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소량 생산 중심으로 트렌드 변화…다양한 뷰티 기기 출시, 뷰티테크 스타트업 인수 경쟁

[스페셜 리포트]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2022 코리아그랜드세일’이 개최된 1월 13일 오후 서울 중구 뷰티플레이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케이 뷰티(한국 미용)'를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2022 코리아그랜드세일’이 개최된 1월 13일 오후 서울 중구 뷰티플레이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케이 뷰티(한국 미용)'를 체험해보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뷰티 시장에 ‘테크놀로지’가 상륙했다. 개인에게 맞는 진단과 상품 출시부터 집에서도 손쉽게 화장품을 만들거나 관리할 수 있는 기기가 출시되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타격을 입었던 뷰티업계는 뷰티테크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낙점했다.

시장 조사 기관 피앤씨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뷰티테크 시장은 연평균 19.1%씩 성장하고 있고 2030년에는 시장 규모가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홈 뷰티 기기 시장은 2013년 800억원에서 2018년 5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올해는 1조6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국에서는 2020년 ‘뷰티테크’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맞춤형 화장품 판매업 제도’를 허용하면서 매장에서 화장품을 제조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동시에 정부가 2025년까지 맞춤형 화장품 개발을 위해 9개국 8000명 이상의 피부 특성과 유전체 정보를 수집·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향후 한국이 ‘뷰티테크’의 중심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AI·초개인화 더한 화장품, ‘뷰티테크’로 진화하다

‘뷰티테크’ 선점 나선 LG생건·아모레
미국 파루크 헤어 스페셜리스트가 LG CHI 컬러마스터를 시연하며 설명하고 있다.(사진=LG생활건강)
미국 파루크 헤어 스페셜리스트가 LG CHI 컬러마스터를 시연하며 설명하고 있다.(사진=LG생활건강)
케이뷰티의 대표 주자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도 뷰티테크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G생활건강은 2월 14일 미국 프로페셔널 헤어 케어 전문 기업 파루크시스템즈와 함께 스마트 맞춤형 염모제 시스템 ‘LG CHI 컬러 마스터(Color Master)’를 개발하고 미국 시장에 첫선을 보였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이 파루크의 축적된 노하우와 전문적인 헤어스타일리스트들의 경험과 의견을 반영해 개발한 LG CHI 컬러 마스터는 고객이 원하는 최적의 헤어 컬러를 그 자리에서 바로 제조해 제공하는 신개념의 고객 맞춤형 염모 시스템이다.

헤어스타일리스트와 시술을 받는 고객은 인공지능(AI) 가상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통해 염색 후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다. 얼굴과 헤어 영역의 정확한 구분을 위해 머신러닝 기술이 도입됐고 염색 시술 후 변화한 모습을 미리 확인하기 위한 증강현실(AR) 기술도 적용해 기존 염색 과정과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

헤어스타일리스트의 맞춤형 컬러 제조 작업은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이뤄진다. 각각의 노하우가 반영된 제조 레시피는 디지털화돼 서버에 저장되기 때문에 향후 같은 컬러의 염모제를 제조할 때 참조할 수 있다. 고객 또한 예전에 자신이 시술 받은 염색 정보 히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에 들었던 헤어 컬러를 오차 없이 다시 만들어 낼 수 있다.

LG CHI 컬러 마스터는 암모니아가 첨가되지 않은 안전한 12개의 카트리지, 각종 센서, 모터 제어를 통해 3만 개 이상의 세분화된 컬러를 만들 수 있고 2분 안에 빠르게 맞춤형 염모제를 제조할 수 있다. 4년여에 걸친 개발 기간이 소요된 이 시스템은 염모제의 토출 방식과 사용 편의성, 소프트웨어 등에 대해 국내외 20여 건의 특허 출원을 완료한 상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이 기기를 통해 헤어스타일리스트들이 겪고 있던 염모제 제조의 어려움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제조 공간 역시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산화 등의 이유로 버려지는 염모제를 30% 이상 줄일 수 있고 색상 카트리지도 재활용할 수 있는 캔으로 제작해 환경 친화적”이라고 설명했다.

