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피크제, 만 55세 vs 만 56세 적용 두고 남양유업 노사 충돌…결국 사측 승

[법알못 판례 읽기]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입구.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남양유업 본사 입구.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외국의 나이 셈법은 다르다. 한국은 태어나면서부터 한 살이고 해가 바뀌면 나이를 먹는다. 반면 해외에서는 생일을 기준으로 나이를 센다. 우리는 해외 기준 나이 셈법을 ‘만 나이’라고 부른다. 한국 나이는 만 나이와 1~2살 정도 많다.

한국식 나이, 이른바 ‘K-나이’와 만 나이 차이 때문에 대법원에 가게 된 사건이 있다. 바로 남양유업의 임금피크제 관련 소송이다. 남양유업과 노동조합은 단체협약서에 “근무정년은 만 60세로 하며 56세부터는 임금피크를 적용한다”는 내용에 협의했다. 하지만 ‘56세’라고 기재된 부분이 문제였다. 한국 나이 56세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만 56세로 봐야 하는지 해석이 분분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남양유업이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낸 단체협약 해석 재심판정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2022년 3월 28일 밝혔다.

노동위도 오락가락하며 노사 다툼 시작

사건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남양유업 노사는 2014년 단체협약에서 정년을 만 56세에서 만 60세로 늘리고 임금피크제도 이에 맞춰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2014년 단체협약 내용을 보면 임금피크와 관련된 조항은 ‘조합원의 근무정년은 만 60세로 하며 56세부터는 임금피크를 적용하되, 직전 년(55세) 1년간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피크를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해당 조항 아래는 ‘만 55세에는 100%, 만 56세는 80%, 만 57세는 75%, 만 58세는 70%, 만 59세는 65%, 만 60세는 60%의 피크율이 적용된다’는 취지의 임금피크 기준이 표로 정리돼 있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사측과 노조의 해석이 갈렸다. 이 때문에 임금피크 적용 시점을 두고 노사가 서로 다른 주장을 내놓았다. 회사는 “만 나이와 구별해 ‘56세’라고 기재한 것은 한국 나이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년 나이가 ‘만 60세에 도달한 나이’를 의미하기 때문에 만 55세가 된 날부터 만 56세 전날까지 80%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표를 해석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박명규 기자
그래픽=박명규 기자
반면 노조 측은 임금피크제 시작 나이는 만 56세라고 맞서 왔다. 단체협약은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표에 만 55세에 적용되는 피크율을 100%로 명시한 것은 만 55세의 마지막 날까지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라는 의미”라고 노조는 강조했다.

결국 남양유업과 노조는 2019년 2월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단체협약의 해석을 요청했다. 충남지노위는 ‘2014년도와 2016년도 단체협약 임금피크제 적용 나이는 만 55세로 봄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반면 재심을 본 중앙노동위원회는 ‘만 56세부터 피크율 80%가 적용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노동위원회마저 오락가락한 판단을 내놓자 사측이 반발해 중노위를 상대로 ‘재심 판정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냈다. K나이 논쟁이 법원으로 넘어오게 된 것이다.

하급심에서도 엇갈린 판결

1심 재판부는 남양유업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문언 내용 만으로는 해석의 옳고 그름을 단정하기 어렸다며 단체협약이 이뤄진 동기와 경위, 단체협약의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해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2014년 남양유업 노사가 단체협약 규정을 개정한 이유는 정년을 만 60세까지 4년 더 연장하고 이에 맞춰 임금피크제 적용 기간 역시 5년으로 연장하기 위해서였다”고 판시했다. 이 과정에서 임금피크를 적용하는 시점을 만 55세가 아닌 만 56세로 하자는 논의가 없었다는 게 1심의 설명이다.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만 56세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된다며 노조 측의 해석이 맞다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임금피크표 등을 봤을 때 직전 년 부분(55살)이 ‘만 55세’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점”, “단체협약에서 ‘한국식 나이’가 혼재돼 사용되는 것은 이례적인 점”, “민법에서 ‘만’을 표시하지 않아도 연령은 ‘만 나이’를 의미하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2014년 단체협약을 통해 정년이 만 60세로 연장된 사실이 인정되긴 하지만 임금피크제 적용 기간도 만 5년으로 합의했다는 점을 인정하기는 부족하다는 점, 사측의 주장대로라면 급여 삭감 기간이 길어져 노동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는 결과가 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2심 결론 뒤집은 대법 “만 55세 맞다”

대법원은 2심 결론을 다시 뒤집었다. 임금피크제 적용 시작을 ‘만 55세’부터라고 봐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대법원은 “남앙유업 노조위원장은 2016년 공고문을 통해 단체협약 규정이 만 55세부터 임금피크제 적용을 시작한다는 의미임을 확인했다”며 “그럼에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2017년 단체협약에서 ‘만 55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한다’고 기재했다”고 설명했다.

조합원들이 만 55세가 되는 연도의 7월 1일 또는 다음 연도의 1월 1일을 기점으로 임금피크제를 신청해 받아 왔다는 사실도 참작됐다. 또한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을 만 55세로 본다고 해서 단체협약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형·해석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돋보기]
대교의 40대 임금피크제 적용은 무효

40대 중반부터 최대 50% 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는 연령을 이유로 노동자를 차별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무효라는 판결도 있다. 서울고법 민사1부(당시 부장판사 전지원)는 주식회사 대교를 상대로 A 씨 등 전·현직 학습지 교사들이 낸 임금 소송에서 2021년 9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대교는 2009년과 2010년 취업규칙을 변경해 학습지 교사의 정년을 2년 연장하는 대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직급에 따라 G1·G2 직원은 57세까지, G3·G4 직원은 55세까지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G1은 50세부터, G2는 48세부터, G3·G4는 44~46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게 했다. 직급별로 4~5회 내에 승급(승진)하지 못하면 그 직급에서 정해진 나이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방식이었다. 임금 삭감률은 50%에 이르는 수준이다.

이에 A 씨 등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연령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고령자고용법 등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냈다.

또한 “취업규칙 변경이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임에도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임금피크제의 적용 대상이 아닌 직원들까지 동의 대상에 포함했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1심은 “임금피크제가 노동자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며 절차적인 문제 등을 들어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교 측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임금피크제 자체가 현저히 부당하다”고 첨언했다.

재판부는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이라며 “40대 중반에 적용받는 노동자들은 정년까지 10년 동안 임금 삭감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노동자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정한 고령자고용법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고령자고용법을 이유로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판결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오현아 한국경제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