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수익률 상위 펀드 10개 중 7개, 고유가 전망에도 변동성 우려에 분산 투자 접근해야

[비즈니스 포커스]
위기를 기회로, 고유가 시대 ‘원자재 펀드’ 주목
유가 비상에 서민 경제가 직격탄을 맞았다. 자가용 이용을 줄이고 가계의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겠지만 적극적인 투자 관점에서 유가를 바라보는 것도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리터당 2000원 시대, 원자재 펀드는 상승 중

그야말로 공포다. 주유소 들르기가 무서울 정도다. 최근 국제 유가의 상승으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급등, 리터당 2000원 시대를 맞았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3월 28일 기준으로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 선을 돌파한 뒤 4월 5일 현재 1990.23원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서민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4월 5일 유류세 추가 인하와 액화석유가스(LPG) 판매 부과금 한시 인하 시행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5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3개월간 휘발유·경유·LPG에 대한 유류세 인하율이 20%에서 30%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류세 인하로 리터당 10km의 연비로 하루 40km 주행하는 운전자는 휘발유 기준 월 3만원의 유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 유류세 20% 인하 때와 비교하면 유류비 부담이 1만원 줄어드는 셈이다.

하지만 인하 효과가 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원유 수급의 불안으로 국제 유가는 한동안 높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최악의 경우 연내 배럴당 15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위기를 기회로, 고유가 시대 ‘원자재 펀드’ 주목
유가는 물가에 즉각 영향을 미친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는 경기 침체 우려와 함께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재테크 측면에서는 고물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물가 상승의 수혜를 볼 수 있는 원자재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실제 최근 고유가 흐름에 원유 등 원자재 펀드의 수익률이 좋았다. 원자재 펀드의 대표 주자인 원유 펀드는 대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등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파생 상품에 투자해 국제 유가가 오르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펀드 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익률 상위 펀드 10개 중 7개가 원자재 관련 펀드였다.

1위는 ‘삼성 WTI 원유특별자산투자신탁 1[WTI 원유-파생형]’ 펀드로,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이 46.05%로 가장 높았다. 이 펀드는 WTI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파생 상품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어 ‘신한에너지인덱스플러스증권자투자신탁 1[채권-파생형](44.31%)’, ‘삼성 KODEX WTI 원유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원유-파생형](H)(43.44%)’, ‘KB 북미생산유전고배당특별자산투자신탁(인프라-재간접형)(43.34%)’ 순으로 다른 원자재 관련 펀드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원자재 펀드의 성적표는 우수하다. 연초 이후 평균 17.58%의 수익률로, 같은 기간 5554억원의 자금이 유입되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았다. 반면 국내 주식형,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각각 마이너스 8.36%, 마이너스 8.62%로 저조했다. 에프앤가이드는 “원자재 펀드의 강세는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등으로 주가가 부진한 상황에서 원자재 펀드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시장이 심각한 변동성을 변수로 하는 만큼 신중한 투자를 당부하면서도 당분간은 고유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국제금융센터가 4월 1일 발간한 ‘4월 국제 원자재 시장 동향’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비축유 방출 결정으로 상승폭이 축소되기는 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한 러시아발 공급 쇼크로 원자재 가격은 당분간 강세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김희진 국제금융센터 책임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이 시작된 가운데 서방의 러시아 추가 제재 검토, 산유국 여유 생산 능력 부족, 미국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원유 재고 감소세 등으로 WTI 는 100달러대의 강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도 “원유 재고가 계속 감소하고 여유 생산 능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요 파괴가 발생하지 않는 한 유가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핵협상 그리고 글로벌 수급 및 재고 현황이다. 김희진 책임연구원은 “미 통화정책 정상화, 달러 강세, 이란 핵협상 타결 등 유가 하락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강세 국면에서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원유 수출이 극히 제한적인 국가에만 일부 공급되는 상황이 현실화된다면 유가가 150달러 이상으로 치솟는 ‘오일쇼크’에 직면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위기를 기회로, 고유가 시대 ‘원자재 펀드’ 주목
변동성에 장기적 접근, 분산 투자 권장

하지만 원유 가격이 이미 급등했기 때문에 원자재 시장에 뒤늦게 뛰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원유 등 원자재 상품은 분산 투자 차원에서 포트폴리오의 10% 이내로 투자하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한 단기적 시각을 버리고 긴 호흡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가격 급등 부담으로 단기적 소폭 조정이 올 수 있고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비축유 방출이나 산유국의 증산 등으로 가격이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섹터 투자에 ‘중립’ 의견을 제시한 황병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은 앞으로 6개월 동안 하루 100만 배럴씩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했다”며 “(미국의 방출 정책이) 러시아 원유 수출의 불확실성을 상쇄하기는 어렵지만 IEA 회원국들까지 동참한 비축유 방출 공조는 단기적으로 유가 상승을 억누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잠재적인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려해 향후 유가 예상 범위는 배럴당 75~115달러로 제시했다.

이 같은 시장 특성에 원유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3월 한 달 동안 한국의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설정액이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ETF는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였다. 자금 유입 3위 ETF는 ‘타이거(TIGER) 원유선물인버스(H)’였다. 한국 ETF 시장에 순유입된 자금이 1조757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원유 인버스 ETF 두 종목에만 각각 5320억원, 3635억원이 순유입된 것은 원유 하락을 전망하는 투자자가 늘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원유 인버스 ETF 장기 투자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리스크가 있다고 조언한다. 애널리스트는 “인버스 ETF는 추종하는 기초 지수 ‘일별’ 수익률의 마이너스 1배를 반영하기 때문에 유가가 횡보하면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누적 수익률로는 손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 펀드 투자 따라하기 1) 유형별 뜯어보기
원유 등 원자재 펀드는 ‘속’을 잘 살펴봐야 한다. 원자재가 펀드명에 들어간다고 해서 다 똑같은 원자재 펀드가 아니다. 원자재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과 원자재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지수형 등 유형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2) 탄력적 대응은 ETF로
원자재 상장지수펀드(ETF)는 원자재 주식형 펀드와 비슷한 성격이면서 펀드보다 쉽게 거래할 수 있는 편의성이 강점이다. 그 대신 펀드 투자는 상대적으로 중·장기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데 반해 ETF는 시장 변화에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3) 분산·적립식 투자
원자재 펀드는 적정한 타이밍을 포착하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일반인이 투자하기에는 위험성이 높은 편이다. 단 변동성이 크다는 말은 곧 투자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말이다. 이때는 적립식·분산 투자가 답이 될 수 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