LG CHI 컬러 마스터는 현재 미국 100여 개의 헤어 살롱에 설치됐고, 공급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시장을 시작으로 캐나다 등 북미 전역과 유럽 등에도 진출해 염모제와 전문 프리미엄 헤어 케어 시장에서 독보적인 디지털 혁신을 거듭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과 공동 개발을 수행한 파루크는 탁월한 보습 효과와 촉감의 ‘실크테라피’ 제품으로 유명한 헤어 케어 전문 기업으로, 헤어 살롱에서 사용하는 프로페셔널 브랜드 ‘CHI’를 통해 다양한 헤어 케어 제품과 염모제, 헤어 기구 등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맞춤 뷰티’에 집중했다. 2월 28일 일대일 라이프 뷰티 맞춤 브랜드, '커스텀미' 를 새롭게 출시한다고 밝혔다.

커스텀미는 모바일 피부 분석 서비스, 피부 밸런스 맞춤 제품, 일대일 전담 매니저 서비스를 통해 고객 개개인에게 특화된 맞춤 뷰티를 제공하는 브랜드다.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간편한 피부 분석, 스킨 케어 솔루션과 ‘피부 분석 서비스’를 제공한다. 커스텀미 브랜드 홈페이지에서 얼굴 사진을 촬영하고 간단한 질문에 답변하면 피부 고민에 따른 맞춤 분석과 솔루션을 확인할 수 있다. 피부 연구 전문가가 평가한 고품질 임상 데이터를 활용해 커스텀미에서 자체 개발한 AI 피부 분석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보다 정밀하고 전문적인 분석 결과를 제공한다.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매 순간 달라지는 피부 컨디션에 맞춘 ‘피부 밸런스 맞춤 에센스’ 제품도 바로 만나볼 수 있다. 커스텀미의 피부 밸런스 맞춤 에센스는 극건조·트러블·붉은기·각질·가려움 등 5가지 민감 증상에 맞춰 주는 ‘민감기 에센스’와 주름·탄력, 미백·항산화, 시카 케어 등 3가지 피부 고민을 맞춰 주는 ‘활성기 인핸서’ 구성으로 맞춤 케어를 제공한다. 증상별로 특화된 효능 성분과 맞춤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해 민감해진 피부 증상을 완화하고 고효능 케어를 통해 피부 컨디션 회복을 도와준다.

소량 생산·맞춤형으로 진화하는 뷰티 시장
입생로랑 뷰티의 AI기반 가정용 뷰티 메이크업 기기 ‘루즈 쉬르 메쥬르’.(사진=로레알코리아)
입생로랑 뷰티의 AI기반 가정용 뷰티 메이크업 기기 ‘루즈 쉬르 메쥬르’.(사진=로레알코리아)
뷰티테크가 부각되면서 화장품 시장은 제조업 대신 정보기술(IT) 접목에 나서고 있다. 김주덕 성신여대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최근 화장품 시장은 대량 생산에서 소량 생산으로, 기성품에서 맞춤형으로 변하는 흐름을 타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뷰티테크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이 추구하는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어느 장소에서도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뷰티 기기 출시’다. 둘째는 ‘개인화’다. 사람마다 천차만별인 피부 상태와 피부 톤 등을 고려해 자신에게 최적화된 상품을 추천해 주는 방식이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의 영향으로 오프라인 쇼핑이 위축되면서 뷰티 시장에서도 온라인의 비율이 차차 높아졌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들은 화장품 테스터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립 제품을 사기 위해 매장을 직접 방문해도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아닌지 발라 볼 수 없는 것이다. 동시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피부 관리실에 가는 것도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뷰티테크는 이러한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었다는 특징이 있다.

글로벌 뷰티 기업들 또한 이러한 행보를 좇아가고 있다. 최근 눈에 띄는 기업은 프랑스의 뷰티 기업 로레알이다.

지난해 말 로레알은 한국 뷰티 스타트업인 ‘프링커코리아’에 투자했다. 프링커코리아는 로레알의 벤처펀드 볼드(BOLD)에서 300만 달러(약 36억원)를 투자 받았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원하는 그림이나 패턴을 바로 피부에 그릴 수 있는 타투 프린터다. 잉크젯 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천연 화장품 연료를 잉크로 사용해 피부에 바로 적용하며 동시에 쉽게 지울 수도 있다.

