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대표 여성 리더 이경희 전무...IT 분야 여성 리더 육성 앞장서

이경희 전무. 사진=오라클 제공
이경희 전무. 사진=오라클 제공
변화가 빠르고 혁신이 일상인 IT 업계에서 여성 리더로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한국오라클에 근무하는 35년차 '에너자이저' 이경희 전무를 만났다. 이 전무는 기술영업부에서 제품 판매 시 영업과 함께 움직이는 기술 파트를 담당하고 있다. 이 전무는 오라클의 대표적인 여성 리더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또 여성 리더 육성에 헌신을 다하고 있는 활동가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인재 양성의 한 축으로서 여성 리더 육성에 대한 이 전무의 생각을 들어봤다.

- 정보기술 업계에서의 1세대 여성임원으로서 IT업계에서 오랜 기간 일을 해오셨는데요. 업무에서, 생활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습니까.

“IT 업계 특성상 야근은 물론 야간 밤샘 작업이 많습니다. 게다가 지방이나 해외출장도 많아서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시기에는 정말 정신없이 보냈었습니다. 그래도 지루하지 않아 즐겁게 했던 것 같고요. 가장 큰 유리천장이라면 30년 전이다 보니 어디든 여성들에게는 어려운 일, 중요한 일은 시키기를 불편해 하시는 고정관념이 제일 먼저 깨야 하는 유리천장이었던 거 같습니다. 그런 편견이 없어지고 난 후에는 유리천장 없이 일을 할 수 있었고요. IT 업계가 다른 업종에 비하면 유리천장은 적은 편이라고 보입니다. 최근 IT 업계에 여성인력이 늘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 여성인력들이 더 많이 진출해야 할 영역입니다. 더 많은 여성들이 더 많은 영역에서 활약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 여성 리더 육성은 시대적 과제이기도 한데요, 리더가 갖춰야 할 바람직한 리더십은 무엇일까요.

“제가 일하는 IT 업계는 비지니스의 속도가 매우 빠르고, 항상 새로운 것이 쏟아지고, 항상 변화가 많은 업종입니다. IT 업계의 비지니스에 필요로 하는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저의 경우로 보자면, 저의 리더십은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과 비슷하다고 보는데요. 업무 지시만을 받아 움직이기 보다는, 조직의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고 구성원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격려하고 도와주고 개발시키도록 노력합니다. 특별히 제가 맡아온 조직은 엔지니어이거나 엔지니어 경험을 가지고 있는 직원들입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일사불란함’을 선호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저는 '따로 또 같이'를 선호합니다. 다양함이 주는 유익함을 실제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경험하면 획일적일 때보다 더 좋은 결과를 조직원들이 함께 경험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최근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의미하는 DE&I가 회자되고 있습니다.

“한 쪽 그룹으로 편중되어 있으면 생각이 그쪽에만 몰리게 되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어떤 한 사람의 리더가 일방향으로 가게 되면 그 방향이 잘못될 수도 있고요. 그런 의미에서 다양성 및 형평성, 포용성을 의미하는 DE&I가 중요하다고 느껴집니다. 한쪽 집단만 모이면 다양성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라든지, 생각의 차이들이 굉장히 줄어듭니다. 우리나라는 한민족이기도 하고 다양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편이다 보니 젠더 하나에 매여 있는 것 같습니다. 젠더에서 벗어나서 다양한 연령이나 계층, 배경 다른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남성들 속에서도 다양성이 필요하고, 엔지니어들 중에서도 기술 세팅이 다 다른데, 이런 다양성을 인정을 해줘야 합니다. 외국에서는 나이가 어떻든 어느나라 사람이든, 인종이 뭐든 여기에 와서 어떤 퍼포먼스를 내는지가 중요한데, 우리도 많이 배워야 하는 것 같고요. 이제는 MZ세대도 많이 들어오고, 팀 안에도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면서 변화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성 리더 육성을 위한 강연을 하고 있는 이경희 전무. 사진=오라클 제공
여성 리더 육성을 위한 강연을 하고 있는 이경희 전무. 사진=오라클 제공
- 오라클에서는 여성 리더 육성을 어떻게 돕고 있습니까.

“사내 다양성과 포용력 육성 프로그램으로 15년간 이어온 OWL(Oracle Women's leadership)이 있습니다. 본사뿐 아니라 각 나라 여성 직원들의 리더십과 전문성을 강화시켜 주고 네트워크를 만들어 주고. 힘을 실어 주는 프로그램입니다. 굉장히 많은 프로그램들을 하는데, 차세대 여성 리더들을 육성하면서 그 리더들을 엮어서 네트워킹을 하게 합니다. 각국마다 아울 리더들이 오는데 한국에서도 했던 리더십 중 하나가 밋업 위드 이그젝티브(임원과의 만남)입니다. 산업계의 여성 임원 리더들을 초청해서 가지고 있는 철학이나, 다음 세대 여성 리더들에게 주는 조언 등을 공유하는 또 여성 주니어들을 여성 임원과 1대1 매칭해서 임원진에게 노출할 수 있는 기회도 줍니다. 기본적으로 포커스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한 여성 리더분들이 꽤 많이 포진하고 있습니다.”

- 국내 기업 이사회에 여성 임원이 없다는 점이 여러 차례 지적되었는데요, 올해 하반기에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여성 사외이사를 꼭 두도록 법이 개정됩니다.

“우선 법 개정에 애쓰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또 하나의 유리천장을 없애는 큰 일이니까요. 기업의 이사회가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추게 되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은 여러 기업의 사례에서 이미 증명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도 이제 이번 자본시장법의 시행에 따라 전문성을 가진 여성임원들이 이사회에 참여해 그들의 전문성을 통해서, 그리고 이사회 전체가 다양하게 구성되어 기업이 성장하는 데 또 하나의 좋은 환경이 조성되는 반드시 필요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시작단계이지만 곧 2조원 이하의 많은 기업들에서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회에는 많은 전문성을 갖춘 많은 여성들이 이미 곳곳에 포진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분들이 기업의 이사회에 진출해서 기업과 국가의 발전에 한 부분을 담당할 수 있게 되리라 봅니다.”

- 여성 리더십 육성을 위해 기업에서, 사회에서, 정부에서 도와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여성 리더십 육성을 위한 제언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근 저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여성 리더십 육성 모임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데요, 하나는 여성가족부 산하 위민인이노베이션이라는 사단법인인데, 여성 임원간의 멘토링과 역량강화는 물론 리더를 키우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이사로 일하면서 100명 넘는 여성 리더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과학기술부 산하의 한국여성기술인육성재단(WISET)이 있는데요. 여성과학도들의 커리어 개발과 일가정양립, 경력단절 여성의 재취업 등 생애주기별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우먼 앳 아이티라고 해서, IT 업계에서 멘토링 세미나를 하며 IT 분야의 여성 리더들을 돕고 있습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여러가지 양성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많은 기업에서 리더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셨으면 좋겠고, 단기보다는 장기 프로그램을 운영하시기를 요청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그 프로그램의 산물이 문화로 자리잡아서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