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4척 중 3척 건조, 기술력 입증…해저 운송관 등 해상 가스전 개발비용 크게 낮춰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삼성중공업이 건조한 FLNG ‘코랄 술’. 삼성중공업 제공
사진=삼성중공업이 건조한 FLNG ‘코랄 술’. 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5,550 -0.54%)이 전 세계에 4척뿐인 해상 플랜트 ‘해상 부유식 액화 설비(FLNG : Floating Liquefied Natural Gas)’를 잇달아 인도하며 이 분야의 강자로 자리매김해 주목받고 있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정제하고 이를 액화천연가스(LNG)로 만들어 저장·하역하는 해상 설비다.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FLNG 4척 중 3척을 건조했다. 2017년과 2020년에 이어 최근 셋째 FLNG를 건조해 발주사에 인도했다.

친환경 장점 주목해 FLNG 자체 개발 성공

청정 연료인 천연가스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친환경 해상 가스전의 개발도 중요해지고 있다. FLNG는 해상 가스전 개발에 소요되는 투자비를 크게 절감하는 것은 물론 상업성이 떨어지는 중·소규모 해상 가스전 개발에도 적합한 친환경 신개념 해양 설비로 꼽힌다.

과거 해상 가스전 개발은 해저에서 천연가스를 뽑아 올려 파이프라인으로 육상에 이동해 정제·액화한 뒤 저장 탱크에 보관하다가 LNG 운반선으로 운송하는 방식이었다. 반면 FLNG는 천연가스의 정제·생산·액화·저장·하역 등 모든 과정을 해상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 FLNG가 ‘바다 위 LNG 공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FLNG는 따라서 해저에 별도의 파이프라인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평균 2조원에 달하는 육상 액화 저장 설비도 필요 없다. 이 같은 장점 덕에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심해 가스전 개발에는 FLNG가 필수 설비로 꼽힌다.

FLNG는 중·소규모 해상 가스전 개발에도 적합하다. 매장량 1억 톤 이하의 중·소규모 해상 가스전은 세계적으로 300여 곳에 달한다. 파이프라인을 설치하는 기존 방식으로 개발하기에는 상업성이 부족한 것은 물론 환경 훼손 우려도 문제로 지적돼 왔다.

삼성중공업은 FLNG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2006년 9월부터 4년여간 약 100억원을 투자해 기술 확보에 나섰다. FLNG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설비인 만큼 가혹한 해상 상태에서도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한다. 삼성중공업은 대덕 선박해양연구센터의 시험 수조에서 모형선 테스트를 통해 해상 거동 억제 FLNG 선형을 자체 개발했다.

FLNG에는 LNG를 해상에서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화물창도 필수다. 삼성중공업은 LNG의 출렁임에 의한 화물창 내부 손상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LNG를 섭씨 영하 163도의 극저온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자체 개발했다. 대형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생산 기술도 확보했다. 또한 물결치는 바다 위에서 LNG를 안전하게 이송하기 위한 선박 간 계류와 LNG 이송 기술도 개발했다.

FLNG 계약 3건…LNG선 38척 수주 맞먹어

기술 개발은 성과로 이어졌다. 삼성중공업은 2009년 7월 세계적 오일 기업인 로열더치쉘과 함께 이 회사가 향후 15년간 발주하는 FLNG를 독점 공급하는 내용의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 2011년 쉘에서 세계 최대 규모인 ‘프렐류드 FLNG’를 36억 달러에 수주했다. 2015년에는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페트로나스에서 15억 달러 규모의 FLNG를 수주했다. 2017년엔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ENI에서 25억 달러 규모의 모잠비크 ‘코랄 FLNG’를 수주했다. LNG선 1척의 선가가 평균 2억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LNG선 38척을 단 세 번의 계약으로 수주한 셈이다.

삼성중공업은 수주한 FLNG를 발주사 측에 차례로 인도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대 부유식 LNG 설비인 프렐류드 FLNG를 2017년 6월 거제조선소에서 출항했다.

