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윤 야놀자·야놀자 클라우드 대표 인터뷰
5년 설득 끝에 비전펀드에서 2조원 투자 유치
‘클라우드’와 ‘데이터’가 핵심
여행·레저 등 공간 산업의 데이터 플랫폼 도약 준비
여행과 일상생활 공간에도 디지털 트렌드가 강타했다. 호텔을 비롯한 각종 숙박 시설은 물론 오피스와 주택 등 시설 관리에도 자동화·초개인화 서비스가 요구되고 있다. 예컨대 현재는 호텔 객실 청소를 위해 일일이 문을 두드려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지만 디지털 전환이 이뤄진 호텔에선 센서를 통해 고객이 방에 있는지 여부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공간의 디지털 전환은 어떻게 이뤄질까. 김종윤 야놀자·야놀자 클라우드 대표(CEO)는 클라우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열쇠’로 제시한다. 야놀자는 리스타트를 외친 2015년부터 ‘공간의 디지털화’라는 명확한 목표를 정립하고 국내외 호텔 자산 관리 시스템(PMS) 강자들을 인수하며 기술 확보에 매진했다. 2019년 클라우드 방식의 PMS를 개발해 글로벌 진출을 시작했고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퀀텀점프에 성공했다. 리스타트 5년 만인 지난해 10월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창업자에게서 약 2조원의 투자를 받았다.
“‘공간의 디지털화’라는 개념을 말하면 다들 ‘무슨 소리냐’며 아무도 안 믿어줬어요. 설득했죠. 비전펀드와는 5년 동안 여러 번에 걸쳐 미팅을 진행했고 ‘야놀자의 아이디어를 좀 더 지켜보자’는 말이 나왔어요. 결국 지난해 10월 미팅 때 사업의 윤곽을 숫자로 검증할 수 있었고 비전펀드와 더 큰 그림을 함께 그리게 됐습니다. 그날은 5년 만에 야놀자의 비전을 인정받은 순간으로 기억됩니다.”
앞으로 야놀자의 비전은 뭘까. 핵심은 ‘데이터’라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데이터로 모든 사업이 가능한 시대입니다. 몇 년 전부터 산업의 판도를 바꾼 인공지능(AI)도, 최근 주목받는 메타버스도 모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사업들이죠. 야놀자는 여행·레저 등 공간 산업의 데이터 플랫폼으로 발돋움할 겁니다.”
2015년 합류 후 야놀자 클라우드 기틀
김 대표와 야놀자는 ‘공간 산업의 데이터 플랫폼’을 최초로 구현한 개척자다. 그는 맥킨지와 구글 등을 거쳐 2015년 야놀자에 합류했다. 김 대표는 구글에서 근무할 당시 ‘구글에서 하지 않은 사업이 무엇인지’를 늘 자문했다.
“당시 오프라인에서 공간으로 서비스 받는 이커머스 사업, 공간에서 공간으로 이동하는 모빌리티 사업은 나왔어요. 그런데 ‘공간’ 자체를 활용한 사업은 없었죠. 공간에 있는 정보를 다 디지털화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글로벌로 유통하는 것. 데이터를 활용해 자동화 서비스, 초개인화 서비스 등 AI 사업을 하는 것. 야놀자에서 이 같은 미래를 펼칠 수 있을 것 같아 합류를 결정했습니다.”
창업자인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가 당시 김 대표에게 제시한 대우도 파격적이었다. 자율권은 물론 업무 관련 전권까지 줬다. 이는 김 대표가 해외와 클라우드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이끌어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면서 동시에 야놀자가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었던 밑걸음이 됐다.
김 대표 합류 후 야놀자는 숙박 예약과 클라우드 SaaS, 공간 사업(건축‧디자인‧임대) 등 3개 사업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시장에선 야놀자 플랫폼에 숙박 상품과 연계할 수 있는 교통‧맛집‧레저 등 여행 서비스를 추가해 ‘슈퍼 애플리케이션(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앱)’을 선보였고 기업 간 거래(B2B) 시장에선 클라우드 방식의 PMS을 앞세워 ‘테크 기업’으로서의 기반을 닦았다.
