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그룹 주력+역대 최대 실적…투자 수요 몰려 2000억원 모집에서 3000억원으로 증액

[마켓 인사이트]
LX인터내셔널이 중국 간쑤성 우웨이에 건설한 석탄 열병합 발전소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
LX인터내셔널이 중국 간쑤성 우웨이에 건설한 석탄 열병합 발전소 전경 사진=한국경제신문
‘LG’라는 후광에서 벗어난 LX인터내셔널이 기관투자가들의 ‘투심’을 사로잡고 있다. LG상사란 과거 간판을 떼고 바뀐 사명으로 처음 발행한 공개 모집 회사채에서 보험사와 연기금 등이 투자를 희망하며 대거 달려들었다.

세계적으로 부각되고 있는 탄소 중립이 부담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빠른 실적 개선세와 신성장 동력 발굴 노력에 기관투자가들이 높은 점수를 줬다는 평가가 많다.
금리 인상기에도 몰리는 투자 수요
시장 참여자들은 올해 1월 LX인터내셔널의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큰 관심을 기울였다. LX인터내셔널의 첫 공모 회사채이기 때문이다. LG그룹에서 독립한 후 발행하는 첫 회사채인 만큼 LX인터내셔널에 대한 시장의 인식을 알아볼 수 있는 시금석이란 분석에서다.

올해 들어 LX그룹에서 공모 회사채 시장에 출격하는 첫째 계열사인 점에도 그룹 안팎의 이목을 쏠리게 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한국은행이 연이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돌입한 상태다.

금융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설비 투자와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자금 조달이 필요한 LX그룹의 다른 계열사들도 LX인터내셔널의 회사채 발행 흥행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NH투자증권·KB증권·신한금융투자 등 주간사 업무를 맡은 증권사들은 수요 예측에 앞서 LX인터내셔널의 성장 잠재력과 기업 가치를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LX그룹의 주력 기업으로 그룹 내 입지가 높아졌다는 점과 역대 최대 수준의 실적을 앞세웠다.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회사채 수요 예측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국고채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금융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투심이 얼어붙었지만 당초 계획했던 모집 물량의 세 배에 달하는 투자 수요를 이끌어 냈다.

LX인터내셔널은 차입금 상환 등에 필요한 자금을 계산해 당초 2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수요 예측에서 3년 만기 회사채 1000억원 모집에 2200억원, 5년 만기 600억원 모집에 2300억원, 7년 만기 400억원 모집에 1700억원의 투자 수요가 몰렸다. 총 2000억원 모집에 6200억원의 투자 수요가 집중된 것이다.

보험사·연기금·자산운용사 등 여러 기관투자가들은 LX인터내셔널의 회사채에 큰 관심을 보였다. 결국 LX인터내셔널은 3000억원으로 회사채를 증액 발행하기로 했다.

기관투자가들은 LX인터내셔널의 실적 개선세와 성장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LX인터내셔널은 LG그룹에서 독립한 후 매 분기 최고 실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연결 기준 656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10.6% 늘어난 성적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47.9% 증가한 16조6865억원, 순이익은 49.4% 늘어난 5403억원이다.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이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고 물량도 늘어난 상황에서 물류 운임까지 상승해 대외 여건이 좋아진 덕분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호적인 영업 환경으로 이익 창출 능력이 크게 늘었다”며 “LG그룹에 있을 때보다 LX인터내셔널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LG 간판’ 바꾸고 기관 투심 사로잡은 LX인터내셔널
LX인터내셔널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빠르게 좋아졌다. 2019년 1.3%, 2020년 1.4%에서 지난해 1~3분기 3.7%로 올랐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총차입금도 2019년 4.7배, 2020년 4.0배였지만 지난해는 2.2배로 낮아졌다.

LX인터내셔널의 실적은 글로벌 경기와 자원 시황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다. 자원 부문에 대한 투자 성과는 영업 손익 외에도 지분법 손익, 배당 손익 등이 반영된다. 시황과 미래 실적 전망에 따른 투자 자산 손상 차손도 비정기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자원 부문의 실적 가변성은 물류 부문의 성장이 보완하고 있다 2017년 이후의 석탄 가격 하락으로 자원 부문의 이익 창출 능력이 낮아졌다. 자원 부문의 영업이익을 보면 2018년 283억원에서 2020년 마이너스 175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물류 부문의 영업이익은 959억원에서 1599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확산 이후의 경기 회복 과정에서 석탄 가격이 급등해 자원 부문의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하면서 전체 실적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각국의 인프라 부양 정책과 방역 강화에 따른 체선 현상 심화로 물류 시황도 좋아졌다.

무역 금융을 활용해 교역량을 확대하는 종합상사업의 특성상 업계의 부채 비율이 높은 편이다. LX인터내셔널은 영업 현금 흐름 내에서 투자하는 보수적인 재무 기조를 오래 유지하고 있다. 그 덕분에 다른 종합상사에 비해 재무 구조가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LX인터내셔널은 LG트윈타워 일부 매각과 남미 유전 사업 매각 등으로 순차입금을 2017년 말 9939억원에서 2020년 말 6231억원으로 줄였다.

지난해 해외법인 재고 보유 증가에 따른 운전 자본 부담 확대로 차입 부담이 다시 커졌지만 현금 창출 능력이 좋아지면서 EBITDA 대비 순차입금 지표는 오히려 개선됐다. EBITDA 대비 순차입금은 2020년 말 1.8배에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3배로 낮아졌다.

계열 분리 후 시장의 반응은 우호적이지만 LX인터내셔널의 속내가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확산되는 추세다. 기관투자가 역시 ESG 관련 지표를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삼고 있다. 석탄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점차 줄여 나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LX인터내셔널 역시 친환경 부문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면서 자원 개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사업 구조를 뛰어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정기 주주 총회에서 폐기물 수집·운송업, 폐기물 처리 시설 설치·운영업, 디지털 콘텐츠 제작·유통업 등을 사업 목적에 새로 추가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김동혁 한국기업평가 연구위원은 “친환경 추세에 맞춰 석탄·석유의 비율을 낮추고 니켈·액화천연가스(LNG)·진단키트 등 트레이딩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 신용도에 긍정적”이라며 “인수·합병(M&A)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금 소요가 발생할 수 있지만 견고한 사업 기반 덕분에 영업 현금 흐름을 안정적으로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은정 한국경제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