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코인 거래 시 송금 기록 의무화…효과 보려면 규제 당국과 민간 부문 협력 필요

[비트코인 A to Z]
안전한 가상 자산 거래를 위한 트래블 룰 [비트코인 A to Z]
올해 들어 가상 자산은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과 메타버스에 힘입어 뉴스에서도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됐다. 블록체인 데이터 추적 분석 기업인 체이널리시스가 조사한 ‘2022 가상 자산 범죄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가상 자산의 총 거래량은 15조80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567% 증가했다.

가상 자산 기반 범죄 피해액은 140억 달러로 전년 대비 79% 증가했지만 총 거래량의 0.009% 수준으로 상당히 낮은 비율을 차지한다. 가상 자산 기반의 범죄 비율은 분명 낮지만 가상 자산의 투명성과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3월 말 트래블 룰 본격 시행
2018년 10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A)는 회원국들에 가상 자산(VA), 가상 자산 사업자(VASP)에 대한 트래블 룰(Travel Rule) 적용을 권고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3월 25일부터 트래블 룰이 본격 시행된다.

한국 금융정보분석원(KoFIU)이 요구하는 FATA 권고안 16호 ‘크립토트래블 룰’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특정 금융 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을 VASP가 반드시 따라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법률 준수가 중요하다.

트래블 룰은 자금 세탁 방지와 테러 방지를 위해 도입된 규정으로, 가상 자산 사업자가 특정 금액 이상의 거래에서 송신자와 수신자의 정보를 상대 가상 자산 사업자에게 전송하도록 요구한다.

가상 자산 사업자는 가상 자산을 매도·매수하거나 다른 가상 자산과 교환·보관·관리하는 행위 등에 해당하는 행위를 영업으로 하는 주체를 지칭한다. 기존 금융권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규정을 가상 자산에도 도입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트래블 룰을 준수하기 위해선 가상 자산 사업자가 다른 가상 자산 사업자와 송수신자의 정보를 안전하게 교환하는 트래블 룰 메시징 프로토콜(IVMS : Inter VASP Messaging Standard)이 필요하다.

트래블 룰 메시징 프로토콜은 FATA가 권장하는 가상 자산 거래와 함께 송수신자의 정보를 포맷·처리·교환하기 위한 특정 규약을 의미하며 가상 자산 사업자는 송수신자의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메시징 프로토콜이 필요하다.

현재 트래블 룰을 위해 베리파이바스프(VerifyVASP)·노타베네(Notabene)·시그나(Sygna)·코드(CODE)와 같은 여러 솔루션 기업들이 트래블 룰을 지원하고 있다. 가상 자산 사업자는 트래블 룰을 준수하기 위해 모든 거래에서 다섯 가지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실시간으로 거래를 파악하고 상대방의 지갑을 분석하는 솔루션을 통해 수탁형 지갑인지 비수탁형 지갑인지 확인하는 거래 식별, 상대 가상 자산 사업자의 지갑 소유를 확인하기 위한 수신인 가상 자산 사업자 확인, 거래와 관련된 불법 행위 등의 위험 평가, 상대 가상 자산 사업자가 적합한지 판단하기 위한 자금세탁방지(AML)·테러자금조달방지(CTF) 정보 확인과 고객 데이터의 안전한 송수신이 해당 요건이다. 즉, 프로토콜과 종단간(end-to-end) 안전을 보장하는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상 자산 사업자는 190개 이상의 지역에서 3만 개 이상 등록돼 있다. 지역마다 존재하는 트래블 룰 규제 프레임워크와 기술 수준 등 모든 차이를 감안할 때 트래블 룰에서 상호 운용성은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상호 운용성은 컴퓨터 시스템이나 소프트웨어 응용 프로그램이 정보를 교환하고 정보를 기반으로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능력을 의미하지만 트래블 룰에서의 상호 운용성은 가상 자산 사업자가 여러 메시징 프로토콜을 사용해 상대 가상 자산 사업자와 데이터를 교환하고 통신할 수 있는 기능을 의미한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는 트래블 룰 메시징 프로토콜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상대 가상 자산 사업자에 도달하기 위해 많은 프로토콜을 통합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한국은 지난해 3월 특금법의 시행을 시작으로 1년의 유예 기간을 걸쳐 올해 3월 25일부터 트래블 룰이 시행된다.

트래블 룰이 적용되면 이용자의 환산 금액 기준 원화 100만원 이상의 가상 자산 거래가 발생하면 가상 자산 사업자는 관련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한국 시장의 가상 자산 사업자는 트래블 룰을 준수하기 위해 두나무의 자회사인 람다256의 베리파이바스프, 국내 거래소(코인원·빗썸·코빗)가 합작한 코드·시그나·노타베네 등의 트래블 룰 솔루션을 적용할 예정이다.

트래블 룰과 관련한 뜨거운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트래블 룰은 가상 자산을 통한 범죄 행위를 예방하고 투명하고 건전한 금융 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목적을 달성한다. 또한 사용자와 투자자의 신뢰도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안전한 가상 자산 거래를 위한 트래블 룰 [비트코인 A to Z]
가이드라인 및 협력과 조정 필요
하지만 법 시행을 목전에 앞두고 있음에도 아직 명확한 계획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상 자산 사업자와 사용자 모두의 혼란을 막기 위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한 기존 금융 시스템과 다른 가상 자산 시스템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라는 우려 섞인 의견도 나온다.

트래블 룰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가상 자산 특성에 따른 규제 변화 등 규제 당국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트래블 룰의 상호 운용성을 구현하기 위해서도 규제 당국과 민간 부문의 협력이 요구된다. 이러한 협력과 조정은 트래블 룰을 효과적으로 채택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트래블 룰 규정을 모두 충족하는 솔루션 구축에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 정부 부처 관계자 등 여러 가상 자산 관련 조직들의 소통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협력을 시작하는 소통과 원활한 정책 시행으로 시장의 혼란을 줄이는 각 조직의 노력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백용기 체이널리시스 한국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