화 등은 기업 특성에 맞는 로드맵으로 UAM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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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혁신의 선봉 ‘현대차’

서울은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안정적인 도심 교통 시스템을 갖추고 1000만 시민의 이동을 원활하게 지원하고 있다. 빠른 장거리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자동차와 대중교통 등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많은 인구의 자유로운 이동을 돕고 있다. 현대차의 모빌리티 혁신 DNA가 있어 가능해진 시스템이다.

하지만 서울 등 대도심에 인구 밀집이 집중되면서 육상 교통만으로는 시민의 원활한 이동이 힘들어진 상황이다. 교통 수단의 패러다임 변화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 찾아온 것이다. 현대차는 과거의 성공 DNA에 기초해 15억 달러를 투자해 대도시의 하늘 위를 연결하는 모빌리티 솔루션을 준비 중이다.

신재원 현대차 UAM사업부 사장은 “우리는 지금까지 2차원의 세계에서 살아왔지만 UAM은 하늘길을 개척해 3차원의 세계를 연다”며 “UAM은 기존 모빌리티의 상식을 바꾸는 동시에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공급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현대차의 장기적 목표를 이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사장은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연구·개발(R&D)을 담당한 바 있다. 그는 UAM과 같은 새로운 이동 방식이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도심의 차량 숫자를 줄여 현대차가 꿈꾸는 목표인 ‘인류를 위한 진보’가 구현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차는 세계 각 도심에 개인용 비행체(PAV)와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와 같은 네트워크를 구축해 UAM 비전을 실현해 기존 도시 풍경을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버와 공동으로 개발한 ‘SA-1’은 최고 시속이 시속 240km에 달해 40km를 15분 내에 갈 수 있다. 또 전동 항공기인 만큼 소음이 적고 활주로가 필요하지 않아 도심 이동용 항공기로 적합하다.

신 사장은 “UAM 솔루션을 활용하면 도시 면적의 30%를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고 도심의 교통 체증을 해소할 수 있다”며 “세계 도시 상공에서 현대차의 PAV가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롯데와 업무협약을 맺은 미국 스카이웍스에어로노틱스의 호크5. 사진=롯데 제공
롯데와 업무협약을 맺은 미국 스카이웍스에어로노틱스의 호크5. 사진=롯데 제공
‘후발 주자’ 롯데, 2022년 실증 비행 목표

롯데는 현대차와 한화에 비해 UAM 시장에 뒤늦게 진출했다. 하지만 빠른 준비와 대규모 투자로 다른 기업보다 빠른 실증 비행을 목표로 한다. 2022년부터 서울 잠실~인천 구간에서의 실증 비행을 시작해 2024년 승객을 태우고 운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후발 주자임에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이유는 각계 전문 기업과의 협력에 있다. 롯데지주와 롯데렌탈은 최근 미국 스카이웍스에어로노틱스·모비우스에너지·인천시 등과 7자 업무 협력을 맺고 UAM 실증 비행을 추진하기로 했다.

PAV는 스카이웍스에어로노틱스가, 배터리는 모비우스에너지 등이 담당한다. 인천시는 실증 비행과 사업 운영 지원 역할을 맡는다.

롯데지주는 그룹의 역량과 네트워크를 결집해 실증 비행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 롯데렌탈은 항공과 지상을 연결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운영을 중점 추진하고 UAM 이착륙장인 버티포트와 충전소·터미널 등 인프라 구축을 맡는다.

롯데가 UAM 사업에 뛰어든 것은 단순한 신성장 동력 확보 차원이 아니다. 지상 교통과 관광, 쇼핑 인프라와 항공 교통의 연결로 나타날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어서다. 인천에서 UAM을 타고 잠실 버티포트에 내린 승객이 롯데호텔·쇼핑몰 등을 이용하는 모습이 현실화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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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M 지휘봉 잡은 김동관 한화 사장

한화의 UAM 사업은 새 리더로 사실상 확정된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한화시스템이 주도적 역할을 맡고 있고 사업의 시장과 확장 등은 김 사장의 적극적인 추진력에 기반해 진행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2019년 7월 한국 최초로 UAM 시장 진출을 전격 발표했다. 미국 오버에어와 에어택시 ‘버터플라이’의 공동 개발에 본격 착수해 신사업부를 출범시켜 관련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버터플라이는 개발이 끝나기 전부터 예약 판매되며 관련 기업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세계 최대 헬리콥터 운영 기업인 영국 브리스토는 오버에어로부터 버터플라이 20~50대 물량을 선구매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버터플라이는 2024년 개발이 완료돼 2025년 양산과 시범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한화 관계자는 “서울처럼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메가시티에서 도심 차량의 평균 주행 속도는 시속 30km를 넘지 못한다”며 “하늘을 나는 3차원 공간의 UAM이 교통 정체 문제를 해결하는 미래 모빌리티로 떠오른 만큼 이 시장을 선점해 한화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