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직장’은 옛말…빠른 적응 위해 조직의 ‘분위기’를 잘 파악해야

[경영 전략]
‘이직의 시대’…새로운 회사에서 다르게 일하는 법[김한솔의 경영 전략]
‘평생직장’이던 시절이 있었다. 신입 사원으로 입사해 차근차근 승진 후 정년까지 한곳에서 일하던 때다. 하지만 이젠 옛말이다. 최근에는 “평생직장은 없다. 최고가 돼 떠나라”는 말을 아예 대놓고 하는 기업도 있다.

물론 이 말이 이직을 독려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능력이 있으면 더 나은 조건을 위해 이직하는 게 당연해진 듯하다. 앞으로는 직장을 옮기는 것을 넘어 한 개인이 3개 이상의 ‘직종’을 겪게 될 것이라는 말도 있다. 그만큼 이직은 우리 주변의 현실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직자’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다.

신입 사원은 신입이니까, 승진자는 승진 후 달라진 역할을 해야 하니까, 리더가 되면 중요한 영향력을 미치니까 등의 이유로 많은 관심을 받는데 이직자는 ‘알아서 잘하겠지’라는 생각을 갖는 듯 보인다. 그럴 수 있다. 이미 조직 생활을 해 봤고 업무 능력도 검증됐으니 일‘만’ 하면 되니까.

그런데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 함께 일해야 하는 동료가 다르고 자신의 성과를 평가하는 리더가 다르고 하루종일 함께해야 하는 조직 문화가 달라서다. 새로운 회사에서 다르게 일하면서 더 나은 성과를 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상황이 달라졌으면 자신의 업무 관리도 달라져야 한다. 일 관리 측면에서 이직자가 고민해야 할 것을 알아보자.
조직은 모두 다른 ‘색’을 갖고 있어모든 조직은 제각각의 업무 방식이 있다. 단계를 하나하나 밟고 올라가야 하는 조직이 있는 반면 직급 체계보다 업무의 완결성을 중심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조직도 있다. 되든 안 되는 일단 부딪쳐 보는 조직도 있고 하나하나 검증을 통해 안전성이 확보된 뒤 실행에 옮기는 곳도 있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에게도 ‘기질’이라는 게 있듯이 조직의 일 방식도 오랜 시간 축적된 ‘분위기’가 있을 뿐이다. 새로운 조직에 들어갔다면 그 분위기를 빨리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업무 방식을 빠르게 파악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두 개의 상황이 있다. 하나는 보고 상황이다. 조직에서의 일은 리더의 지시를 받아 수행하는 과정이다.

자신의 능력은 그 결과를 리더에게 어떻게 보고하느냐로 판단될 때가 많다. 그래서 보고 받는 리더의 스타일 파악이 중요하다. 크게 둘 중 하나를 생각해 보자. 자신의 ‘새로운’ 리더가 ‘글’과 ‘말’ 중 무엇을 더 좋아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지시한 일을 성공적으로 마쳐 약 20페이지의 보고서를 메일로 보냈다. 이제 새로운 일에 들어가려고 할 때 리더에게서 전화가 온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와서 설명 좀 해 줘요.”

이런 유형의 리더는 ‘말’이 편한 스타일이다. 그래서 길고 자세한 보고서도 필요하지만 먼저 찾아가 ‘짧게’ 핵심을 브리핑해 주는 게 좋다. 평소에도 본인의 업무에 대해 ‘엘리베이터 스피치’가 가능하도록 준비해 두면 이런 유형의 리더와의 소통은 훨씬 편해질 수 있다.

반대의 유형도 있다. 식사나 회의 때 긴 시간 토의해 결과물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 이제 실행에 옮기려는데 메일이 날아온다.

“개요 정리해 보내 주세요.”

말보다 ‘글’이 익숙한 리더다. 텍스트로 기록을 남기며 한 번 더 정리하는 스타일이다. 이런 리더에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맞고 틀리고는 없다. 상대의 유형에 맞추려는 노력만이 중요할 뿐이다.

또 다른 상황은 ‘회의’ 때다. 컨설팅 등 업무 미팅을 위해 다양한 회사를 방문하는데 정말 ‘다르다’는 것을 실감한다.

