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관리 체계보다 중요한 ‘위기 정보 관리’
평소 대응 역량 갖춰야

[강함수의 레드 티밍]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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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에서 보고되는 내용만으로 조치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어도 현업에서 무엇을 신속하게 알아봐야 하고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즉각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위기 의사 결정을 위해 위기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정보가 수집돼야 하는데 해당 부서에서 가져오는 정보를 바로 활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2022년 한 기업과의 첫 미팅 자리에서 회의를 주재한 리더가 한마디를 시작한 후 각 부서의 팀장들이 지난번 겪은 위기 대응 과정에서 힘겨웠던 경험을 쏟아냈다.

위기가 발생하면 조직 내부에는 어떤 일들이 생길까. 무엇을 보고해야 하고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조직 내부에서 위기에 직접 대응하고 담당하는 사람은 혼란 그 자체가 된다.

리콜을 결정하고 고객에게 대응하는 직원부터 수시로 울리는 언론의 취재 전화, 소셜 미디어 채널에 비난 댓글이 몇 백 개씩 올라오는 것을 보는 마케팅 담당자, 유통망이나 고객사의 컴플레인을 받는 담당자, 정부 감독 기관에서 오는 상황 보고 연락까지 평상시 접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만약 자신이 담당자라면 어떤 심정일까. 대응 과정에서 실수하면 그 책임을 본인이 져야 한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런 심리적 태도가 형성되면 위기 대응 과정에서 침묵과 수동적 대응 태도를 갖게 된다.

반복적 훈련과 내부 프로토콜 구축 필요

사실 경험하지 않으면 예측하기 어렵다. 위기 상황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상황 정보와 맥락 정보가 적절하게 올라와야 한다. 위기 상황에 대해 알아야 할 것, 이미 알고 있는 것, 알지 못하는 것으로 신속하게 구분해야 한다.

하지만 위기 발생 시 정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평소 고민하고 대비하지 않은 조직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모른다. 또는 이미 알고 있더라도 정보만 있고 그것을 어떻게 연결하고 활용해야 하는지 지식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위기를 규정하고 정의하는 데 오류가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살펴봐야 할 것은 바로 위기 정보 관리다. 위기 정보 처리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첫째, 정보가 여러 단계로 보고될 때 단계를 거치면서 부정확해지는 현상을 말하는 순차적 재생산 오류가 있다.

유해 물질을 다루는 공장에서 작업하다가 누수가 생겼을 때 해당 사건의 상황을 설명하는 정보가 문서로 내부의 여러 단계를 거쳐 본사에 보고되면서 실제 현장 정보와 다른 경우가 생기는데 이는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에 영향을 미친다.

둘째, 침묵 효과가 있다. 조직 구성원들이 부정적인 정보 또는 회사가 부정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거나 그런 정보를 덜 해로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정보를 고치는 행위다.

셋째, 정보 획득 편향에 따른 선택적 지각이 있다. 처음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지각하고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을 말한다. 한 번 형성된 프레임은 조정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넷째, 너무 많은 정보가 수집돼 오히려 알지 못하는 것과 알고 있는 것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데 방해가 된다. 이는 메시지 과부화 현상이다.

위기 정보 관리 문제는 기술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도 해결되지 않는다. 위기 정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처리할 때 무엇을 중요하게 살펴야 하는지,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이 수반돼야 한다. 반복적 훈련과 조직 구조적 측면에서 정보 취합과 보고 프로세스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내부의 공인된 프로토콜을 만들어야 한다.

실제 위기에 직면했을 때 대응의 속도, 의사 결정의 정확성, 실제 커뮤니케이션 내용이 문제 해결의 방향과 동떨어지는 결과를 보여주는 원인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업 내부에 있다. 조직을 구성하는 제일 작은 단위에서부터 제대로 살펴야 조직 내부의 정보 관리 습성을 바꿀 수 있다.




※ ‘레드 티밍(red-teaming)’은 조직의 전략을 점검하고 보완하기 위해 다른 관점에서 문제점이나 취약점을 발견하고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행위다. 미국이 모의 군사 훈련 과정에서 아군인 블루팀의 취약점을 파악, 분석하기 위해 편성한 가상의 ‘레드팀(red team)’으로 지칭한 것에서 유래됐다.


강함수 에스코토스컨설팅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