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이는 풍경에서 일하고 즐기고…나를 위한 ‘전략적 업무 관리’로 만족도 UP

[스페셜 리포트=CJ 인사 혁신, 대변혁이 시작됐다]

CJ가 혁신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반영된 것이다. 그 첫 시작은 바로 ‘사람’이다. CJ의 미래를 위해서는 ‘최고의 인재’가 핵심이고 최고의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 인사 제도와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는 게 최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미래를 위해 과감한 변화를 진행 중인 CJ의 인사 혁신과 그 의미를 짚어 봤다.
바다가 보이는 CJ ENM 제주 오피스 내부에서 한달 동안 함께 근무하게 된 동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장혜진씨 제공
바다가 보이는 CJ ENM 제주 오피스 내부에서 한달 동안 함께 근무하게 된 동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사진=장혜진씨 제공
매일 보는 답답한 사무실 풍경 대신 가끔은 ‘색다른’ 곳에서 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시원한 바다 풍경이 펼쳐지는 쾌적한 사무실, 여기에 언제든 커피 한잔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까지 곁들여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이 곁들여진 여행지에서 즐기며 일하는 ‘워케이션(work+vacation)’은 모든 직장인의 로망 중 하나다.

CJ ENM은 지난해 10월 바닷가가 한눈에 보이는 제주 월정리에 ‘CJ ENM 제주점’의 문을 열고 직원들에게 ‘제주도에서 한 달간 일하며 생활하는’ 워케이션을 지원해 주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시범 운영 기간 동안 한 달에 10명씩 총 30명의 직원들이 선발돼 제주점에서 근무했다. 이들은 근무 시간 외에는 자유로운 여가 생활을 보내는 워케이션을 즐겼다. 이를 위해 CJ ENM은 선발된 직원들에게 숙박비와 교통비 명목으로 지원금 200만원도 함께 지원했다. CJ ENM 측은 지난해부터 3개월간의 시범 운영을 거쳐 올해부터 이를 정규 인사 제도로 도입했다. 실제 ‘제주도 한 달살이’를 경험하고 온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제주도 한 달살이, 월요병이 사라졌어요”
CJ ENM 엔터테인먼트부문 콘텐츠커뮤니케이션팀에서 근무 중인 장혜진 씨는 지난해 11월 ‘제주도 한 달살이’의 행운을 얻은 직원들 중 한 명이다. 일반적으로 ‘제주도 한 달살이’ 프로그램은 직원들의 신청을 받은 뒤 선정되는데 장 씨는 우연히 사내 행사에서 ‘제주도 한 달살이’ 경품 추천에 당첨되며 제주도행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

장 씨는 “그동안 막연하게 ‘탈서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왔던 만큼 그 꿈을 실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 무엇보다 지난해는 장 씨에게 입사 후 3년이 지나면서 업무에도 상당히 익숙해지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던 시기였다는 점도 맞아떨어졌다.

CJ ENM은 제주도 한 달살이를 위해 가능하면 다양한 직군과 직급·연차의 직원들을 선정하고 있다. 한 달 동안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게 되는 만큼 이와 같은 워케이션 지원이 ‘다양한 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서로 섞이며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도록 고려하는 것이다. 장 씨 또한 실제로 PD, 공연 기획 등 다양한 직군에서 근무하는 이들과 한 달 동안 가까이 지내면서 자신이 하는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장 씨는 직군과 직급·연차를 뛰어넘어 ‘제주도 동기들과 지금까지도 끈끈함을 유지하는 사이’라고 표현한다.
CJ ENM 제주 오피스 앞에서 '한달살이'를 함께한 직장 동료들과의 추억을 위해 카메라로 기록했다. 사진=장혜진씨 제공
CJ ENM 제주 오피스 앞에서 '한달살이'를 함께한 직장 동료들과의 추억을 위해 카메라로 기록했다. 사진=장혜진씨 제공
장 씨는 “아무래도 PD나 공연 기획처럼 문화 콘텐츠를 다루는 업무 분야는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보고 일하는 경험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이 컸다”고 말한다. 실제로 공연 부문에서 일하는 한 동료는 해녀 연극과 같이 제주도에서만 볼 수 있는 공연들을 모두 찾아다니며 새로운 콘텐츠를 고민하는 데 적극적으로 시간을 활용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평소에는 해보지 않던 생각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창의력을 높이는 업무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굳이 PD나 공연 기획처럼 문화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고 다루는 부서가 아니라도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보고 일하면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크다. 특히 ‘직장인 혜진씨’에게 제주도 한 달살이는 ‘다시 열심히 일할 원동력’을 주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장 씨는 “제주도 오피스가 바닷가 바로 앞에 있어 책상에 앉았을 때 보이는 바다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며 “‘새로운 자극’을 줄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출근이 즐거운 경험이 됐다”고 말한다. 출근길 교통 체증을 겪기 싫어 미적거리던 아침 대신 바다를 바라보는 출근길이 즐거워지니 월요병이 자연스레 사라졌다.

