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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수평적 조직 문화로 ‘사무실 나비 효과’ 개선
정태영(62) 현대카드 부회장은 금융업계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꼽힌다. 수많은 관행을 개선해 새로운 금융 문화 정착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최근 수직적 조직 문화로 점철된 우리 기업의 문제점을 꼬집으며 구성원 간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은 일반적으로 민간 기업과 관공서 수장들의 사무실이 너무 크고 권위적”이라며 “개인 사무실이 아파트 면적인 곳도 있다. 모든 것이 첨단인 나라에서 권위가 사무실 평수에 비례하는 고전적 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정 부회장은 조직 수장의 넓은 사무실 이용이 조직 효율을 낮추는 ‘사무실 나비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공간 낭비와 위압적 공간에선 조직 구성원의 소통이 단절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리더가 홀로 독립된 공간에 있으면서 조직이 건강하고 활기 있게 운영되는 것을 기대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동시에 사무실만 고집하지 말고 회의 테이블의 혁신도 주문했다.

그는 “사무실에만 있지 말고 회의 테이블도 다음 세대로 진화시켜야 한다”며 “폭이 2m가 넘는 테이블에서는 발표만 있을 뿐 토론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ㄷ자로 테이블을 배치해 서로 10m 떨어져 마이크로 회의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며 “테이블에도 나비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수평적 조직 문화로 ‘사무실 나비 효과’ 개선
연공서열 타파, 직급 체계 간소화

정 부회장은 연공서열 중심의 기존 문화를 타파하고 직급 체계를 간소화해 수평적 조직 문화 조성에 앞장선 바 있다. 현대카드는 앞서 기존의 다섯 단계 직급을 세 단계로 수평화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직급 체계 간소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조직 문화를 유연하게 바꾸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핀테크와 빅데이터 등 금융업을 둘러싼 환경이 디지털화되며 급변하고 있는 만큼 창의적 사고와 혁신을 북돋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부장-차장-과장-대리-사원’ 등 기존 5단계 직급 체계에서 ‘시니어 매니저-매니저-어소시에이트’ 등 3단계로 변경한 것이다. 현대카드는 직급 체계 개편이 수평적 기업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고민의 연장선 이라며 국내와 해외 법인의 달랐던 직급 체계도 통일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직급 체계 개편 당시 반년 동안의 연구와 수정 끝에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한 바 있다. 또 어색하지 않고 친숙한 호칭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직급 체계 간소화로 급여와 복리 후생 등이 변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직급별 급여 체계를 폭넓게 적용해 직급 승진이 없어도 연봉 상승률은 기존과 비슷한 수준으로 설정했다.

시장에선 현대카드의 조직 문화 개선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다른 금융권도 현대카드처럼 직급 체계 간소화 추세를 따르고 있다. 정 부회장의 조직 문화 혁신 움직임은 시장 전체로 퍼지는 분위기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