필자는 외부인이라 미팅 시간 전에 미리 도착할 때가 많은데, 10여 분 전에도 이미 모든 사람이 앉아 있는 회사가 있는 반면 회의 시간이 임박해 자리에 앉는 사람이 대부분인 회사도 있다. 회의 도중에 자유롭게 전화 통화를 하러 나가는 조직도 있고 휴대전화는 물론 노트북 사용도 정해진 사람만 하게 하는 조직도 있다.

회의 진행에서도 마찬가지다. 자리에 앉으면 해당 주제에 대한 브리핑부터 시작하는 곳이 있고 곧바로 난상토론 형태로 진행되는 조직도 있다.

직급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어떨 땐 시끄럽다고까지 느껴질 정도로 적극적인 참여자가 많기도 하고 대부분 상대의 말을 듣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히는 곳도 있다. 이에 대해 ‘이 회사는 왜 이렇게 자기 마음대로일까’ 혹은 ‘이렇게 꽉 막힌 분위기에서 어떻게 일을 하지’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앞서 말했듯이 그게 그 회사의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긍정적 기대를 갖게 만들어라

그런데 이런 질문이 들지 모르겠다. “회의는 공동의 시간 약속인데 최소한 5분 전에는 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어떤 회사에선 회의 자리에 모여 함께 보내는 5분 동안 5명의 고객에게 정보를 주는, 더 생산적인 일을 할 수도 있다. 그러니 ‘미리’보다 ‘정시’ 참여가 이 조직에선 더 효율적이다. 좋은 의도로 ‘미리’ 준비하고 있는 당신의 행동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너무 적극적으로 나서면 괜히 튀어 보일 수 있으니 얌전히 있는 게 낫겠지.”

자신의 관점에선 그게 배려이고 전략일 수 있지만 ‘모두’가 스스럼없이 말하는 조직에서 이런 모습은 ‘무임 승차자’로 비쳐질 수도 있다.

그래서 초반엔 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내 스타일이 있으니까’, ‘그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믿으니까’ 평소처럼 행동했다가는 ‘분위기 파악 못하는’ 눈치 없는 사람이 될 수 있어서다.

자신의 좋은 의도보다 조직의 분위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새롭게 합류하게 된 회사의 회의 문화를 파악하려면 최소한 3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첫째, 회의 전 분위기는 어떤가. 미리 안건을 준비하고 서둘러 움직이는 스타일인지 아닌지를 점검하면 된다. 둘째, 회의를 대하는 구성원들의 행동은 어떤가. 회의와 다른 업무 간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두는지 파악해 보자. 셋째, 회의 때 참여도는 어떤가. 발언의 적극성을 관찰하면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이직한 회사의 업무 분위기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안하지만 ‘일단’ 맞추자. 이게 필요한 이유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다. 이직자를 바라보는 기존 멤버들은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바로 ‘기대’와 ‘불안’이다.

똑같은 사람들과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새로운 멤버가 오면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시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이와 함께 괜히 쓸데없는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 자기 업무 방식과 맞춰 갈 수 있을까 등 걱정도 생긴다.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불안을 낮추고 긍정적 기대를 갖게 하는 노력이다.

그러려면 일단 ‘인정’할 필요가 있다. 수학 문제처럼 ‘정답’이 있다면 자기 생각의 옳음을 주장하면 된다. 하지만 조직의 일 방식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문화’다. 맞고 틀림이 아닌 다를 뿐이다. 인정하며 시작하고 변화가 필요하다면 서서히 하나씩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여행을 할 때마다 고생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물갈이’ 때문이다. 눈앞에 멋진 풍경이 펼쳐져도, 맛있는 음식이 놓여 있어도 고통스러울 뿐이다. 그만큼 ‘변화’는 힘들다.

‘내가 지금까지 해 왔으니’라고 자신하는 것보다 이직으로 인한 변화의 파고는 생각보다 높을 수 있다. 이직을 앞두고 있다면 혹은 이직한 상태라면 기존의 자신에게서 바뀌어야 할 게 무엇일지 달라진 조직 분위기에 집중해 찾아보면 어떨까.

김한솔 HSG휴먼솔루션그룹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