그렇다면 일하면서 불편한 점은 없었을까. 장 씨의 대답은 단호하게 ‘전혀 없었다’였다. 커뮤니케이션팀에서 근무하는 장 씨는 외부의 관계자와 ‘대면 미팅’이 적지 않다. 원격 근무가 어려운 대표적인 직종으로 꼽힌다. 장 씨 또한 이를 고려해 외부 행사나 미팅이 적은 기간을 택해 일정 조율을 마친 뒤 제주도에 내려가는 것이 필요하긴 했다.

장 씨는 “최근 특히 굳이 제주도 근무 직원들뿐만 아니라 사내 전반적으로 화상 회의나 원격 근무가 일상화돼 있기 때문에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부득이하게 서울에 꼭 가야 할 일이 있을 때는 ‘짧은 서울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지만 제주도로 내려오는 길에는 그 조차도 평소와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짧은 여행처럼 느껴지기도 했다”고 말한다.
근무 중 동료들과 노을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장혜진씨 제공
근무 중 동료들과 노을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장혜진씨 제공

‘업무 효율’ 중심, 일하는 방식의 전환

중요한 것은 ‘제주도 한 달살이’가 단순히 업무 환경을 바꾸는 것뿐만이 아니라 ‘먹고 마시고 즐기고 살아가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CJ ENM이 제주 오피스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숙박과 교통비 등의 경비를 위한 지원금을 따로 제공하는 이유다. 장 씨는 이 지원금을 활용해 자신이 평소 ‘꼭 묵고 싶었던’ 제주도 숙소를 예약했다. 그 공간에서 한 달 동안 머무르고 퇴근 후 제주도의 박물관이나 갤러리를 찾아다니는 생활의 만족감이 업무 효율에도 그대로 연결되는 것이다.

장 씨는 “제주도 한 달살이 이후 서울에 돌아와서도 선배들이나 동료들에게 ‘예전보다 밝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업무적으로도 고무적인 것은 평소에는 불만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도 지금은 예전보다 부드럽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제주도에서의 한 달살이 경험이 장 씨에게 준 영향은 이게 다가 아니다. 단순히 ‘지친 일상의 리프레시’라는 의미를 넘어 스스로가 하는 업무를 보다 ‘전략적으로 받아들이고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예전에는 ‘일하는 행위’의 기준이 출퇴근을 기준으로 한 ‘시간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를 생각하게 되는 경향이 늘었다.
바닷가 바로 앞에 위치한 CJ ENM 제주 오피스 덕분에 업무 틈틈이 동료들과 해변을 거닐며 여행지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장혜진씨 제공
바닷가 바로 앞에 위치한 CJ ENM 제주 오피스 덕분에 업무 틈틈이 동료들과 해변을 거닐며 여행지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장혜진씨 제공
물론 제주도에서도 출퇴근 시간은 있었고 그 업무 시간 동안 일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조금 더 자유로운 환경에서 보다 유연하게 시간 활용이 가능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간 활용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라도’ 짧은 시간 안에 전략적으로 자신이 맡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노력이 수반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게 주어진 업무를 세 개 단위로 끊어 내일 더 많은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싶으면 오늘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는 식이다.

장 씨는 “예전에는 내게 주어진 일을 빨리 끝내든, 늦게 끝내든 기한에 맞추는 것이 중요했는데 지금은 보고 싶은 전시가 있을 때 일을 빨리 끝내면 ‘나를 기대하게 만드는 이벤트’가 있으니까 그 자체로도 업무의 비효율을 줄이는 데 많은 동기 부여가 된다”며 “무엇보다 내가 주도적으로 내 일을 관리하는 느낌이 들어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한다. CJ그룹이 추구하는 ‘일하는 방식’의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다.