성과는 숫자로 증명됐다. 글로벌 호텔 솔루션 고객사는 코로나19 사태의 확산으로 여행 산업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지난 2년간 107% 이상 성장했고 지난해는 2020년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김 대표는 “이 속도를 유지만 해도 글로벌 1위”라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신했다. 현재 야놀자 클라우드는 전 세계 170여 개국을 대상으로 60개 이상 언어로 호텔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누적 고객사 수는 4만3000개, 파트너사는 350개다. 또 야놀자는 2020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창업 후 13년 만의 쾌거였다. 클라우드가 열쇠인 이유
야놀자 클라우드는 인도·동남아시아·아프리카 등에 우선 진출했다. 개발자만 봐도 인도가 200명, 동남아시아가 50명으로 총 250명이다. 한국보다 150명 더 많다.
“예컨대 에어비앤비는 호텔 등이 아닌 잉여 주택들을 활용해 숙박 중개 서비스를 고안했어요. 기존에 없던 사업 모델을 제시했죠. 90%의 시장을 타깃한 겁니다. 야놀자 클라우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 호텔의 10%만 디지털화했는데, 우리는 나머지 90%를 겨냥하는 회사입니다. 인도·동남아시아·아프리카 등 지역의 여행 시장이 90%에 해당해요. 현지화 전략을 위해 개발 인력을 전면 배치하는 등 힘을 줬습니다.”
김 대표는 에어비앤비를 경쟁자로 꼽으면서도 야놀자가 ‘클라우드’와 ‘디지털 기술’에 강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것을 자동화·개인화해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객실 판매보다 훨씬 더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어요. 야놀자는 기존 온라인 여행사(OTA)와 PMS 사업 모델이 아닌 새로운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그는 클라우드의 경쟁력과 사업의 본질을 설명하며 한 뼘 더 깊이 들어갔다. “사물인터넷(IoT)·AI·블록체인 등 다양한 디지털 기술들을 클라우드 위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환경, 이 부분이 기술력이에요. 기존처럼 온프레미스(소프트웨어를 서버에 직접 설치해 쓰는 방식) 형식은 효율성이 떨어지고 낭비도 심합니다.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화두인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 E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E를 위해선 낭비를 없애는 게 핵심이라고 봅니다. 관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클라우드 위에 올라가야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흘러 언제 어디서나 서비스를 받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데이터가 흐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호텔 객실에서 택배를 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집이었다면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호텔에선 신분증 검사를 해야 한다. 기업(호텔)과 기업(택배사)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두 곳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연결하면 어떨까. 신분증 검사라는 절차 없이 택배를 바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인터파크(2021년 야놀자가 인수)를 통해 공연 티켓을 구매했다. 그런데 ‘공연’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공연장이다. 이때도 기업과 기업이 다른데 이들의 데이터를 연결할 수 있다면 티켓을 구매한 소비자가 공연장에 갔을 때 본인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고 소비자의 취향이나 당시 관심사가 고려된 다른 공연도 추천받을 수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없어지면서 초개인화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앞으로 김 대표는 인터파크 사업에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기능까지 탑재한다는 구상이다. “NFT를 활용하면 공연 티켓 등에 대한 사재기를 막을 수 있습니다. 암표가 사라지는 셈이죠. 투명한 리셀러도 가능해집니다. 이 서비스는 연내 오픈할 예정이에요. 요즘 주목받는 메타버스 사업화에 대한 준비도 됐습니다. 메타버스는 결국 새로운 인터페이스 상에 콘텐츠와 인벤토리를 입력하고 출력하는 개념이에요. 모든 컨텐츠와 인벤토리(NFT) 데이터가 클라우드 상으로 디지털화돼 있으면 메타버스라는 인터페이스로 출력이 용이해지는 개념입니다. 야놀자 클라우드는 모든 공간정보를 디지털화해 클라우드 위에 올려놓은 개념이고, 공간정보를 그 누구보다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 누구보다 콘텐츠와 인벤토리를 많이 갖고 있게 됩니다.”
김 대표는 지금이 스타트업하기 적기라고 강조했다. “뉴 노멀은 스타트업이 유리한 시대에요. 디지털 기술, 코로나19, ESG 등 큰 변화가 있는데, 기술이 바뀌고 정치가 바뀌고 종교가 바뀐 적은 있어도 지금처럼 세 가지 큰 변화가 한 번에 일어난 적은 없었죠. 이는 기존 산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기회는 언제 또 올지 모릅니다. 앞으로 10년은 올인해야 한다는 거죠. 우선 미래가 밝은 섹터를 찾아야 합니다. 예컨대 시장 규모가 있고 디지털 전환이 덜 된 곳입니다. 야놀자가 겨냥하는 여행 시장, 즉 디지털 전환이 필요한 이 시장의 규모는 3000조원에 달합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