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보상에 대한 기준 불분명…기업과 직원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제도 개선 필요

[지식재산권 산책]
기술 혁신 위해 도입했는데…늘어나는 직무발명보상제 소송[차효진의 지식재산권 산책]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회사의 업무 범위 내에서 그 직무에 속하는 발명, 즉 직무 발명을 한 경우 해당 발명에 대한 권리는 누구에게 귀속될까. 회사일까 아니면 직원일까.

회사가 직원에게 업무를 수행하는 대가로 임금을 지급했다는 측면에서 직원이 창작한 발명은 직원의 당연한 업무 수행에 따른 결과물로 볼 수 있다.

또 회사가 연구 설비나 연구비 지원 등을 하지 않았다면 직원은 그 직무와 관련된 발명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에 직원의 직무 발명에 대한 특허 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는 회사에 귀속돼야 한다는 이른바 ‘사용자주의’를 취하는 주장이 있고 실제 영국 등 일부 나라에서 이런 원칙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다르다. 직무 발명 제도를 규율하는 발명진흥법에 따르면 한국은 직원이 직무 발명을 완성했다면 발명에 대한 권리를 직원에게 귀속하는 이른바 ‘발명자주의’를 취하고 있다. 이는 직원의 주관적인 노력이나 능력이 없었다면 발명이 완성될 수 없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발명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적 고려의 산물이기도 하다. 다만 직원이 회사에 직무 발명에 대해 특허 등을 받을 수 있는 권리 등을 승계하거나 전용 실시권을 설정하도록 하는 계약 또는 근무 규정이 존재하는 경우 발명진흥법에 따른 승계 통지 등의 절차를 거친다면 회사는 별도의 협상이나 계약 체결 없이도 일방적 의사 표시로 직원의 직무 발명에 대한 권리를 승계할 수 있다.

회사가 권리를 승계하면 직원은 회사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를 취득하게 된다.

이런 직무발명보상제도는 직무 발명을 창출할 때 연구 설비와 연구비 등을 지원한 회사의 이익과 창조적 노력으로 발명을 완성한 직원의 이익을 조정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제도로 평가된다.

또 위 제도는 직원이 창작한 발명을 회사가 승계하고 직원에게 정당하게 보상해 발명을 장려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산업 발전과 기술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편 정부는 직무 발명을 장려하고 분쟁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직무발명보상제도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은 물론 많은 중소기업에서도 직무발명보상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그런데 각 기업들은 발명진흥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직무발명보상제도를 운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직무 발명 보상금과 관련된 소송이 증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직무 발명 보상금 관련 소송의 양상을 보면 보상액에 대한 회사와 발명자 사이의 시각차가 상당하다.

이와 같은 양측의 보상액에 대한 간극이 발생하고 법적 분쟁으로 비화된 주요 원인은 발명진흥법상 ‘정당한 보상’의 기준이 모호해 어느 정도가 정당한 보상인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현실적으로 특정 발명에 따라 사용자가 얻을 이익을 발명의 승계 단계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한계도 존재한다.

발명진흥법은 ‘정당한 보상’과 관련해 ‘회사가 얻을 이익과 직원이 공헌한 정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정도로 규정하고 있다. 다소 원론적이고 추상적이다.

‘정당한 보상’의 불확실성에 대해 꾸준히 문제 제기가 있어 왔고 2013년 개정으로 직무 발명 보상 규정에 관한 절차적 요건이 강화되면서 이런 절차적 요건을 준수한 경우 정당한 보상으로 간주하는 개정이 있었지만 여전히 ‘정당한 보상’을 두고 회사와 직원 사이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회사가 발명진흥법에 근거한 보상 규정에 따라 직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더라도 금액의 합리성에 대한 의구심은 소송의 단초가 될 수 있다.

회사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보상금을 책정하더라도 분쟁 발생과 추가 보상금 지급 위험을 안게 된다. 어차피 소송 위험을 피하지 못한다면 사용자로서는 보상 규정을 제정하고 집행할 때 보수적으로 보상금을 산정할 유인이 있게 되고 결국 회사와 직원 그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현행 직무발명제도에서 직무 발명의 상업화로 발생한 이익을 조화롭고 합리적으로 조정하지 않는다면 소모적인 분쟁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발명진흥법상 정당한 보상에 대한 보다 상세하고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거나 회사의 보상 규정을 정하고 보상 금액 결정 과정에서 직원과 회사의 이익이 합리적으로 조정돼 상호 납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특허청 역시 이와 같은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직무발명제도개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하루빨리 합리적인 제도 개선안이 도출될 수 있기를 바란다.

차효진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