장 씨는 제주도 한 달살이 후 무엇보다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부럽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한다. 이는 제약이 많은 사무실이라는 공간보다 보다 유연하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선호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우수한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일하는 방식의 전환’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 씨는 “MZ세대 또한 사무실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또 자신의 업무에 대한 책임감도 크다”고 말한다.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야근도 감수하는 이유다. 다만, 중요한 것은 ‘직원에게 선택권을 주는 유연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장 씨는 “예를 들어 말로만 ‘제주도 한 달살이’를 실시하고 메신저 등을 통해 업무 시간을 수시로 확인하거나 했으면 그건 장소만 바꿨을 뿐이지 지금처럼 큰 변화는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제주도에서 일하는 동안에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다 서울에서 일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협조가 없었다면 장 씨와 같이 제주도 근무를 하는 직원들이 진정한 ‘워케이션’을 누리기는 힘들었을 것이란 얘기다.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을 위해서는 단지 제도를 실행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조직 문화 혁신’이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장 씨는 마지막으로 주저없이 “제주도에서의 근무 경험은 한 달이 너무 짧게 느껴질 만큼 좋았다”며 “이와 같은 제도가 제주도 말고 부산·강릉 등 전국적으로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물론 장 씨는 다른 지역에 ‘한 달살이’ 제도가 생긴다면 가장 먼저 신청할 계획이다.
CJ ENM 제주 오피스 건물 앞에서 동료들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 사진=장혜진씨 제공
CJ ENM 제주 오피스 건물 앞에서 동료들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 사진=장혜진씨 제공

일하는 공간과 시간을 직접 디자인하라

CJ ENM의 ‘제주도 한 달살이’에서도 나타나듯이 CJ가 추구하는 일하는 방식의 혁신은 그 지향점이 뚜렷하다. 직원들이 스스로 ‘자신의 업무 시간뿐만 아니라 공간까지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 첫걸음이 올해 1월 CJ에서 도입한 거점 오피스 ‘CJ 워크온(Work On)’이다. 사내 공모를 통해 선정된 ‘언제 어디서나 바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의 의미를 담은 명칭이다. 현재 수도권 CJ 주요 계열사 사옥을 거점화해 △서울 용산구(CJ올리브네트웍스, CJ CGV) △서울 중구(CJ제일제당센터) △경기 일산(CJ LIVECITY)에 160여 석 규모로 마련돼 있다.

‘CJ 워크온’은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주변에 구애받지 않도록 집중할 수 있는 사무 시설이 배치돼 있을 뿐만 아니라 회의실과 화상 회의 시스템 등 다양한 업무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CJ의 임직원들은 집에서 가까운 사무실을 선택해 근무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출퇴근 시간을 줄이는 효과뿐만 아니라 특히 정규 오피스와 동떨어진 공간에 별도로 마련돼 있어 업무의 독립성이 보장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CJ그룹 임직원이면 누구나 간단한 사전 예약 절차를 거쳐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행 중인 시간 선택 근무제(하루 4시간 필수 근무 시간 외 주중 근무 시간 자유 조정)와 함께 업무 시공간 자기 주도 설계(Self-Design)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지난 3월 14일 방문한 일산의 거점 오피스에는 평상시보다 편한 차림으로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근무 중인 한 직원은 “재택근무의 장점이 크지만 아이들이 있으면 아무래도 거점 오피스를 활용하는 게 집중이 더 잘될 때가 있다”며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사무실이나 재택 그리고 거점 오피스까지 선택지가 넓어졌다는 점에서 가장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거점 오피스를 이용해 본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최근에는 ‘CJ 워크온’을 찾는 직원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매일 좌석 이용률이 평균 60%가 넘고 현재까지 거점 오피스를 이용한 직원만 1600명이 넘었다.

CJ 관계자는 “재택 문화 확산으로 고정된 사무 공간에 모여 일하는 문화가 약해지고 있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넘어 ‘워케이션’으로 일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며 “거점 오피스와 제주도의 워케이션 프로그램처럼 임직원들의 현장 의견과 국내외 트렌드를 다양하게 수렴해 지속적인 일자리 문화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