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까지 ‘배출량-흡수량=0’ 목표…분주한 산업계

[스페셜 리포트-새로운 시대 새로운 전략, 트윈 트랜스포메이션]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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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로 폭염·폭설·태풍·산불 등 이상 기후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높은 화석 연료 비율과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가진 한국 역시 최근 30년 사이 평균 온도가 1.4도 오르며 온난화 경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국제 사회는 기후 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하는 ‘교토의정서’를 1997년 채택했다. 이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참여하는 파리협정을 2015년 성사시켰고 한국은 2016년 11월 3일 파리협정을 비준했다.

파리협정의 목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도보다 훨씬 아래로 유지하는 것이다. 나아가 1.5도 이하로 억제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시점보다 2도 이상 높아지면 폭염과 한파 등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자연재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낮추기 위해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 중립 사회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기간 탄소 중립 시대로의 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기후 영향에 피해를 받는 이들이 속출할 공산이 크다. 즉, 인류에 남은 골든타임은 ‘30여 년’이다.
탄소 중립의 거센 물결, 골든타임 ‘30년’
2050년이 왜 골든타임일까

탄소 중립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산림 등에 흡수되거나 제거해 실질적인 배출량이 ‘0’이 될 때 가능하다. 배출 탄소와 흡수 탄소량을 같게 해 탄소 순배출이 ‘0’이 되는 것으로 탄소 중립을 ‘넷 제로’라고 부르기도 한다.

2050년까지가 탄소 중립의 골든타임으로 설정된 이유는 210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다.

현재 지구의 환경은 위험 단계에 들어서 있다. 인류 생존의 위기감을 시각으로 나타낸 ‘환경 위기 시계’가 등장했다. 환경 위기 시계는 시각에 따라 △0~3시 양호 △3~6시 불안 △6~9시 심각 △9~12시 위험 등 4단계로 구분한다.

2020년 기준 세계 환경 위기 시간은 9시 47분이다. 한국은 9시 56분으로 더욱 심각하다. 12시는 환경 파괴로 인한 지구의 종말을 의미한다. 환경 위기 시계에 기초하면 2시간여 남은 셈이다.

이 위기 시간을 늦추기 위해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1.5도 이하로 온도 상승을 막아야 지구에서 인류가 생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세계적으로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최소 45% 이상 줄여야 하고 2050년에는 탄소 중립이 달성돼야 한다고 봤다. 2050년이 탄소 중립의 골든타임으로 설정된 이유다.
한국전력이 대구공항에 설치한 전기차 충전소 사진=한국전력 제공
한국전력이 대구공항에 설치한 전기차 충전소 사진=한국전력 제공
탄소 중립에 드라이브 거는 산업계

‘기후 위기’를 넘어 ‘기후 재앙’이라고 불리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의 산업계도 각자의 자리에서 탄소 중립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자산 총액 상위 10대 기업집단을 중심으로 탄소 중립 시대로 전화하려는 발 빠른 움직임이 감지된다.

환경 시민 단체 녹색연합에 따르면 자산 총액 기준 상위 10개 그룹과 한국전력공사(계열사 포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 기준 한국 배출량의 64%에 달한다. 그중 배출량이 가장 많은 기업집단은 한국전력·포스코·현대차 등이다.

이들 기업은 원료·제조 과정에서 산업 특성상 탄소 배출이 불가피하다. 배출량 감축에 한계가 뚜렷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어려움을 극복한다면 탄소 중립이라는 글로벌 과제 해결에 크게 기여하는 셈이다.

한국전력의 202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18만1433ktCO₂로 한국 전체 배출량의 27.97%다. 전기가 모든 산업의 기초인 만큼 전체 배출량의 4분의 1이 넘는 온실가스가 한국전력과 계열사에서 발생한다.

한국전력은 이를 인식해 ‘탄소중립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켜 탄소 중립 전략을 수립, 추진 중이다. 특히 2026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1102.9MW로 늘려 현재의 5배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발표했다. 또 탄소 섬유를 활용한 초경량·대용량 전력선 제조 기술 연구를 위해 카이스트와 손잡기로 했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도 앞장서고 있다. 한국전력은 한국 최대 충전기 운영 사업자인 만큼 한국 전기차 충전 사업의 인프라와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전국에 충전소를 짓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본격적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도 시작했다. 2020년 12월 ESG위원회를 신설해 강력한 실천 의지를 보여줬다. 위원회의 역할은 ESG와 관련된 주요 경영 현안의 심의와 경영 전략, 관련 사업의 계획 수립 및 추진이다.

또 ESG위원회를 중심으로 3년 연속 ESG 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20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고 지난해는 4000억원으로 발행 금액을 늘렸다. 이 자금은 신재생과 연계된 설비 확충과 전기차 충전 설비 확충 등에 쓰이고 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탄소 중립을 실천하기 위해 에너지 신사업과 ESG 경영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2020년 12월 ‘2050 탄소 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경제 구조의 저탄소화와 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 중립 사회로의 공정 전환 등 3대 정책 방향에 탄소 중립 제도적 기반 강화를 더한 ‘3+1’ 전략을 짰다. 현재 대통령 직속 민·관 합동 기구인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중심으로 관련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