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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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디어에서 ‘핀테크(Fin-Tech)’ 대신 ‘테크핀(Tech-Fin)’이라는 용어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대형 IT 기업)의 금융업 침투가 가속화되면서다.

우선 두 용어의 차이를 짚어보자. 핀테크는 금융의 Finance와 기술의 Technology의 합성어다. 2015년 토스(간편 송금 플랫폼)가 나타난 이후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케이뱅크·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과 토스, 삼성페이(결제 플랫폼), 웹케시(솔루션 업체) 모두 ‘핀테크’란 단어로 묶을 수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바일로 금융 관련 활동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플랫폼이란 점이다.

테크핀은 기술(Technology)과 금융(Finance)의 앞부분을 따서 만든 단어다.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 단어의 첫 시작은 중국이다. 중국 알리바바그룹 창업자 마윈 회장이 2016년 한 세미나에서 ‘테크핀’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현재 알리바바의 금융 자회사 앤트테크놀로지(옛 앤트파이낸셜)는 해외송금, 알리페이, 공과금 납부 등 서비스를 제공하며 테크핀 분야의 선두 주자를 달리고 있다. 미국의 구글, 아마존, 애플 등도 테크핀 기업으로 통한다.

한국은 어떤 기업이 테크핀일까. 일단 한국에선 테크핀과 핀테크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다만 몇 년 전만 해도 광범위하게 쓰였던 핀테크의 범위가 좁아졌다. 먼저 금융 관련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을 핀테크로 묶는다. 또 한편으로는 KB국민‧신한 등 ‘전통 금융기업’이 제공하는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핀테크, 카카오·네이버·토스 등 빅테크가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네이버파이낸셜 등 자회사를 통해 금융 서비스(송금 등)를 제공하는 것을 테크핀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느끼는 금융 서비스는 비슷한데, 기업의 뿌리가 금융업이냐 IT냐에서 기준이 갈린단 얘기다.
위기감 느낀 은행들
금융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소비의 주체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은행을 방문하는 것보다 모바일로 송금하거나 적금을 가입하고 카카오‧네이버 등 플랫폼에서 미리 현금을 충전해 물건을 구매하는 데 더 익숙해졌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인터넷 뱅킹을 통해 자금을 조회하거나 이체, 대출 신청 등 서비스를 이용한 건수(1일 평균)는 2017년 835만 건에서 2020년 1333만 건으로 집계됐다. 4년새 59.6% 늘었다. 특히 2020년 모바일을 통한 인터넷 뱅킹 이용 건수는 1033만 건으로 전체 인터넷 뱅킹 실적 중 77.5%를 차지했는데, 이 역시도 2017년(492만 건)과 비교해 109.9% 증가했다.

위기감을 느낀 전통 은행권은 과거 대면 영업 위주의 영업 방식을 벗어던지고 디지털 접점을 활용해 먼저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영업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는 모습이다.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에 보험료 청구, 공과금 납입 등 각종 생활 금융 서비스 기능을 탑재하거나 별도로 중고차 직거래와 음식‧꽃 배달 중개, 알뜰폰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야심차게 선보이고 있다.

은행이 배달 중개 서비스를 한다? 예전 같았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게다가 은행의 생활 밀착형 서비스 사업 대부분은 ‘수익이 적거나 돈 먹는 사업’이다. 그럼에도 사업을 벌리는 이유는 ‘비금융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는 은행, 증권사, 카드사, 보험사 등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개인 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보여주고 맞춤형 대출, 카드, 보험 상품 등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로, 전통 금융사와 빅테크는 금융과 비금융 데이터를 결합하고 분석해 고객에게 최적화된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중요한 건 이 사업의 핵심이 ‘데이터’란 점이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일단은 비금융 데이터가 많고 분석 기술을 갖춘 빅테크가 유리한 상황이다. 예컨대 카카오뱅크는 카카오 플랫폼 입점 사업자의 거래 정보를 기반으로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금융 이력은 적지만 거래의 신뢰도가 높은 사업자를 IT 기술로 찾아내 다른 은행 대비 저렴한 이자율을 제시하고 고객으로 끌어오는 것이 가능하다. 또 고객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금융 상품을 제시할 수도 있다.

은행이 처한 이런 핸디캡과 관련해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최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업계가 금융의 넷플릭스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비금융 진출 제한, 데이터 불균형 등 제도적인 규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객의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해 차별화된 개인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빠르게 선보이고 플랫폼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기업이 승자가 된다.
돋보기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뭐가 다르나?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네이버파이낸셜 서비스), 토스‧토스뱅크(비바리퍼블리카 운영)는 모두 테크핀 기업이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카카오의 금융 계열사다. 2015년 설립된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이다. 은행인 카카오뱅크에선 계좌를 만들어 예금상품에 가입하고 신용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카카오페이는 2014년 9월 한국에서 최초로 간편 결제 서비스를 선보였고, 2017년 카카오에서 독립 법인으로 분사했다. 네이버페이와 토스도 간편 결제 플랫폼이다. 이들은 자금을 맡겨 이자를 받거나 돈을 빌릴 수 있는 은행이 아니다. 선불 충전과 결제 및 송금, 투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전자금융업체다. 예를 들면 카카오뱅크에서의 송금은 카카오뱅크 계좌에 들어있는 돈을 타 은행 계좌로 옮기는 것인 반면, 카카오페이는 여러 은행 계좌를 연결해 송금하는 구조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