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섭 공주시장…팬데믹 거치며 '힐링 여행지'로 주목, 올해 문화도시 선정
김정섭 공주시장은 거의 매일 온라인 서점을 방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새로 나온 책이나 작은 부분이라도 공주시의 역사나 문화가 언급된 책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구입한다. 시장실은 사방 벽이 온통 책으로 빼곡하게 둘러싸여 있어 책 읽고 글 쓰는 시장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김정섭 시장은 대통령비서실 경험을 배경으로 한 ‘공주의 남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와 ‘인물로 본 공주역사 이야기’ 등 두 권의 책을 펴냈다. 대통령비서실 경험을 통해 기록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덕분인지 기록하고 문헌으로 남기는 활동의 중요성을 그 누구보다 강조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2002년 ‘공주시지’ 발간 이후 19년 만에 총 10권 묶음의 ‘공주시지 2021’을 발간했다. 책은 2012년 세종특별자치시 출범에 이어 2015년 공산성 및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2018년 마곡사의 세계 유산 등재 등 공주의 역사와 관광·축제·정치·행정·사법 등의 내용을 꼼꼼하게 담았다.역사·문화와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공주가 좋다’ 도서 시리즈도 벌써 네 권에 달한다. 1권 ‘역사의 보물창고 백제왕도 공주’는 매장 문화재에 대한 이야기를, 2권 ‘호서의 중심 충청감영 공주’는 충청의 수부 도시였던 공주의 이야기를, 3권 ‘갱위강국 백제의 길’은 무령왕릉 발굴 50주년과 갱위강국 선포 15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무령왕의 삶과 업적에 관한 이야기를 실었다. 이번에 나온 4권은 ‘근대도시 공주의 탄생’으로 근대 공주의 삶과 문화를 담고 있다.
공주를 소개하는 책자 발간이 무척 눈에 띕니다.
“공주에서 매월 발행하는 소식지가 있어요. ‘흥미진진 공주’인데 제가 매달 최종 내용을 확인합니다. 공주시민은 물론 향우회분들에게도 가는 소식지인데 그 역할이 얼마나 막중합니까. 정성을 쏟으니 구독자는 물론 유용하다고 답변 주는 이들도 늘고 있어요. 제아무리 가치 있는 사업이고 문화 유적이라고 해도 기록하고 보존하지 않으면 유물로서의 가치는 퇴색합니다. 지금 다시 쓰는 백제 문화 공주의 역사도 기록이 없었다면 지금 세대가 이런 가치를 어떻게 알겠습니까.”
역사 문화 관광 도시 공주라는 도시 마케팅에도 관심이 큰 것 같습니다.
“1971년 무령왕릉 7호분이 발견됐어요. 지난해가 50주년 되던 해라 기념행사도 열었죠. 우리 문화 가치에 대해 전 국민은 물론 세계가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공주 시민의 자긍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50년간 무령왕릉은 ‘송산리고분군’으로 불리다가 최근 제 이름을 되찾았죠. 고분군은 일제강점기 때 붙인 이름이니 사용하지 않는 것이 맞아요. 제가 충청남도역사문화연구원에서 일할 당시에도 우리 문화를 바로 아는 정체성과 이를 대중적으로 알리는 것의 가치를 남다르게 생각해 연구원 이름으로 많은 책을 펴냈습니다. 그 덕분인지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백제 문화에 대해 궁금해 하기 시작했고 공주 백제 역사 여행이 트렌드로 자리 잡기도 했죠. 도시의 브랜드 이미지를 갖는 것은 그래서 무척 중요합니다.” 역사 문화 도시 공주의 배경은 뭔가요.
“통일신라보다 500여 년 앞선 백제 문화가 우리 문화의 근간입니다. 특히 공주는 백제의 둘째 수도로 섬세한 백제 문화가 가장 잘 남아 있는 도시죠. 공주의 역사는 그보다 훨씬 오래전인 구석기 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석장리 유적은 구석기 시대 한반도에 사람이 살았다는 증거니까요. 공주의 문화 부흥은 조선시대 300여 년간 충청감영이 자리하면서 중부권의 정치·문화·규율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영향도 큽니다. 충청감영은 각도 관찰사가 근무하는 곳으로, 원래 조선시대 청주에 있던 것이 임진왜란 이후 공주로 이전했습니다. 1603년부터 1932년 대전 지역으로 충청남도 도청이 이전될 때까지 조선 후기 충청도의 중심은 공주였다는 뜻입니다. 동학농민혁명의 4대 전적지인 우금티도 공주에 있습니다. 알면 알수록 공주시 문화의 깊이와 폭을 헤아리기 힘들 정도입니다.”
공주의 지리적 여건도 자랑거리입니다.
