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워치·AR 글래스 이어 애플카 추가 예정…막강 생태계에서 파생될 기회 ‘주목’

[테크 트렌드]
애플 콘셉트 카.
애플 콘셉트 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애플이 전기차를 공개한다는 소식은 모빌리티업계의 가장 뜨거운 이슈였다. 애플은 시스템 설계만 직접 하고 생산은 위탁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어느 업체가 애플과 손잡고 애플카를 만들게 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동시에 이는 ‘전기차 위탁 생산’이라는 개념 자체를 모빌리티 시장의 주요 부문으로 부각시켰다.

전기차는 움직이는 가전제품, 움직이는 생활 공간, 바퀴 달린 스마트폰. 바퀴 달린 스위트 룸 개념으로 확장돼 전통적인 완성차 기업의 제조 개념을 허물었다. 전기차는 내연 기관차에 비해 부품 수 자체가 줄고 부품을 조립하는 과정이 단순해 진입 장벽이 낮다. 차체라는 하드웨어보다 차 안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인포테인먼트가 각광받으면서 소프트웨어가 하이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다양한 기업, 새로운 업종에서도 전기차를 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이폰처럼 하청을 주거나 혹은 다른 자동차 제작사의 공장을 인수하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애플카는 아이폰과 같은 위탁 생산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부품 공급 업체가 이미 전 세계에 충분히 많고 수준도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애플은 제품 하나만 팔고 마는 회사가 아니다. 스마트폰을 만들 건 노트북을 만들 건 제품 자체뿐만 아니라 업계의 트렌드를 주도했다. 스마트폰 시대를 열고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부흥시켰다. 전기차 역시 전기차 부품, 전기차 충전, 전기차 생태계 전체 플로를 구축하고 붐업시킬 것이다. 즉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에 집중할 것이다.

애플은 2020년에만 인공지능(AI) 기업을 5개 인수했다. 1월 엑스노AI, 4월 보이시스, 5월 인덕티브, 9월 스카우트FM, 10월 바이링스다. 페이스북은 3개,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이 각각 1개 업체를 인수한 것과 대조된다. 애플의 초미의 관심사이자 잘하는 분야인 AI는 2024년 나올 것으로 알려진 애플카에 탑재돼 각종 비즈니스 모델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이를 움직이고 주도하는 알고리즘을 지배하는 것을 노린다.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하던 식당 예약, 공항 길 안내, 커피 결제, 병원 검색을 애플카가 모두 해낼 것이다. 스마트폰이 하던 대로 사용자의 취향을 미리 빅데이터화해 추천해 줄 것이다. 하지만 그냥 추천해 주는 것이 아니다. 다른 스마트폰이 아닌 아이폰만이 주던 섬세한 감성과 디자인 요소를 가미해 재미있게 추천해 줄 것이다.자율주행차 센서 탑재한 아이폰 카메라최근 아이폰에 라이다(LIDAR) 센서가 탑재됐다. 이 센서는 보통 자율주행차에 쓰인다. 차가 스스로 운전하기 위해 주변 사물을 인식해야 하는데 라이다는 주변에 빛을 쏜 후 이 빛이 사물에 맞고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 차와 사물 간의 거리를 측정한다. 이 속도가 초당 수백만 번이기 때문에 주변 사물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이런 고품질 센서가 아이폰 안에 들어왔다. 아이폰 속의 라이다로 사진 찍을 때 주변 배경을 없애고 인물만 부각하는 인물 사진 효과가 탁월해진다. 사람의 위치와 표정을 정확하고 빠르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물을 밀도 있게 3D로 스캔할 수도 있다. 이 말은 곧 증강현실(AR) 기술이 발전하게 된다는 뜻이다. 살까 말까 고민 중인 가구를 집 안에 가상으로 배치해 보고 신상 원피스를 가상 피팅할 때 정확도가 높아진다.

