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상 논란을 야기하는 주택법…다양한 분쟁 가능성 도사리고 있어

[법으로 읽는 부동산]
인천 부평구의 한 리모델링 진행 단지.   사진=연합뉴스
인천 부평구의 한 리모델링 진행 단지. 사진=연합뉴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거대 양당 후보 모두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및 리모델링 활성화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리모델링을 활성화하기 위해 먼저 해결돼야 할 과제들이 있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은 ‘도시 및 주거환경법’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규제가 존재하는 반면 주택 리모델링 사업은 주택법에 몇 개 조문만 두고 있을 뿐이고 촘촘하게 규제하고 있지는 않다. 그래서 리모델링 사업 추진 과정에서 여러 해석상 분쟁이 야기될 수 있다.

가령 리모델링조합의 매도청구권 행사 시점에 관한 문제가 그렇다. 주택법은 리모델링이란 건축물의 노후화 억제 또는 기능 향상 등을 목적으로 대수선·증축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은 재건축 사업과 달리 기존 건축물을 철거하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건축물의 골격을 유지한 상태에서 수직 또는 수평으로 증축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모든 사업이 그렇겠지만 리모델링 사업에도 반대하는 이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런데 아파트와 같은 집합 건축물은 동 또는 단지 단위로 리모델링 사업을 하지 않고서는 사업 시행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주택법은 리모델링조합에 리모델링 반대자들의 주택 구분소유권에 대해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문제는 주택법에 관련 내용이 모호하게 규정돼 해석상 논란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주택법은 명확하게 리모델링조합의 매도 청구 요건을 규정하지 않고 집합건물법상 매도 청구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리모델링 결의에 찬성하지 아니한 자’를 매도 청구 대상으로 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리모델링 결의’가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다.

리모델링 사업은 조합 설립, 안전 진단, 사업 계획 승인, 리모델링 행위 허가 등 일련의 절차를 단계별로 거치도록 정하고 있고 각 절차마다 조합 설립을 위한 결의, 리모델링 행위 허가를 받기로 한 결의도 별도로 거쳐야 한다.

서울고등법원 판결 중에는 조합 설립을 위한 결의만 거쳤어도 적법하게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 사례도 있고 조합 설립을 위한 결의만으로는 부족하고 리모델링 행위 허가를 위한 결의를 거쳐야만 한다고 본 사례도 있다.

리모델링조합의 매도 청구는 리모델링 행위 허가를 받은 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논거는 다음과 같다.

리모델링 사업은 해당 공동 주택의 구분 소유자들이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가구 수의 증가 없이 오로지 스스로의 부담으로 대수선 또는 증축하는 것이다. 다른 정비 사업과 비교해 보더라도 특히 소유자들의 진정한 의사에 따라 행해야 할 필요성이 큰 반면 리모델링조합이 설립 인가 후 행위 허가를 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총공사비, 조합원의 비용 분담 내역 등 사업 시행 내용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시뿐만 아니라 행위 허가 신청 시에도 구분 소유자들로 하여금 상당한 비용을 부담하면서 리모델링 사업에 참가할 것인지, 시가에 따라 구분 소유권을 매도하고 리모델링에 참가하지 않을 것인지 결의서에 나타난 정보를 바탕으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조합 설립 인가 결의가 있으면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논거는 다음과 같다.

매도청구권 행사에 관한 구 주택법 제22조 제2항은 ‘제11조 제1항에 따라 인가를 받아 설립된 리모델링주택조합은 그 리모델링 결의에 찬성하지 아니하는 자의 주택 및 토지에 대해 매도 청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동조 제3항은 ‘제2항에 따른 매도 청구에 관하여는 집합건물법 제48조를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법 해석상 리모델링 결의는 조합 설립을 위한 결의만 갖춰도 충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이 구체적으로 리모델링조합의 매도청구권 행사 요건에 대해 밝힌 바는 없다. 최고법원으로서 법령 해석의 최종 권한을 가지는 대법원이 쟁점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 줄 것을 기대한다. 리모델링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법령 해석을 명확하게 해 다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대법원에 관련 쟁점에 대해 현재 심리가 개시돼 추후 대법원 판례에 따라 매도 청구 행사 시점이 결정될 수도 있다. 조합도 판결 결론에 따라 주의해 매도 청구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주상은 법무법인 센트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