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소유욕과 과시욕의 존재…NFT 활성화·임대 주택 확대 공약은 엇박자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일본 아티스트인 다카오 슌스케의 NFT 작품 '자동 생성되는 가면들' 사진=한국경제신문
일본 아티스트인 다카오 슌스케의 NFT 작품 '자동 생성되는 가면들' 사진=한국경제신문
20~30대를 중심으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일부 대선 후보가 NFT 투자 환경 조성에 관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NFT는 쉽게 말해 다른 것으로 대체가 되지 않는, 세상에서 유일한 진품이다.

어떤 유명 화가가 그림을 그렸다면 진품은 그것 하나뿐이다. 그 그림을 화가가 소장해도 되고 다른 이에게 팔아도 된다. 누군가 그 그림과 비슷하게 그려도 그림 시장의 많은 전문가들은 위작과 진품을 구분할 수 있어 진품은 하나로만 인정된다.

이러한 희소성으로 유명 화가가 그린 작품은 소장 가치가 충분하고 더 나아가 제삼자에게 다시 팔 수도 있어 상업적 거래도 가능하다. 한마디로 희소성과 환금성이란 자산으로서의 특징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디지털 작품, 블록체인·NFT로 가치 인정

어떤 유명 사진 작가가 찍은 사진을 생각해 보자. 사진은 여러 장으로 인화될 수 있다. 원본이 무한정 만들어질 수 있다. 과거에는 필름을 사용해 촬영한 필름의 소유권을 주장하면 됐지만 디지털 카메라가 일반화된 이후에는 예술 사진도 디지털 카메라로 찍는다. 필름 없이 디지털 파일의 형태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디지털 파일의 특징은 무제한으로 복제해도 원본과 사본의 차이를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원본과 사본을 구분할 수 없어 원본의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워 상업적 거래에도 의미가 없다.

디지털 파일은 원작자인 A가 B에게 팔고 난 이후에도 다른 제삼자에게도 팔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또한 B는 제삼자에게 파는 것이 쉽지 않다. 제삼자는 쉽게 복제할 수 있는 사진을 굳이 돈을 주고 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사진의 상업적 거래는 어려웠다.

상업적으로 거래되는 대부분의 자산은 어딘가에 등록돼 있다. 부동산은 법원 등기소에, 주식은 증권사를 통해 거래소에 등록돼 있다. 본인이 소유한 자산을 공신력 있는 기관이 소유권을 증명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사진은 증명하기가 어렵다. 여러 파일 중 원본을 식별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개인이 찍은 사진까지 일일이 진품인지 증명해 주기에는 다른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상업적 거래가 가능해졌다. 디지털 사진이나 동영상과 같은 무형 자산도 등기가 될 수 있는 기술적 진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쉽게 설명하면 분산 장부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부동산이나 주식이 국가나 공공 기관에 등록·관리하는 것이라면 블록체인은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수많은 개인 소유의 컴퓨터에 등록된다.

개인 PC여서 해킹의 가능성을 우려할 수 있지만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해킹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비해 전 세계 수많은 PC를 해킹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나 노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과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다.

NFT에 대한 소개 기사가 나올 때마다 미래에 시장 규모가 얼마나 커진다거나 디지털 그림 한 장이 얼마에 거래됐다는 자극적 내용이 주를 이룬다. 그런데 NFT가 아니라 앞으로 ‘ABCD’라고 하는 최신 기술의 미래형 투자 자산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 본질을 모르면 투자가 아니라 투기나 다름없다.

이때 NFT나 ABCD라는 단어 대신 ‘네덜란드 튤립’이라는 단어로 바꿨을 때도 기사가 어색하지 않다면 그것이 투기라고 보면 된다.

NFT의 본질은 무엇일까. 과시욕으로 번역될 수 있는 플렉스와 소유욕이다. 사본만 봐도 충분한 것을 굳이 비싼 돈을 지불하면서 원본을 소유하려는 것은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인 소유욕에서 비롯된다.

나아가 가상 자산에도 상당한 돈을 쓸 수 있다는 과시욕까지 겹치면서 NFT는 자산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NFT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손으로 만질 수 없지만 소유권을 식별할 수 있는 가상 자산이다.
경기 과천 지식정보타운에 들어설 공공임대주택 조감도 사진=한국경제신문
경기 과천 지식정보타운에 들어설 공공임대주택 조감도 사진=한국경제신문
임대 주택 살며 NFT 투자는 어불성설

가상 자산의 대표 주자인 NFT와 실제 자산의 대표인 부동산은 대척점에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부동산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는 ‘리얼 에스테이트(real estate)’로, 직역하면 ‘실제 자산’이다. NFT에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세대는 20~30대이고 반대로 부동산 투자 비율이 가장 높은 세대는 50~60대다.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은 젊은 계층은 NFT 투자에 긍정적이지만 기존 투자 방식에 익숙한 세대는 전통적인 투자를 선호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NFT의 정반대에 있는 것이 바로 임대 주택이다. 작게는 공공 임대 주택이고 크게는 전세나 월세를 포함한 임대 시스템이다. 임대 주택은 소유권을 가지지 않으면서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일정 기간 동안 사용권만 행사하는 주거 방식이다.

일부 정치권을 포함한 일부 사람들은 집은 사는(live) 것이지 사는(buy)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선진국은 한국 사람처럼 집을 사는 데 목을 매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는 사실과 다르다. 만약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선진국일수록 자기 집을 보유하는 비율이 한국보다 높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까. 소유욕의 끝판 왕인 NFT의 존재 역시 설명할 수 있을까.

NFT 산업을 활성화하겠다고 대선 공약으로 내건 후보는 임대 주택 공급을 확대해 청년층의 내 집 마련 고민을 덜어주겠다는 공약도 내놓는다. 인간의 소유욕을 인정하지 않는 임대 주택과 소유욕 발휘의 극단적 수단인 NFT를 동시에 활성화하겠다는 공약 자체가 모순이다.

자가나 임대 주택에서 사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임대 주택에 살면서 NFT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본인의 투자 철학을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이 소유욕과 과시욕이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집도 사고 NFT에 투자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반대로 인간은 이타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무소유가 맞다고 생각해 임대 주택에 살면 NFT 투자와는 담을 쌓아야 한다. 임대 주택에 살며 NFT에 투자한다면 본인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투자에 앞서 인간은 소유욕을 가진 존재인지 아닌지를 먼저 정의해 봐야 한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