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에는 블루투스와 와이파이가 유명하다. 최근 각광받는 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이 또 하나 있다. UWB(Ultra Wideband)다. 500메가헤르츠 이상의 주파수 대역폭으로 매우 정확하게 거리와 방향을 측정한다. 와이파이의 정확도가 15m 단위라면 블루투스는 1~8m 단위, UWB는 30cm 단위로 타깃의 범위를 잡아낸다. 원래 군용 레이더 기술로 개발됐지만 높은 보안성과 데이터 전송 기능으로 다른 업계도 군침을 흘렸고 애플은 2019년 자체 개발한 UWB 칩을 아이폰11에 탑재했다. 이 UWB가 있는 스마트폰은 자동차 키로도 쓸 수 있다. UWB 칩이 탑재된 아이폰과 BMW 소유자는 아이폰을 들고 자신의 BMW 근처에만 다가가도 자동으로 차 문을 열 수 있다.

아이폰은 애플 생태계의 영원한 센터다. 메타버스와 함께 AR이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지만 AR 글래스 등 AR 제품들은 장비가 무겁고 복잡해 일상에서 간편하게 활용하기 어렵다. 애플이 야심 차게 준비하는 AR 글래스는 아이폰과 페어링돼 있다. 대용량 데이터 처리 등 무거운 프로세싱 작업은 아이폰이 맡아 주고 AR 글래스는 가볍고 편하게 유지한다. AR이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대중적으로 널리 퍼지도록 아이폰이라는 애플 최고 히트작을 효과적으로 사용한 전략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21년 12월 애플의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변경했다. AR과 VR을 위한 헤드셋 출시 계획이 애플의 주가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AR·VR 헤드셋 출시는 아이폰 교체 주기를 단축하고 더 강력한 아이폰 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MZ세대 섭렵한 애플, 생태계 확장 또 확장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많이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애플 워치 잘 샀다고 느끼는 순간’이라는 게시글이 종종 올라올 정도로 애플 워치가 대학생과 젊은 직장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위생·안전이 중요해지면서 애플 워치의 여러 기능 중 헬스 케어 관련 기능이 각광받고 있다. 씻기 기능은 손을 씻기 시작하면 20초 타이머를 자동으로 시작하고 손을 제대로 잘 씻는지 모니터링한다. 애플 워치에 탑재된 모션 센서·마이크·머신 러닝을 적용한 결과다.

애플 워치는 심장 박동 수·심전도·혈중 산소 측정도 가능하기 때문에 최근 건강에 예민해진 사람들이나 병원 방문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건강을 체크하기에 유용하다.

운동 실력과 활동량을 체크하는 센서도 있다. 테니스 서브 속도, 골프 비거리, 자전거 탈 때 위성항법장치(GPS)·심장 박동 수·가속도 측정도 애플 워치가 해준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하기 꺼리는 사람이 혼자 집이나 야외에서 운동할 때도 운동량·활동량·특이점을 애플 워치가 측정해 보여주면 동기 부여가 된다. 목표를 채우지 못한 날엔 독려 메시지도 뜬다.

운동할 때 스마트폰을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은 상당히 불편한다. 아이폰을 가방에 넣어둔 채 운동에만 집중해도 애플 워치가 알아서 중요 알람을 알려줘 편하다. 하루하루 운동 지표, 활동량 지표, 건강 지표를 세밀하게 관리해야 하는 전문 운동 선수들에게도 애플 워치의 이런 다양한 센서는 매력적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빌딩 출입 시 QR코드 찍을 일이 많은데 이때도 스마트폰을 매번 꺼낼 필요 없이 목만 들어 쉽게 바로 QR코드를 찍을 수 있다. 마스크를 쓴 채 잠금 해제가 가능하다는 점은 특히 시대 맞춤형이다.

애플은 이미 신뢰성 있는 콘텐츠를 통해 충실한 팬과 세계적 유통망을 갖추고 있다. 이른바 ‘애플 생태계’가 이미 구축돼 있다. 시대의 흐름을 잘 읽는 명민한 애플은 이를 너무 잘 알고 있다. 견고한 애플 생태계에 이제 애플카도 들어온다. 여기에서 파생될 비즈니스 기회에 주목하자.

정순인 LG전자 VS 사업본부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