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할 때 시간이 느리게 가는 이유…
오성주 교수가 들려주는 '주식 심리학' 강의

[서평]
주가 차트가 들썩이면 우리의 심리도 흔들린다
차트의 유혹
오성주 지음 |한국경제신문 | 1만6800원


“주가의 흐름을 연속적으로 보는 것 자체가 거대한 착시다. 주가는 매 순간 벌어지는 이산적인 사건일 뿐 앞뒤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의 시각 시스템이 작동해 연속적인 흐름으로 보는 것이다.”

최근 ‘주식심리학’ 강의를 개설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오성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의 ‘차트의 유혹’은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주식 투자를 들여다본다. 바로 지각심리학을 통해서다. 지각심리학은 인간이 상황을 인식·해석하고 반응·행동하는 일련의 과정을 탐구한다. 기본 전제는 명확하다. 인간이 실제 세계를 인식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방식은 주식 투자에 잘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방식으로 주가 차트를 분석하고 투자하기 때문에 실수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별자리를 예로 살펴보자. ‘천칭자리’ 같은 별자리는 인간이 이름 붙인 것이다. 별들 간에는 실제로 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우리는 자의적으로 별들 사이에 가상의 선을 그려 넣고 하나의 ‘별자리’로 별들 간의 조합을 읽어 낸다. 이것은 인간 고유의 능력이지만 주가 차트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그대로 적용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실세계의 사건을 파악하듯 주가의 움직임을 연속적인 과정으로 보기 때문이다. 어제 올랐으니 오늘도 오를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주가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특히 큰 추세를 보고 판단하는 장기 투자와 달리 짧은 시간 내의 주가 변동을 토대로 투자하는 단기 투자에서는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회사의 가치가 아닌 주가가 주가를 움직이는 요즘 같은 경우는 더하다. 저자는 심리학에서 활용하는 여러 착시 실험을 통해 이를 설명한다.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주식 투자를 할 때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이유와 스마트폰과 단기 투자 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투자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이지만 투자 자체가 주는 흥분도 빼놓을 수 없다. 끝 모르고 오르는 빨간색 분봉이 주는 강한 흥분은 우리를 주식 창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지나친 과장이라고 생각된다면 초조함과 지루함을 못 이기고 장이 열리지 않는 주말에도 괜히 스마트폰으로 주식 창을 확인한 적이 없는지 떠올려 보자.

지금은 투자자 거의 대부분이 스마트폰으로 투자를 하는데, 이 점이 자신도 모르게 잦은 매매를 하게 되는 이유라고 지적한다. 객장에서 투자하던 시기를 떠올려 보면 그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여러 연구는 과거에 비해 주식 보유 기간이 줄었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잦은 매매는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익률을 떨어뜨린다. 주식으로 높은 수익을 올린 투자자들이 입을 모아 장기 투자의 중요성을 말하는 이유다.

역설적으로 장기 투자가 더욱 어려운 환경인 지금, 다시 곱씹어 볼 만한 지점이다. 시간의 무게는 견디기에 너무 버겁지만 그럼에도 제대로 버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에 대해서도 저자는 여러 방법을 소개한다.

주식 투자 이면에 담긴 인간 심리·감정

주가의 움직임과 시장의 흐름은 경제적 현상이지만 주식을 사고팔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일이다.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들여다보는 심리학적 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저자는 손해 볼 걸 알면서도 급등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이유, ‘존버(힘들게 버팀을 뜻하는 속어)’의 시간이 지루한 이유, 스마트폰과 단기 투자 사이의 관계, 지금까지의 차트 분석이 실패했던 이유 등 주식 투자를 조금만 해 본 사람이라면 뼈저리게 공감할 일들을 다룬다.

최근 시장이 횡보하자 고점에서 물린 상황을 자책하는 사연을 비롯해 후회와 아쉬움 섞인 이야기가 줄을 이었다. 어쩌면 시장의 열기가 잠시 사그라든 듯한 지금이 주식과 주식 투자를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해 볼 기회인지 모른다.

한편 주식 열풍과 함께 저마다 나름의 답을 제시하는 기존의 책들과 달리 이 책은 답을 내리지 않는다. 실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풍부한 해석을 제시한다. 어떻게 보면 돈을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이전의 책들과 다른 시각으로 쓰였지만 많은 사람들이 투자 과정에서 오류를 줄이고 지금보다 나은 결과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다.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의 ‘전망 이론’, 솔로몬 애시의 ‘동조 실험’, 프리츠 하이더의 ‘귀인 이론’, 스키너의 ‘학습 이론’ 등 다양한 심리학 연구를 주식에 적용·해석하는 저자의 통찰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다.

김종오 한경BP 출판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