이러한 투자와 함께 로레알은 꾸준히 신기술 개발에 나서 왔다. 로레알이 개발한 뷰티 시스템 ‘페르소’는 로레알의 연구·혁신 부문 내 스타트업 ‘테크놀로지 인큐베이터’가 만든 AI 기반의 개인 맞춤형 화장품 디바이스다. 2020년 세계 가전 전시회(CES)에서 초개인화 뷰티테크 사례로 주목받았다.

이 시스템을 처음 적용한 제품은 ‘루즈 쉬르 메쥬르’다. 2월 7일 로레알코리아는 입생로랑 뷰티의 AI 기반의 가정용 뷰티 메이크업 기기 ‘루즈 쉬르 메쥬르’를 한국에서 처음 선보였다고 밝혔다. 이 제품은 개인화 입술 화장 메이커로 특허받은 AI 컬러 인식 기술과 알고리즘을 활용해 사용자에게 초개인화된 맞춤형 립 컬러를 제안한다. 한 번의 터치로 수천 개의 색상을 제조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화장품 제품의 품질이 고도화되면서 이제는 중소 브랜드들도 고가 제품 못지않은 품질을 갖게 됐다. 이에 따라 기존 화장품 기업들이 더 이상 제품 판매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도 뷰티테크를 성장시키는 요인이다.

인수·투자로 뷰티테크 참전하는 기업들

뷰티테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화장품 기업뿐만이 아니다. IT와 다른 산업의 기업들도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뷰티테크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김주덕 교수는 “한국은 IT가 뛰어나고 뷰티 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두 영역을 접목한 뷰티테크 시장에 진출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올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CJ올리브영은 주요 전략 방향 중 하나인 디지털 투자 확대의 일환으로 뷰티테크 스타트업 인수를 결정했다. CJ올리브영은 3월 1일 빅데이터 기반의 AI 스타트업 ‘로켓뷰’를 인수했다. 올리브영은 이번 로켓뷰 인수를 통해 빅데이터와 AI 기반의 상품 추천 엔진을 장착, 이를 통한 초개인화 큐레이션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올리브영이 인수한 로켓뷰는 2017년부터 스마트폰 카메라로 화장품 상품명을 촬영하면 최저가와 상품 속성, 성분 등의 상품 정보를 알려주는 ‘찍검(찍고 검색)’ 서비스 앱을 선보이며 빅데이터 기반의 플랫폼을 개발,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딥러닝 기반의 광학 문자 인식(OCR) 수집 솔루션을 통해 화장품의 속성 데이터를 추출하고 상품 속성 데이터와 고객 행동 데이터 등의 빅데이터를 엮어 상품 AI 추천 알고리즘을 구현하는 역량을 갖췄다.

올리브영은 자체적으로 쌓아 온 방대한 데이터와 로켓뷰가 보유하고 있는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올해 온라인몰에 AI 추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고객들의 쇼핑 패턴과 상품 데이터를 다각도로 수집하고 분석하며 맞춤형 상품 추천을 한층 정교화할 방침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주기 위한 역량 확보에 끊임없이 투자하고 혁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올리브영은 지난해 7월 창사 이후 최대 규모의 디지털 인력 채용에 나서는 등 디지털 기획과 개발 역량의 내재화 비율을 8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언뜻 보면 뷰티와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이는 기업들도 뷰티 스타트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SK쉴더스는 3월 2일 AI 뷰티 솔루션 스타트업 룰루랩에 30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룰루랩은 솔루션을 통해 사람의 피부를 AI로 분석하고 그에 걸맞은 제품을 추천해 주는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SK쉴더스는 이번 투자에 대해 AI 기술 경쟁력 강화와 AI 기반의 무인 매장 사업을 확대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SK쉴더스는 룰루랩이 개발한 AI 기반의 피부 분석과 제품 추천 기술을 SK쉴더스의 무인 매장 통합 솔루션 ‘캡스 무인안심존’에 추가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화장품과 헬스·뷰티 매장, 약국 등 전국 13만여 개 매장에 맞춤형 무인화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주덕 교수는 “해외 뷰티 기업들도 뷰티테크에 투자하고 있어 ‘제2의 케이뷰티’ 붐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많은 기업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어야 세계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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