“공주는 자연 경관이 매우 뛰어난 도시입니다. 계룡산 국립공원은 매년 수많은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금강이 시내 중앙을 가로지르며 장관을 이루기도 하죠. 전국과 연결되는 교통 인프라도 공주의 자랑이에요. 현재 고속도로 3개 노선과 나들목 8개소, 국도 7개 노선, 고속철도역 1개소로 사통팔달의 육로가 방사형으로 뻗어 있습니다. 지리적 접근성 덕분에 중부권을 대표하는 역사 문화 도시이자 관광 도시로 위상을 재정립할 수 있었죠. 유럽이나 일본의 소도시를 보면 지역의 역사 문화 유적만으로 지역 경제가 운영될 만큼 산업적 성장을 거둡니다. 공주도 그런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공주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이 있나요.
“공주의 대표 명소는 크게 세 곳입니다. 공주시청에서 나와 좌회전해 조금 올라가면 나오는 공산성,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마곡사 등이죠. 모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문화 유적입니다. 공주 원도심에도 수많은 유물과 유적이 산재해 있어 공주를 걷는 내내 오래된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 들 겁니다. 최근에는 원도심을 가로지르는 제민천 일대를 중심으로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아기자기한 카페가 속속 문을 열면서 공주만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중입니다. 유명 시인 나태주 시인도 원도심에 거주하고 있고 한때 메이저리그를 호령한 박찬호 선수의 고향도 공주라 인근에 박찬호박물관이나 박찬호거리를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자 사람들은 조용하고 힐링할 수 있는 여행지를 찾으며 공주를 새롭게 발견하고 있어요. 공주의 관광 문화가 성장하면서 문화 관광 콘텐츠 확충 사업도 한창입니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된 곳에는 웅진백제역사체험관과 백제오감체험관이 들어섰고 세계 유산 방문자센터나 공산성역사관도 설립됐습니다. 체류형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게스트하우스도 늘어 공주산림휴양마을이나 공주한옥마을도 문을 열었습니다. 계룡저수지 산책로 등도 조성할 계획이고 계룡산 생태탐방원은 2023년 문을 열 것으로 보입니다.”
걷고 싶은 도시 공주의 이미지도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공주를 찾는 관광객이 1년에 400만 명 정도 됩니다. 코로나19 시기 동안 한적한 힐링 여행지가 주목 받으며 공주를 찾는 이들이 계속 늘고 있어요. 이런 여행 트렌드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공주 힐링 테마길 코스도 개발했죠. 전 세계적으로 마음 명상이 화두가 될 만큼 힐링이라는 키워드는 여행에서 새롭게 조망되는 중입니다. 가족 여행지로도 공주만한 곳이 없죠. 구석기 시대에서 백제·고려·조선·근현대까지 우리 역사 문화를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공주니까요. 공주는 금강·계룡산·태화산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도시로 일찌감치 ‘춘마곡 추갑사’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봄에는 마곡사의 경관이 으뜸이고 가을에는 계룡산 갑사의 단풍이 아름답다는 뜻입니다. 공주국밥·짬뽕·칼국수 등 공주만의 식도락 여행도 유명합니다.” 공주가 올해 문화 도시에 선정됐습니다.
“전해에 한 번 도전했다가 낙방하고 재수해 성공한 결과입니다. 총 16개 도시가 신청해 6개 도시가 문화 도시 지정을 받았죠. 시민들의 자긍심도 또 그만큼 높아졌습니다. 재수를 통해 그 사이 달라진 게 무엇인가 하니 시민들의 문화 도시에 대한 마인드가 정립됐다는 점을 들더군요. 이를 계기로 시립미술관도 건립할 예정입니다. 공산성 남문을 복원해 역사 속 공산성의 모습도 재현할 예정입니다. 다른 지역은 아파트 건설에 열을 올리는 데 반해 공주는 역사 유적 복원을 위해 있는 아파트를 시가 매입한다니 의아할 수도 있는데 세계 유산의 가치를 살리는 노력으로도 공주 시민들이 대학 가고 형편도 나아질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요즘 ‘공주의 쓰리박’이라는 말도 만들었습니다. 야구 선수 박찬호, 골프 선수 박세리, 명창 박동진 선생을 일컫는 말입니다. 우리 판소리의 큰 명맥을 잇는 박동진 선생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한 일이죠. 공주의 청전 이상범 선생이라고 아시나요. 한국화 중 가장 값어치가 높은 작품이 청전 선생님의 작품인데, 사람들이 이를 잘 몰라요. 공주의 인물을 통해 공주의 가치가 다시 높아질 수 있습니다.”
김 시장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공주의 매력과 문화적 우수성을 더 널리 알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김 시장이 더 많이 읽고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 공주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는 이유이자 공주를 찾는 이들이 계속 느는 배경이다.
이선정 기자 sjl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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