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의 상승세로 분석한 주식과 부동산 시장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흔히 주식 시장을 부동산 시장의 선행 지수라고 한다. 시장의 변화에 민감한 주식 시장이 호재나 악재에 먼저 반응하고 부동산 시장은 그보다 나중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몇 달간의 주식 시장 침체 현상이 부동산 시장에서 나타날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이것이 사실인지 살펴본다.

아파트 값 50.2%·주식 51.5%↑

2012년 1월부터 2022년 2월까지 10년간의 코스피지수와 KB국민은행 전국 아파트 매매가지수를 보면 전국 아파트 가격이 50.2% 오르는 동안 주식 시장도 51.5% 상승해 비슷한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흐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주식 시장은 부동산에 비해 상당히 변동성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식 시장은 크고 작은 산과 골짜기를 만들면서 매년 또는 매달 시장 분위기가 바뀐다. 반면 부동산 시장은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우상향으로 움직인다.

지난 10년간을 주식 시장을 중심으로 다섯 기간으로 분류해 분석해 보자. 첫째 기간은 2012년 1월부터 2016년 1월까지 48개월이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1891에서 1895로 상승해 0.2% 오름세에 그쳤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7.7% 올랐다.

둘째 기간은 1차 주가 상승기로 2016년 2월부터 2017년 11월까지의 22개월이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33.7%나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의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2.6% 상승에 그쳤다.

셋째 기간은 1차 주가 하락기로 2017년 12월부터 2020년 3월까지의 28개월이다. 이 기간에 코스피지수는 29.5%나 하락했다. 하지만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4.4% 올랐다. 주식 시장이 하락하는 동안 부동산 시장은 상승한 것이다.

넷째 기간은 2차 주가 상승기로 2020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15개월이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무려 82.4%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을 시작으로 시장에 자금이 대규모로 풀렸고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 역시 이 흐름을 따랐다. 같은 기간 부동산 시장도 폭등 수준으로 올라 18.7%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섯째 기간은 2차 주가 하락기로 2021년 7월부터 현재까지다. 올해 2월까지 코스피지수는 16.4% 하락했다. 하지만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9.8% 올랐다

다섯 차례의 기간을 연간 상승률로 환산하면 주식 시장은 보합기에는 연 0.05% 소폭 상승, 1차 상승기에는 연 18.4% 상승, 1차 하락기에는 연 12.6% 하락, 2차 상승기에는 연 44.1% 상승, 2차 하락기에는 연 30.8%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주가 보합기에는 연 1.9% 상승, 1차 주가 상승기에는 연 1.4% 상승으로 보합기보다 조금 올랐다. 1차 주가 하락기에는 연 1.9% 상승으로 주가가 오를 때보다 오히려 내려갈 때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차 주가 상승기에는 연 10.0% 상승했다. 돈 가치 하락이 주식 시장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도 지대하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2차 주가 하락기다. 이 기간 주가는 연 30.8%의 하락률을 보이고 있는 반면 부동산 시장은 연 18.4% 추세로 올랐다.
주식 시장이 하락하면 부동산 시장도 하락할까[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주식·부동산의 디커플링 현상

다섯 개의 기간으로 나눠 분석해 보면 주식 시장이 오를 때는 부동산 시장도 같이 오르지만 주식 시장이 하락한다고 해도 부동산 시장은 오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승기에는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커플링 현상을 보이다가 하락기에는 디커플링 현상을 보인다는 뜻이다. 또한 주가 상승기보다 주가 하락기에 부동산 시장은 더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까. 크게 두 가지 이유다. 먼저 어떤 종류의 자산 시장이라도 가격에 영향을 주는 3대 요소는 유동성·수요·공급이다. 그중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은 유동성이라는 요소만 공유할 뿐 수요나 공급은 시장 특성에 따라 다르다.

상승의 주된 원인이 유동성 증가일 때는 커플링 현상을 보이지만 수요나 공급 등 다른 원인에 의한 영향이 있으면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는 셈이다.

또한 돈의 흐름은 양방향이 아니라 일방향이기 때문이다. 주식으로 돈을 벌어 집을 샀다고 하는 사람은 많지만 집으로 수익을 많이 낸 후 집을 팔고 그 돈으로 전액 주식을 샀다는 이는 적다.

물론 집을 팔고 월세에 살면서 그 돈으로 주식 투자를 하라고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선진국의 주식 투자 대가들도 내 집 마련이 필수라고 하는 것을 보면 국적에 상관없이 돈의 흐름은 주식 시장에서 부동산 시장으로 옮겨 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주식 시장과 부동산 시장에는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주식 시장이 떨어진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도 떨어진다고 속단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주식 시장이 장기간 약세를 보이면 부동산 시장에 들어오는 돈이 적어 부동산 시장의 악재로 작용하기는 하지만 과거 통계로 볼 때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