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성장성과 ESG 테마 모두 잡는 효과…지난 2년 KEDI30지수, 코스피 대비 두 배 이상 올라

[비즈니스 포커스]
 CEO가 뽑은 혁신기업…KEDI30지수 나왔다
“처음에는 혁신가(Innovator), 그다음은 모방자(Imitator), 마지막은 멍청이(Idiot)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은 사업가와 투자가를 세 종류의 ‘I’로 분류할수 있다고 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시장을 이기는 비결이라고 봤다.

투자자는 어떤 기업이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지 아는 게 쉽지 않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해 초부터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한국 시장을 대표할 혁신 기업을 가려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혁신 기업을 모아 놓은 주가 지수인 ‘KEDI 혁신 기업ESG30(KEDI30)’을 작년 9월부터 산출하기 시작했고 올해 초 한국거래소에서 한국 언론사 중 첫 지수 산출 기관으로 인정 받았다. ‘테마형 상장지수펀드(ETF) 최강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월 8일 이 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한 ‘TIGER KEDI 혁신기업ESG30 ETF’를 내놓을 예정이다.
CEO들이 직접 뽑은 혁신 기업
KEDI30과 기존 주가 지수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지수 개발에 130여 명의 상장사·증권사·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가한다는 것이다.

한경과 시장 조사 전문 업체 입소스는 혁신 산업을 대표하는 CEO 100명과 증권·자산운용사 CEO 30명 등 총 130여 명을 대상으로 ‘당신이 생각하는 가장 혁신적인 기업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설문 조사를 토대로 혁신 기업 50곳을 뽑은 뒤 연세대 경영대학원, IBS컨설팅과 함께 개발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 모델을 적용해 30곳을 최종 선정한다. 아무리 혁신 점수가 높더라도 ESG 점수가 낮으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KEDI30지수는 매년 구성 종목을 리밸런싱(조정)한다. 9월 구성 종목을 선정하고 이듬해 3월 시장 상황을 반영해 미세 조정을 거친다. 경영 일선에 있는 CEO들이 뽑은 혁신적인 기업만 지수에 포함되기 때문에 시장의 평가를 정확하고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혁신 기업 중에서 ESG 경영을 잘하는 곳을 고르기 때문에 미래 성장성과 ESG 테마에 모두 투자하는 효과가 있다”며 “지수 개발자나 펀드매니저가 만드는 기존 지수와 달리 현업에 있는 CEO들이 설문에 참여하기 때문에 현장의 목소리가 그대로 반영된다는 게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KEDI30 구성 종목은 크게 △정보기술(IT) △플랫폼 △미래 기술 △바이오 등 4개 혁신 분야로 나뉜다. 미래 산업을 대표하는 인터넷·모바일, 미래 이동 수단, 친환경, 우주, 가상세계, 게임, 로봇, 빅데이터, 핀테크, 미디어 기업이 포함돼 있다. 현재 구성 종목은 삼성전자·네이버·현대차·SK바이오팜·한화에어로스페이스·레고켐바이오·리노공업·LG이노텍·효성첨단소재·더존비즈온·솔브레인 등이다. 이들 30개 종목을 균등하게 나눠 지수를 산출한다.

이 지수는 2020년 76.94%, 지난해 9.54%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각각 30.8%, 3.6%였다. KEDI30지수 상승률이 코스피지수 상승률 대비 두 배 이상 높았다.

코스닥지수와 비교해도 KEDI30의 성적이 더 우수했다. 2020년과 지난해 코스닥지수 연간 상승률은 각각 44.6%, 6.8%였다. 지수 움직임은 한경닷컴 홈페이지 데이터센터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CEO가 뽑은 혁신기업…KEDI30지수 나왔다
KEDI 시리즈 계속 나온다
2016년 말 256개였던 한국의 상장지수펀드(ETF)는 작년 말 533개로 5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순자산 총액(시가 총액)은 같은 기간 25조원에서 74조원으로 약 세 배로 불어났다. 하루 평균 ETF 거래 대금 규모는 미국 중국에 이은 세계 3위다.

ETF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자산 운용사에 지수를 공급하는 사업자는 한정적이다. 한국의 주식 부문 지수 사업자는 한국거래소·에프앤가이드·NH투자증권 등이 전부다. 이 중 한국거래소와 에프앤가이드의 시장점유율이 약 60%에 이르고 나머지는 해외 지수 사업자의 몫이다.

한경은 한국거래소에서 지수 산출 기관으로 공식 인정되면서 주식 부문에선 넷째 사업자가 됐다. 지수 사업자 중 유일한 언론사다. 한경이 첫째 지수로 혁신 기업을 다룬 것은 그동안 혁신 기업만을 담은 지수와 ETF가 없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혁신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기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다.

한경은 앞으로 언론사만의 시각과 장점을 담은 ‘KEDI 시리즈’를 연달아 내놓을 계획이다. 한 자산 운용사 관계자는 “ETF 시장은 팽창하는데 지수 사업자가 많지 않다 보니 시장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창의적이면서 중·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지수가 개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언론이 다양한 주가 지수를 산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산출하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다. 줄여서 다우존스지수라고 불리는 이 지수는 WSJ의 창립자인 찰스 다우가 1884년 만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주가 지수다. 미국의 대표 경제 매체인 블룸버그 역시 지수 사업자로 유명하다.

일본에서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산출하는 닛케이225지수가 일본 증시를 대표하는 지수로 쓰이고 있다. 영국 증시를 대표하는 FTSE100지수는 파이낸셜타임스와 런던증권거래소가 합작 투자한 FTSE그룹이 산출한다.
가상 자산 지수도 개발 완료
한경은 KEDI30뿐만 아니라 15개 암호화폐의 가격 움직임을 보여주는 가상 자산 지수 개발도 완료했다. 핀테크 기업 웨이브릿지와 공동 개발한 ‘KEDI-웨이브릿지 한국 가상자산15 지수(KOVAX15)’는 지난 1월 11일부터 공식 산출을 시작했다.

KOVAX15는 한국의 4대 가상 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에서 거래되는 15개 주요 암호화폐 가격의 움직임을 모두 반영한다. 기존에도 거래소 운영사 등이 만든 암호화폐 지수가 있었지만 자사 거래소 가격만을 기준으로 해 전체 가상 자산 시장의 움직임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지수에 포함된 암호화폐는 비트코인·이더리움·바이낸스코인·솔라나·에이다·리플 등이다. 편입 종목은 시가 총액을 기초로 거래 안정성 등을 감안해 선정한다.

금융 당국은 암호화폐를 기초 자산으로 한 ETF 출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캐나다·유럽 등에선 가상 자산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판매되고 있다.

가상 자산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도입되면 투자자에게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도 암호화폐에 관심은 있지만 상대적으로 거래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를 꺼리는 이들이 많다. 한국에 가상 자산 ETF가 도입되면 한 종목만 담는 게 아니라 KOVAX15처럼 다양한 암호화폐로 구성된 지수를 추종할 가능성이 높다. 종합 지수는 특정 종목의 움직임에 비해 등락률이 크지 않아 장기 투자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태훈 한국경제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