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과 현실 넘나드는 새로운 경제 활동…게임, 콘텐츠 분야에서 가장 활발

[화제의 리포트]
유명가수들의 버츄얼 콘서트가 열리는 게 플랫폼 로블록스. / 사진=한국경제신문
유명가수들의 버츄얼 콘서트가 열리는 게 플랫폼 로블록스. / 사진=한국경제신문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김재임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가 펴낸 ‘메타버스, 그래서 어디에 투자해요?’를 선정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2022년에도 메타버스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유망 테마 중 하나”라며 “빅테크를 비롯해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메타버스를 차세대 핵심 성장 부문으로 삼고 전략적으로 투자를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메타버스가 비교적 활발하게 구현되고 있는 분야는 게임과 콘텐츠다. 그는 추천 종목으로 로블록스와 유니티소프트웨어를 꼽았다.

메타버스는 현재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소재 중 하나다.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들으면 아바타·가상 세계·3D·헤드셋 등이 떠오르지만 개념이 명확하게 와 닿지 않는다. 메타버스는 디지털과 현실 공간이 결합된 세계로, 일시적인 결합이 아니라 지속적이며 실시간으로 구현되는 공간이다. 가장 핵심적인 성격은 각자 개인의 경험을 실제 감각적으로 느끼는 방식으로 무한하게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바타로 가상 화폐 벌고 현실 화폐로 환전
현재 단계에서 메타버스의 범주 안에 포함되는 서비스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실제 활용은 더 복잡하고 많은 기능을 포괄한다. 먼저 ‘증강현실(AR)’은 현실에 가상을 덧씌운 세계다. 게임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분야에서 많이 활용되며 포켓몬고와 스냅이 대표적이다. 둘째, ‘가상 세계’는 디지털 공간으로 구현된 세계로, 주로 게임의 형태로 구현된다. 게임형 메타버스인 로블록스·포트나이트·마인크래프트 등이 가상 세계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셋째, ‘라이프로깅’은 삶을 디지털 공간에 기록하는 형태다. SNS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들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데 메타(구 페이스북)와 인스타그램 등이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거울 세계’는 실제 세계를 디지털 상에서 정보 형태로 확장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지도 관련 서비스가 많다. 구글어스와 에어비앤비 등이 대표적이다.

1992년 공상과학 영화(SF) 소셜을 통해 처음 등장한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이후 게임 개발사들이 마케팅 용어로 활용하며 발전해 왔다. 이전부터 관련된 서비스와 기술이 존재해 왔지만 기술의 고도화, 사회적 여건과 인식 조성으로 최근 재조명 받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B2C 분야(게임·커뮤니케이션 부문) 위주로 발달했지만 현재는 B2B 서비스를 포괄하는 전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또 메타버스를 가능하게 하는 개별 기술(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확장현실 등)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발달해 왔지만 최근 들어 복합·융합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기술적 측면뿐만 아니라 경제 활동 면에서 진화된 모습을 보이는 점이 큰 차이점이자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과거의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MMORPG) 등 게임 내에서도 아이템을 중심으로 나름의 가상 경제가 형성됐지만 현실 세계와의 연계성이 떨어졌다. 이와 비교해 로블록스로 대표되는 현재의 메타버스 내에서는 이용자들이 아이템뿐만 아니라 게임·가상 공간을 쉽게 개발하거나 제작할 수 있고 아바타와 재화를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가상 경제에서 얻은 가상 화폐를 현실의 화폐로 환전할 수도 있어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다.
빅테크 기업들의 ‘메타버스 경쟁력’ 비교

현재 메타버스가 비교적 활발하게 구현되고 있는 분야는 게임과 콘텐츠다. 최선호주는 로블록스와 유니티소프트웨어이고 차선호주는 스냅이다.

로블록스는 게임 부문 플랫폼 사업자로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 플랫폼이라는 차별성과 메타버스 특징이 가장 잘 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로블록스에서는 1000만 명 이상의 유저 개발자들이 콘텐츠를 제작, 공유하며 선순환 경제를 형성하고 있다. 향후 이용자 수와 콘텐츠 증가에 따라 다양한 부수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다. 유저층의 대부분이 16세 미만으로 구성돼 있어 젊은층을 타깃으로 하는 엔터테인먼트·패션·스포츠 광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브랜드 제품을 3D 그래픽으로 구현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향후 메타버스 커머스 시장 성장에 따른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을 기업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유니티소프트웨어는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3D 콘텐츠를 개발하는 엔진 사업자라는 점에서 메타버스의 대표 종목이다. 현재 게임 개발과 운영 엔진 사업을 메인으로, 게임 산업에서 외부 엔진 도입이 계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모바일 게임에 특화된 유니티소프트웨어의 비율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부문에서도 실시간 3D 콘텐츠 제작 수요 상승이 예상돼 유니티소프트웨어의 수혜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유니티소프트웨어의 투자 매력도가 높은 또 다른 이유는 게임 플랫폼 내의 인앱 광고 매출 증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아이폰의 프라이버시 정책으로 타깃 광고 수요가 약화되면서 반사 이익으로 게임 플랫폼 내의 인앱 광고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이 긍정적이다.
'디즈니 필터' '애기 필터' 등으로 MZ세대의 인기를 얻고 있는 메타버스형 소셜 네트워크 스냅. / 사진=스냅
'디즈니 필터' '애기 필터' 등으로 MZ세대의 인기를 얻고 있는 메타버스형 소셜 네트워크 스냅. / 사진=스냅
스냅은 AR 기술을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형 소셜 네트워크 사업자다. AR·3D 등 메타버스 기술을 바탕으로 유저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함으로써 유저 기반 확대 가속화가 기대된다. 메타버스 기능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스냅의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선진국 대비 신흥국은 아직 침투율이 낮지만 적극적인 로컬라이징 전략을 고려하면 향후 점진적인 침투율 상승이 기대된다. 애플의 프라이버시 보호 강화 정책으로 iOS 업데이트 이후 타깃 광고 지표 측정이 어렵게 되면서 관련 매출 영향이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으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디지털 광고 부문이 핵심 성장 종목이라는 점에서 주목해 볼 만하다.

정리=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