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금융 시장으로 본 우크라이나 전쟁]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냉전 체제 해체 30여 년 만에 ‘신냉전’ 체제가 다시 시작되며 전 세계를 긴장에 몰아넣고 있다. 잇단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핵 카드’마저 만지작거리고 있다. 전쟁이 격화될수록 커지는 공포심이 글로벌 금융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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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키우며 금융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위기의 상황에서도 ‘반전 투자’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일부 업종에는 수혜가 예상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를 강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 2년여 동안의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을 거치며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과 유럽의 서방 국가들에는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탈러시아’가 더욱 절실해진 것이다. 이를 위해 유럽의 에너지 수요 일부가 미국으로 옮겨 가는 등 ‘에너지 공급망의 다변화’가 빠르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강조되는 것은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다.

박 애널리스트는 “유럽 국가들은 가뜩이나 이상 기후에 따른 원유·석탄 등 전통적 에너지 수요 확대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유럽 내 전력 생산 단가 급상승이라는 부작용을 겪고 있는 중”이라며 “실제 에너지 및 일부 원자재를 제외하고 유럽 국가들의 대러시아 교역 비율은 높지 않고, 다시 말해 산업 공급망에 대한 우려도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를 통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데 유럽 국가들이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결정적인 이유다.

박소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각국의 방위비 지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주 뉴욕 증시에선 대표 방산주인 제너럴다이내믹스(GD)·록히드마틴(LMT) 등이 52주 신고가를 경신했고 아이쉐어US에어로스페이스·디펜스 등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박 애널리스트는 “전쟁에는 많은 비용이 들지만 평화에는 더 많은 비용이 든다”며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향후 각 국가들에는 힘의 균형, 군비 증강, 핵보유 정당화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