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사와 협업하고 상속·증여 연구소 설립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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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성가한 자산가 A 씨에게 최근 고민이 생겼다. 서울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자녀의 상속세 납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지인에게 고민을 털어 놓으니 생명보험사의 상담을 추천받았다. A 씨는 은행 대신 보험사를 추천받아 의아해 했지만 상담 후 그간 고민을 한꺼번에 털어 낼 수 있었다. A 씨가 구사한 전략은 계약자와 수익자를 보험료 납입 능력이 있는 자녀로 지정하고 자신을 피보험자 형태로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것이다. 그러면 보험료를 내는 사람과 보험금을 수령하는 사람이 동일하게 돼 보험금 수령 시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또 부동산과 주식 등 실물 자산처럼 가격 하락이나 급매에 따른 손실 가능성 등이 없기 때문에 납부 재원으로 쓰기도 좋다.

보험사들이 고액 자산가를 타깃으로 한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상대해야 하는 고객 수는 적지만 이들이 금융회사에 기여하는 부분이 그 어느 고객보다 높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속 설계사를 앞세워 타 금융사보다 고객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한편 상속·증여 관련 자산 관리(WM)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KB는 은행·증권과 협업,
신한은 상속증여연구소 설립

2020년 KB금융에 인수된 푸르덴셜생명이 지난해 5월 발족한 스타WM은 KB금융그룹의 전문가와 협력해 고객에게 다양한 금융 컨설팅을 제공한다. KB국민은행·KB증권의 인프라를 십분 활용해 부동산·세무·법률·금융 투자·자산 관리 등 다양한 영역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강점이다.

푸르덴셜생명은 스타WM의 전문성도 자사의 경쟁력으로 꼽는다. 회사 관계자는 “스타WM은 펀드 투자 권유 대행인, 교차 판매 등 금융 전문 자격 보유와 함께 상속·은퇴·법인·의사 시장 전문성 등의 자격을 갖춘 라이프 플래너(전속 설계사)를 대상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한다”며 “이들은 고객을 가깝게 지내며 그들이 원하는 니즈를 정확히 포착해 인공지능(AI)보다 더 적절한 솔루션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스타WM 1기는 운영 약 6개월 만에 신규 계약 700건 이상의 실적을 달성했고 약 200억원 규모의 고객 자산을 KB금융그룹 계열사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올해 1월 108명의 라이프 플래너와 매니저를 ‘스타WM’ 2차로 선발해 조직을 확대했다.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8월 WM본부 산하에 상속증여연구소를 열었다. 상속증여연구소는 기존 부유층은 물론 최근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 가치 상승으로 상속과 증여에 대해 관심이 높은 고객들까지 대상을 확대해 전문적인 상속 증여 콘텐츠를 연구·개발(R&D)하는 조직이다. 구체적으로 △트렌드 리서치 △연구 보고서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차별화된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한다.

WM본부 산하에는 WM챕터와 WM센터도 있다. WM챕터는 WM본부의 종합적인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실행 조직이다. WM센터는 세무·노무·법무법인 등 18개 외부 제휴 컨설팅 기관과 협업해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고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또 전문 지식을 갖춘 웰스 매니저를 WM센터에 배치해 고객 상담뿐만 아니라 일선에서 활약하는 재정 컨설턴트(FC)에게 전문적인 재무 설계를 지원한다.

메트라이프생명도 지난해 12월 개인 자산가와 법인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자산 관리 연구소 ‘헤리티지솔루션랩’과 ‘비즈니스솔루션랩’을 세웠다. 헤리티지솔루션랩은 전문직 종사자와 자산가 등에 특화된 상속·증여·유학·이주·해외 투자 등의 솔루션을 개발하고 비즈니스솔루션랩은 법인과 기업가를 위한 세무·법무·노무·부동산·특허·퇴직 플랜 등의 솔루션을 제시한다. 이들 연구소는 VIP 전담 자산 관리 조직인 노블리치센터 산하에 있다.

