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알제리 등 해외 사업 수주로 턴어라운드…공모채 시장 복귀도 초읽기

[마켓 인사이트]
삼성엔지니어링이 사우디아라비아에 건설한 마덴 암모니아 생산공장 사진=삼성엔지니어링 제공
삼성엔지니어링이 사우디아라비아에 건설한 마덴 암모니아 생산공장 사진=삼성엔지니어링 제공
삼성엔지니어링이 공개 모집 회사채 시장 복귀 초읽기에 돌입했다. ‘A’ 신용 등급 탈환을 7년 만에 앞두고 있어서다. 해외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내면서 10년 정도 하락세를 보이던 삼성엔지니어링의 신용도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 공사 수행 과정의 위험 요인 관리를 체계화했고 현금 창출 능력의 회복으로 순현금 기조로 전환되면서 재무 안전성이 빠르게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긍정적’ 신용 등급 전망 달고 ‘A’ 복귀 기대

채권 시장이 올해 주목하는 기업 중 하나는 삼성엔지니어링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4년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소액을 조달한 후 자취를 감췄다. 주요 사업장의 원가율 상승으로 대규모 영업 손실을 내면서 신용도가 가파르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13년 상반기까지 ‘A’, ‘A-’ 신용 등급을 보유했다. ‘A’, ‘A급( A, A-~A, A+)’의 하단에 자리하긴 했지만 업계에선 상위권 신용도였다.

하지만 경쟁 심화로 저가 수주가 이어지면서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신시장과 신상품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에서의 화공 플랜트 부문에서 대규모 원가 상승이 발생한 영향이 컸다.

전문가들은 삼성엔지니어링이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펴면서 본원적인 수주와 프로젝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영업 손실로 자본 여력이 크게 위축됐고 부채 비율이 한때 650%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신용 평가사들은 삼성엔지니어링의 신용 등급을 내렸다. 2013년 ‘A+’로 한 단계 신용 등급을 떨어뜨린 후 2014년 ‘부정적’ 신용 등급 전망을 달아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을 내비쳤다. 2015년 상반기에는 ‘A’로 신용 등급을 재차 낮췄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2015년 하반기에는 ‘BBB+’로 신용 등급을 조정해 ‘A급(A-~A+)’ 지위마저 박탈했다. ‘A-’와 ‘BBB+’ 신용 등급은 한 단계 차이지만 채권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의미는 다르다. ‘A’급에서 ‘BBB급(BBB-~BBB+)’으로 주저앉은 것만으로도 사업·재무 안정성에 관해 기관투자가들의 신뢰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이은 신용 등급 하향 조정의 이유는 명확했다. 대규모 손실 인식과 차입금 증가에 따른 재무 안정성 저하였다. 그룹의 직간접적인 지원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비우호적인 산업 환경과 수익 기반 악화를 봤을 때 ‘A’급 지위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 무엇보다 당시 신용 평가사들은 대규모 손실이 반복되면서 삼성엔지니어링의 사업 역량에 대한 시장 불신이 커진 점을 우려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그 이후 별도로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아 회사채 신용 등급이 사라졌다. 단, 신용 평가사 중 한 곳인 한국기업평가로부터 2019년 말 기업 신용 등급을 부여받았다. 이때 한국기업평가는 ‘A-’를 부여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사업 가변성이 여전히 크지만 재무 구조 악화 폭이 과거에 비해 축소됐고 현안 사업이 마무리돼 사업 안정성이 회복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2년 후인 지난해 말 한국기업평가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신용 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올렸다. 중·단기적으로 삼성엔지니어링의 신용 등급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신용 등급이 오르면 2015년 이후 7년 만에 ‘A’를 되찾게 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은 그간 낮아진 신용도로 공모 회사채 시장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며 “사모 회사채 발행으로 필요한 운영 자금을 조달하는 모습이었지만 꾸준히 신용도가 개선되고 기관투자가의 ‘투심’이 살아나게 되면 공모 회사채 시장에 다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7년 만에 ‘A등급’ 탈환 앞둔 삼성엔지니어링
수주 경쟁·중동 의존도는 해결 과제

삼성엔지니어링은 플랜트 설계·조달·공사(EPC)를 전문적으로 하는 건설사다. 정유·가스·화학 등 화공 플랜트와 산업·환경·발전 등 비화공 플랜트 부문을 맡고 있다.

2013년과 2015년 중동 EPC 공사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후 수익 구조 정상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규 수주가 줄면서 수주 잔액도 2017년 6조원까지 위축됐다. 손실 사업이 마무리된 2018년 이후 멕시코와 알제리 등에서 사업을 따내면서 수주 잔액은 14조원으로 늘었다.

단, 삼성엔지니어링의 대외적 여건은 우호적인 편이 아니다. 국제 유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재확산으로 해외 사업 진행이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공 부문의 수주 경쟁력과 비화공 부문에서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 수요를 통해 공사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수주 잔액은 2021년 9월 기준 13조8000억원이다. 화공 부문이 9조5000억원, 비화공 부문이 4조3000억원이다. 채산성이 좋은 해외 공사를 수의 계약 형태로 수주하면서 매출 원가율이 80%대 후반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 덕분에 2021년 3분기 누적 기준 이자·세금 차감 전 이익(EBIT)은 8.0%를 기록했다. 2017년에는 0.8%에 그쳤지만 2018년 3.8%, 2019년 6.1%, 2020년 5.2%를 기록했다.

기업 분석 전문가들은 삼성엔지니어링이 올해 재무 구조를 빠르게 개선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금 창출 능력이 회복되면서 2021년 9월 연결 기준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은 마이너스 1조원이었다. 부채 비율이 2017년만 해도 406.0%까지 치솟았지만 차츰 낮아져 2021년 9월 기준으로 197.8%를 기록했다.

성태경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사업 특성상 프로젝트별 공사 대금 수령 조건에 따라 운전 자본 투자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며 “공사 진행 단계에 따라 분기별 혹은 월별로 화공 플랜트 공사 대금을 수령하고 있어 과거와 달리 화공 부문에서 미청구 공사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줄어든 운전 자본 부담과 회복된 영업 현금 흐름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신용도를 끌어올릴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신용 등급 상향 조정 요건으로 해외 사업의 리스크 통제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 7% 이상을 제시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2020년 EBITDA 마진은 6.0%, 2021년 1~3분기 8.6%다.

물론 신용도 개선을 위한 과제도 있다. 자산 운용사 관계자는 “중동 지역과 화공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 사업 변동성이 내재해 있다”며 “중동 지역은 원유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커 유가 변동에 따라 발주 여부가 달라질 수 있고 화공 플랜트는 갈수록 수주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한국경제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