프렐류드 FLNG는 길이 488m, 폭 74m로 축구 경기장 4개를 직렬 배열한 크기와 같고 저장 탱크 용량 45만5000㎥는 올림픽 규격 수영장 175개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당시 한국 3일 치 소비량에 해당하는 LNG를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다.

프렐류드 FLNG는 같은 해 7월 호주 북서부 브룸에서 약 475km 떨어진 프렐류드 가스전 인근 해상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향후 약 25년 동안 연간 LNG 360만 톤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사진=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대 규모의 ‘프렐류드 FLNG’. 삼성중공업 제공
사진=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대 규모의 ‘프렐류드 FLNG’. 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은 2020년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에 FLNG ‘페트로나스 두아’를 인도한 데 이어 최근 초대형 FLNG 건조에 다시 성공했다. 삼성중공업은 2021년 11월 15일 모잠비크 해상에 투입될 FLNG 건조를 마치고 명명식을 가졌다.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 ENI가 발주한 FLNG ‘코랄 술’은 총 중량 21만 톤, 길이 432m 폭 66m로 축구장 4개를 직렬로 배열할 수 있는 크기다. 가스 분출 저감을 위한 저탄소 배출 기술을 활용한 가스 터빈 발전기와 폐열 회수 시스템 등 친환경 기술을 적용했다.

코랄 술은 명명식 이튿날 거제조선소를 출발해 모잠비크 펨바시 북동 250km 해상에 있는 코랄 가스전으로 이동했다. 아프리카 최초의 심해용 FLNG로 연 340만 톤의 LNG를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코랄 FLNG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팬데믹(세계적 유행) 상황에서도 완벽한 품질은 물론 계약 납기를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향후 범용 FLNG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시장 우위를 선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돋보기
‘FLNG 초격차’ 드라이브 거는 삼성重
사진=이왕근(오른쪽) 삼성중공업 해양사업 담당이 데런 레스코스키 ABS 극동아시아 사장에게 기술 인증서를 받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제공
사진=이왕근(오른쪽) 삼성중공업 해양사업 담당이 데런 레스코스키 ABS 극동아시아 사장에게 기술 인증서를 받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은 해상 부유식 액화 설비(FLNG : Floating Liquefied Natural Gas) 초격차 기술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FLNG에 적용할 수 있는 ‘원 사이드 스프레드’ 계류 시스템을 독자 개발해 최근 미국 선급인 ABS에서 기본 인증을 획득했다.

계류 시스템은 FLNG 등 부유식 설비가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하거나 생산된 LNG를 운반선에 하역할 때 강한 바람이나 조류에도 안정적으로 자세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시스템은 FLNG의 한쪽 측면에 고장력 로프를 걸어 고정하는 방식이다. FLNG가 안정적으로 가스전 해상에 머무르게 하는 운동 성능을 확보한 기술로 평가된다. LNG 운반선의 안전한 접근과 접안에도 도움을 준다.

기존 FLNG 계류 시스템인 ‘온 터릿’ 방식은 제작과 설치 난도가 높아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단점이 있었다. 터릿은 높이 최대 50m, 둘레 30m의 원통형 구조물을 뜻한다. 온 터릿은 FLNG 상부 갑판부터 밑바닥까지 수직으로 뚫은 구멍에 터릿을 끼워 선박을 고정하는 방식이다. 세계 최다 FLNG 건조 실적을 기반으로 축적한 엔지니어링 역량으로 설치가 쉽고 경제적인 차세대 계류 시스템인 원 사이드 스프레드의 개발에 성공했다는 게 삼성중공업의 설명이다.

삼성중공업은 ABS선급 인증으로 계류 시스템 기술의 신뢰성을 확보한 만큼 향후 FLNG 수주에 이를 활용할 계획이다. 이왕근 삼성중공업 해양사업 담당은 “원 사이드 스프레드 계류 시스템은 마일드한 해상 환경에서 복잡한 터릿을 대체할 수 있는 특허 기술”이라며 “경제성 높은 FLNG 모델을 찾는 선사에 최적의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