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에 영향 미치는 유동성·수요·공급 모두 집값 상승 주도 요인으로 작용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자산 시장에서 폭풍과도 같았던 2021년이 지나갔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침체로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이 많았지만 이들을 비웃기라고 한 것처럼 집값은 지난 10년 중 가장 많이 올랐다. 아파트 20.2%·연립주택 7.0% 상승2021년 전국 주택 매매가는 14.97% 올랐다. 최근 10년간 가장 많이 올랐고 30년간을 따져도 2002년에 이어 둘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주택 유형별로 보면 다가구 주택을 포함한 단독 주택이 3.0%, 빌라나 다세대 주택을 포함한 연립 주택이 7.0%, 아파트는 20.2% 올랐다.
2021년의 상승률은 과거와 비교해도 역대급 수준이다. 2011~2020년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과 지난해의 매매가 상승률은 6.2배 차이가 있다. 전셋값도 지난 10년 평균 대비 2.6배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매매가와 전셋값이 역대급으로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매우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세 가지를 꼽으라면 유동성·수요·공급이다.
유동성은 시장에 돈이 얼마나 풀렸는지를 파악하는 지수다. 유동성이 높아지면 돈의 가치가 하락해 매매가뿐만 아니라 전셋값도 오른다. 유동성은 통화량 증가율을 보면 알 수 있다. 매년 커지는 경제 규모에 통화량도 함께 증가한다.
단, 통화량 증가율이 매년 비슷한 것은 아니다. 어떤 해에는 통화량을 많이 늘리고 어느 해에는 통화량을 적게 한다. 이에 따라 집값도 영향을 받는다. 2021년의 통화량 증가는 역대급이었다. 최근 10년간 평균 통화량 증가율은 6.48%다. 반면 지난해는 11.42%다. 이 수치는 1~10월의 평균이고 2021년의 평균치는 11.6%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집값에 영향을 주는 둘째 요소는 수요다. 시장 경제에서 수요와 공급이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수요가 늘면 물건 값이 오르고 수요가 줄면 물건 값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주택 시장은 이 공식만으로 계산할 수 없다.
주택 수요는 가구 수 증가에 비례한다. 하지만 가구 수 증가를 모두 매매 수요 증가로 볼 수는 없다. 전세를 구하려는 임대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5억5322만원, 전셋값은 3억3665만원이다.
어떤 이가 실거주를 하기 위해 아파트를 구입한다면 전세를 사는 것보다 2억1656만원을 더 내야 한다. 또한 취득세와 재산세 등 추가되는 세금도 있다. 짧게 생각해 봐도 집값이 오르지 않는데 집을 사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수억원의 돈을 더 내고 집을 사는 가장 큰 이유는 집값이 언젠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단, 이 기대가 흔들리면 집을 사려는 사람인 수요가 줄어든다. 하지만 주택 수요 전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어느 곳에서는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매매 수요가 줄면 그만큼 임대 수요가 늘어나는 셈이다. 한국은행에서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심리지수 중 주택 가치 전망을 보면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향후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반대로 100이 되지 않으면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는 것이다.
2021년에 역대 최고치인 124를 기록했다. 최근 10년을 보면 120을 넘기 어려움에도 2021년에 평균치인 107.8을 훌쩍 뛰어넘었다. 집값이 역대급으로 상승한 이유다.
집값에 영향을 주는 셋째 요소는 공급이다. 이론적으로 보면 1년에 필요한 적정 공급량은 ‘가구 수 증가분+멸실 주택 수’다. 결혼이나 분가 등으로 집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철거 등으로 집이 줄면 그만큼 지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시장에선 이론에 따라 공급하면 어느 해는 공급이 부족하고 어떤 때는 공급이 넘치기도 한다. 사람들이 집을 사는 이유는 수요와 공급에 따른 것도 있지만 유동성이나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해서다. 시장 파악하는 현실적 방법 ‘미분양 물량’
공급이 시장에 많은지 적은지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미분양 물량을 살펴보는 것이다. 분양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은지, 반대로 적은지를 살펴보는 지표가 바로 미분양 현황이다.
2021년은 미분양 물량이 역대 최소다. 지난해 11월 기준 1만4094채(수도권 1472채, 지방 1만2622채)밖에 남지 않았다. 미분양이 가장 많았던 2008년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여파로 집을 짓지 못했던 2002년과 비교해도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시장에서 공급이 부족하다는 결정적 증거로 볼 수 있다.
2021년 주택 시장을 유동성과 수요, 공급의 관점에서 분석해 봤다. 집값은 하나의 변수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최근 10년을 살펴보면 어떤 해는 공급이, 어떤 때는 심리적 요인에 의한 수요가, 다른 때는 시중의 자금 흐름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2021년은 유동성과 수요, 공급을 나타내는 모든 지표가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나타냈다. 집값 상승이 역대급일 수밖에 없던 대표적인 이유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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