특히 메트라이프생명은 헤리티지솔루션랩의 주요 고객군인 주택 소유자에게 상속세 재원 마련과 절세 방안을 제공하고 전문직 종사자에게는 소득세 및 상속·증여세와 해외 투자 방안을, 자산가 고객에게는 해외 투자 및 달러 자산 확보 방법 등을 주로 제시한다.
대형 생보사, 전문 WM 조직 운영
‘고액 자산가’에 꽂힌 보험사…자산 관리 강화 경쟁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일찌감치 WM 사업에 진출해 고액 자산가를 겨냥해 왔다. 생명보험사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벌써 20년째다. 삼성생명은 2002년부터 WM지원팀을 통해 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상속&증여·세무·투자·부동산·위험 관리 등 종합적인 재무 설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고객 자산을 단순히 어떤 상품으로 운영할지에 대한 고민이 아닌 고객의 모든 자산 유형과 라이프 플랜, 가족이 원하는 방향까지 파악해 자산을 잘 보전하고 다음 세대로 온전하게 이전할 수 있는 맞춤형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M지원팀은 부유층 고객 대상 자산 관리 컨설팅 조직인 FP센터, 초부유층 고객 대상 가문 관리 조직인 삼성패밀리오피스 등으로 구성됐다. FP센터는 2002년 10월 강남에 개소한 이후 현재 전국에 총 8개를 운영하고 있다. 8개 센터에서 각종 자격증을 가진 전문 종합 자산 관리 전문가(FP)가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고 컨설팅을 원하는 고객은 예약한 뒤 가까운 FP센터를 찾아가거나 계약을 관리하고 있는 보험설계사에게 문의하는 방식이다.

FP센터는 고객의 관심을 자산 성장과 자산 승계라는 두가지 주제로 분류해 컨설팅한다. 특화된 컨설팅 서비스 브랜드인 GAP(Growth of Asset Plan) & TAP(Transfer of Asset Plan)의 형태로 종합 자산 관리를 실시한다. 특히 고객을 최고경영자(CEO), 부동산 오너, 개인 사업가, 전문직, 은퇴자 등 5대 직군으로 나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어 CEO는 현재의 주주 구성과 지분이 적절하게 돼 있는지, 전체 자산 중 법인 자산과 개인 자산의 비율이 적정한지 등을 질문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또 개인 사업가에게는 사업 소득의 효율적인 투자 방안이 무엇인지, 법인 전환을 고려할 때 적절한 판단 기준이 마련돼 있는지, 사업의 자녀 승계를 위한 효율적인 방법이 무엇인지 등을 파악해 고객에게 알려준다.

자산 관리 세미나도 수시로 개최한다. 각 센터별로 정기적으로 자산 관리 세미나를 제공하고 있고 종합적인 자산 관리 전략에서부터 세무·부동산·경제 동향 등의 경제 세미나와 문화·인문학 등 다양한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맞춤형 세미나는 고객의 요청에 따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직접 찾아가 진행하는 ‘찾아가는 세미나’ 콘셉트로 진행하고 있다.

패밀리오피스는 2012년 문을 열었다. 30억원 이상의 금융 자산을 가진 초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법인 대표를 위한 WM 최고경영자 조찬 세미나(2030 Business Live On)와 CEO 아카데미, 고객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풍부한 문화 체험의 장을 제공하는 아트(Art) 프로그램, 고객의 자녀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글로벌 인사이트 프로그램(GIP : Global Insight Program), 주니어CEO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화생명도 총 7개의 FA센터를 운영 중이다. FA센터에 상주하는 FP가 상속&증여·절세 등을 상담하고 보험을 활용한 상속과 증여 플랜을 제시한다. 현재 생활 수준을 고려해 은퇴 후 생활비 마련 등에 대한 상담도 진행한다. FA 1인당 월평균 상담 횟수는 약 25건(고객 20여 명)이다. FA센터에서 FP와 지점장을 대상으로 상속&증여·절세·노무 관리·은퇴 설계 등 교육을 지원하는 것도 특징이다.

교보생명은 2004년부터 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재무설계센터를 운영 중이다. 은퇴 설계·투자 설계·상속&증여·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객 맞춤형 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동안 총자산 30억원, 금융 자산 10억원 이상의 자산가 고객을 위주로 자산 관리 서비스를 해왔지만 최근 연소득 1억원 이상인 중·상류층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주요 지역 재무설계센터에는 각각 웰스매니저 3~6명이 배치돼 있는데 웰스매니저는 5년 이상의 부유층 고객 컨설팅 경험과 200회 이상의 세미나 운영 경험을 갖췄다. 2020년부터 웰스매니저들이 고객들에게 화상 재무 설계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언택트(비대면) 영업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온라인을 통해 고객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다. 화상 상담은 기존에 구축된 교보생명의 라이브톡(Livetalk)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라이브톡은 임직원과 FP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쌍방향 교육 플랫폼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일대일 맞춤 컨설팅을 통해 가족 생활, 노후 생활에 대한 생애 보장 플랜과 함께 자산의 증식·보호·승계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이러한 점이 투자 상품 중심으로 자사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이나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와의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삼성패밀리오피스 로비(왼쪽부터), 한화생명 FA센터 내부, 교보생명 재무설계센터에서의 고객 상담 모습. 사진=각 사 제공
삼성패밀리오피스 로비(왼쪽부터), 한화생명 FA센터 내부, 교보생명 재무설계센터에서의 고객 상담 모습. 사진=각 사 제공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